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 당할 줄…" 기자도 속은 중고거래 사기 이렇게 교묘했다[이런일이]

왼쪽은 구글 '마유마켓', 오른쪽은 다음날 '추린마켓' 검색을 유도하며 접근한 사례. 중고거래 어플 캡처

처절한 직업정신, 뭐 그런건 아니고요, 진짜로 당했습니다. 뻔하디 뻔한 수법으로요.

'나는 당할리 없다'는 오만함 때문이었을까요. 수없이 보도된 전형적 사기 수법인데, 막상 겪어보니 눈치채기 어려웠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사건의 발단
"안녕하세요 택배 가능하시나요?"

"네"

"바로 구매결제하고 싶은데 판매자님 혹시 구글 마유마켓에 상품등록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제가 안에 혜택금이 남아있는데 오늘 사용 마감일이라 여기로 결제해드릴게요~!"
'외부결제를 유도하면 무조건 사기다'는 공식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링크를 보내는 방식이 아닌, "구글에 검색하면 나온다"는 우회가 묘하게 경계심을 무너뜨렸습니다.

실제 사이트는 정상적인 중고거래 사이트라고 보기에 손색 없었습니다. 최신 상품, 인기 상품 등이 나열된 첫 화면과 '상품 판매 순위', '타임 세일' 등 꼼꼼한 사이드 구성. 평범한 중고거래 플랫폼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구글에 '마유마켓' 검색 뒤 나온 사이트 화면. 정상적인 중고거래 사이트라고 보기에 손색 없었습니다. '마유마켓' 캡처

심지어 사이트 하단엔 한국명 A씨의 사업자등록번호,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사업장 주소 등이 기재돼있습니다.

국세청 조회 결과, 이는 실제 운영 중인 A씨의 사업자 등록 정보입니다. 즉, 이용자가 사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업자 정보를 조회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되는 셈입니다.

참고로 인천 소재로 난간 등을 판매하는 A씨는 추후 노컷뉴스에 "중고 거래 사이트를 운영한 적이 없다"며 자신의 정보가 활용되고 있는 사실도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마유마켓, 추린마켓, 캠보마켓, 담오마켓 등 이름을 바꿔가며 등장한 사이트 하단엔 A씨의 실제 사업자등록번호가 기재돼있었습니다. 인천 소재로 난간 등을 판매하는 A씨는 노컷뉴스에 "중고 거래 사이트를 운영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캠보·담오마켓 캡처

"구매 완료했습니다" → 적립된 포인트 → "환전하려면 …"

아주 간단한 회원가입을 마치고 상품을 등록하면, 상대는 "사이트에서 구매를 완료했다"며 "환전을 위해선 고객센터를 통해 신규 회원 인증을 하면 된다"고 안내했습니다.

사이트에는 '구매 완료'와 함께 포인트 적립 내역이 떴습니다. 여기까지 피해액은 0원.

거리낄 것 없이 오른쪽 하단, 반짝이는 상담센터 버튼을 눌렀습니다. 문의 후 30초도 안돼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오른쪽 하단 반짝이는 상담센터 버튼을 누르자, 신규회원 인증을 위해 신한은행으로 10원을 이체하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마유마켓 캡처

"고객님 신규회원이시면 인증이 필요하세요. 아래 안전계좌로 10원 이체 후 이체 완료 내역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계좌번호는 인터넷 은행도 아닌 신한·농협 등 1금융권 계좌였습니다. (이 계좌가 어떻게 사기 조직의 손으로 들어갔는지는 경찰이 추적 중입니다)

지시대로 10원을 이체해도, 포인트는 환전되지 않습니다. 재문의하자, 이때부터 본격적인 사기 시나리오가 시작됩니다.

"출금계좌를 잘못 입력하셔서 계정이 동결된 상태"라며 본격적인 사기 시나리오가 시작됩니다. 이들은 "출금총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이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마유마켓 및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고객님께서 번호를 잘못 입력하셔서 계좌가 동결되었습니다. 계좌 동결을 해지하시려면, 출금총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입금하시고 금액 인식으로 동결해지 하시면 됩니다"

결국, 그럴듯한 사이트에 함께 도입이 현란해졌을 뿐, 단계적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사기 구조가 드러난 것입니다.

다음날, '마유마켓'은 폐쇄됐습니다. 그리고 '캄보마켓'이 등장했습니다. 홈페이지 디자인, A씨의 사업자 정보까지 동일했습니다.

캄보마켓 역시 1~2일 뒤 폐쇄됐고, 이번엔 '담오마켓'이 나타났습니다. 기자가 14일부터 26일까지 약 열흘동안 파악한 변종 사이트만 최소 4곳. 이들은 올해 초부터 '△△마켓'으로 이름만 바꾸며 동일 방식의 사기를 지속해온 것으로 파악됩니다.

기자가 14일부터 26일까지 약 열흘동안 파악한 변종 사이트만 마유마켓, 캄보마켓, 추린마켓, 담오마켓 등 최소 4곳으로, 이들은 올해 초부터 이름만 바꾸며 동일 방식의 사기를 지속해온 것으로 파악됩니다.

기자는 10원 피해(?)를 입은 뒤, 숙지한 절차대로 상담센터에 피해 사실을 접수했습니다.

*개인 계좌번호가 노출되는 등 개인정보 유출 및 전화금융사기·사이버범죄 피해를 입는 경우 경찰청 사이버범죄신고 시스템(182)이나 관할 경찰서를 통해 상담 후 즉시 신고 가능합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인 계좌번호가 노출되면, 범죄에 연루된 돈이 입금되거나 협박받는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유출된 정보가 있다면 즉시 계좌 일괄지급정지 및 계좌 폐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입금 제한, 계좌 폐쇄, 재발급 절차는 생각보다 지난했습니다. 잠깐 스쳐간 사기가 무수한 행정 절차를 남긴 셈입니다.

사이버사기 범죄가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 중인 가운데, 특히 온라인 거래 경험이 많은 20~30대 청년층 피해가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사진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서로 사기 경험을 공유하는 청년들. SNS 캡처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사기 범죄는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 중입니다. 특히 온라인 거래 경험이 많은 20~30대 청년층 피해가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금융사기 방지 플랫폼 더치트는 "올해 상반기 더치트에 접수된 인터넷 사기 피해건수는 총 17만 9933건이며, 이 중 20대 피해 비중이 36.16%로 가장 컸고, 30대가 26.37%로 뒤를 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온라인 중고거래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를 악용한 신종 사기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전북에서는 기자가 당한 수법과 동일한 방식으로 전국 174명으로부터 총 3억4천여만원을 편취한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해당 사건도 영등포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며, 경찰은 사기 조직의 운영 방식, 계좌 모집책 확보 경로, 명의도용 과정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금융기관 계좌 동결·해제 등 명목으로 추가 송금을 요구하는 행위는 100% 사기"라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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