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한 데 대해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 시장 안정을 조화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뉴 프레임 워크' 구축을 위한 논의를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구 부총리는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뉴 프레임워크' 논의에 대해 "환율 상승에 대한 일시적 방편으로 연금을 동원하기 위한 목적이 전혀 아니다"라며 "기금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장기 시계에서 연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이 성공하고 기금 규모가 급증하면서 해외 자산 투자 역시 급격히 늘어나 외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구 부총리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 과정에서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확대도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은 외환시장 단일 최대 플레이어 중에 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금 최대 규모가 앞으로 3600조 원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 경제 금융시장이 확대되는 연금의 규모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는 이미 GDP의 50%를 상회하고 있고, 보유한 해외 자산도 외환 보유액보다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환율 변동성을 키울 뿐 아니라, 향후 연금 재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은 환율이 오른만큼 원화로 평가되는 국민연금의 수익이 오른 것처럼 착각할 수 있지만, 국민연금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달러가 비쌀 때 해외 자산을 사고, 쌀 때 파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구 부총리는 "원화로 평가되는 기금 수익 특성상 안정적 외환시장 상황이 수익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인데, 단기적으로 비중 증가 또는 감소 폭이 크다면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울 우려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기금 회수가 평가 이익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대규모 해외 자산 매각에 따른 환율 하락 영향으로 연금 재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에서 기관 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고려해서 복지부 장관이 주재하는 기금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라며 "기재부는 기금 운영위원회의 일원으로 국민연금 기금의 안정성 유동성 그리고 수익성 공공성이 조화롭게 고려될 수 있도록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최근 수출 기업들과 만난 데 대해서도 "(기업들의 달러 환전 관련) 장기적인 인센티브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필요하다면 닫혀 있지 않고, 언제든지 저희들이 검토할 계획이라는 점도 말씀을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서학 개미'들의 해외 투자를 국내로 돌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한국 경제의 국가 경쟁력을 제고시켜서 매력적인 투자 시장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세제를 활용한 방안 등에 대해서는 지금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여건이 된다면 얼마든지 검토하고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시내 9개 대형 증권사 외환 담당자들과 비공개회의를 가진 데 대해 동석한 기재부 김재원 국제금융국장은 "개장하자마자 달러를 매수하는 부분이 있고, 환율이 올라가는 시기에 환전이 이뤄져 소비자 손실이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 실태 점검 차원에서 간담회를 한 것"이라며 "빠른 환전이 좋은 소비자도, 적정 가격에 사는 소비자도 있기 때문에 현황을 파악할 부분이고, 구체적 방안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미국 측이 한국 정부의 국민연금을 통한 환율 개입으로 해석해 '환율조작국'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미국도 환율 시장의 안정성을 원한다"며 "특별히 의견을 말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또 "국민연금을 동원해서 환율을 안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도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범위 내에서, 외환시장의 안정성이 결국 국민연금의 수익성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기재부 김재원 국제금융국장은 "미국이 보는 환율 조작, 부당한 시장 개입은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의 개입을 의미한다"며 "원화를 절하하는 방식으로, 정부 투자기관이 개입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정상적인 투자 활동이고, 그 방향도 원화를 절하하는 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우려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 발의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에 대해 구 부총리는 "(특별법이 발효됐고, 미국 측에도 통보했다"며 "미국이 추수감사절이어서 휴일인데, 관보에 고시되면 11월 1일 자로 관세를 소급 인하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