해병특검, 현직 공수처장 첫 기소…공수처 '묻지마 기소' 반발

순직해병 특검, 오동운 처장 등 공수처 수뇌부 무더기 기소
위증 혐의 고발 사건 방치, 채상병 사건 수사 방해 혐의
특검 "공수처 설립 취지 무력화했다"
공수처 "무리하고 억지스러운 기소"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박종민 기자

순직해병 특검팀이 2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장 오동운 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공수처 설립 이래 공수처 수뇌부가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은 이날 오 처장과 이재승 차장, 박석일 전 부장검사 등 3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오 처장과 이 차장은 지난해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11개월 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통신기록 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수사외압 사건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연루된 사실을 몰랐다"는 등의 허위 증언을 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고발된 바 있다.

공수처법에는 공수처장은 소속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관련 자료와 함께 이를 대검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 사무실에서 정민영 특검보가 해병대수사단 수사외압 등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팀은 이들이 송 전 부장검사에 대한 국회 고발을 '공수처 지휘부를 겨냥한 정치적 공격'이라고 규정해 의도적으로 사건을 방치한 것으로 봤다. 해당 사건을 넘기면 공수처장 등이 외부 수사기관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수처가 사건을 방치하는 동안 이 전 대표와의 연락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송 전 부장검사의 통화내역은 1년이 지나 소실됐고, 공수처 재직 당시 사용한 업무용 PC 자료도 퇴직 후 폐기해 확인할 수 없게 됐다는 게 특검 시각이다.

특검팀은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공수처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선 김선규 전 부장검사와 송 전 부장검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두 사람은 공수처가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했다. 이들은 검찰 재직 당시 윤 전 대통령과 근무연이 있는 '친윤 검사'로 꼽히기도 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말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총선에서 야당(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뒤 그해 5월 순직해병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다음 날엔 입장을 바꿔 "어서 소환하라. 막 소환하라. (대통령께) 특검법 거부권을 만들어 드려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송 전 부장검사의 경우 지난해 6월 윤 전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일선 수사팀은 지난해 1월부터 대통령실과 국방부 장·차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수사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지만, 수사를 뭉갰다고 특검은 봤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정민영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 향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행위는 공수처의 수사권을 사유화·정치화한 것은 물론 권력형 비리 사건 등 고위 공직자 범죄에 대한 독립적이고 엄정한 처리를 목적으로 국민의 염원을 담아 출범한 공수처의 설립 취지를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특검팀은 △송 전 부장검사가 지난해 3월 채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되자 수사팀에 출국금지를 풀어주라고 지시한 점 △김 전 부장검사가 지난해 총선에 출마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의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말라고 지시한 점 등도 파악했다. 다만 수사팀 반발로 이행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범죄사실에 포함하지는 않았다.

한편 공수처는 26일 "결론을 정해 놓고 사실관계를 꿰어맞춘 기소"라고 반발했다.

공수처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기본적인 법리조차 무시한 '묻지마 기소'"라며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무리하고 억지스러운 기소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먼저 송 전 부장검사 고발 사건에 대해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그 과정에서 제기된 수사 외압의혹이라는 본래의 쟁점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장에게 공수처 검사의 범죄와 관련해 대검에 통보 의무가 생기는 경우란 단순히 공수처 검사에 대한 고소·고발이 접수된 때가 아니라 수사를 통해 일정한 수준의 혐의가 인정될 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수처장·차장은 향후 진행될 공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국민 앞에 당당히 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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