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벌어 동네에서 쓰자"…지역을 살리는 힘은 사람과 돈의 순환

"동네에서 벌어 동네에서 쓰자"…우동소 2화 지역 소멸 시대 '지역화폐' 재조명
코로나 이후 온라인 소비 확산…전통시장·골목상권 '이중 타격'
온통대전 축소·대전사랑카드 전환…"소상공인에겐 또 한 번의 직격탄"
지역화폐 핵심은 '할인' 아닌 지역 내 순환…소비를 동네로 되돌리는 구조
병원·학원 쏠림·번화가 집중 한계…"구 단위 발행·업종 제한 등 보완 필요"
박경 "지역화폐는 공동체 화폐…민관협력·민간형 한밭페이 확산이 과제"

■ 방송 : 대전CBS <인터뷰, 오늘> 표준FM 91.7, 홍성 99.3 (17:00~17:30)
■ 제작 : 손성경 PD
■ 진행 : 김세환 교수
■ 대담 : 목원대 박경 명예교수, 대전상인연합회 김영구 사무처장

◇김세환: 안녕하세요. <인터뷰, 오늘> 김세환입니다. 오늘은 새로운 월간 코너 <우리 동네를 소개합니다>로 시작합니다. 요즘 저출생과 인구 감소로 '지역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죠. 그래서 대안을 멀리서 찾기보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부터 찾아보자는 취지로 준비했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대형마트까지 문을 닫는다는 보도가 이어질 만큼 지역 상권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소비 흐름이 바뀌고, 돈이 흘러가는 방향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동네에서 벌면 동네에서 쓰는' 구조였는데, 지금은 클릭 한 번이면 전국·전세계로 소비가 이동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결국 지역 안에서 돈이 돌지 않는 구조가 지역 경제를 약하게 만드는 이유죠. 그래서 오늘 10월 우동소 주제는 '지역 경제를 살리는 돈, 지역화폐'입니다.
 
이 시간은 대전CBS와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 라디오제작단이 함께 만드는 시민참여형 라디오입니다.

두 분 모셨습니다. 지역화폐협동조합 전 이사장이자, 목원대 금융경제학 명예교수로 지역화폐 철학과 구조를 연구해 오신 박경 교수님, 그리고 대전 소상공인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김영구 대전상인연합회 사무처장님입니다. 두 분 안녕하세요?
 
◆박경: 네, 안녕하세요.

◆김영구: 안녕하세요.
 
◇김세환: 반갑습니다. 요즘은 클릭 몇 번이면 집 앞까지 배송되는 시대잖아요. 현장은 체감이 더 심할 것 같은데, 특히 코로나 이후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영구: 코로나 시기와 이후를 나눠서 보면 확 차이가 있습니다. 코로나 때는 외식이 어려워지면서 집밥 문화가 확 늘었고, 그래서 전통시장에서 채소·생선·육류 같은 1차 식품은 그나마 버텼습니다. 하지만 의류·생활용품 같은 공산품 위주의 상점들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했고, 품목별로 타격이 크게 달랐습니다.
 
◇김세환: 네. 매출 흐름도 크게 바뀌었겠네요?
 
◆김영구: 그렇죠. 코로나 이후가 특히 중요했는데요. 코로나가 끝나고 조금 회복 기미가 보이던 시점에 '지역화폐 정책'이 없어졌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요. 이게 소상공인들에겐 굉장히 큰 타격이었습니다.
 
◇김세환: 지역화폐가 소상공인에겐 단비였죠. 그런데 왜 폐지된 걸까요? 교수님.
 
◆박경: 한때는 지역화폐가 포퓰리즘이다, 돈 풀기다 이런 비판이 있었습니다. 모든 지역이 동시에 발행하면 상쇄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도 있었고요. 하지만 그 연구가 간과한 게 '소비 전환 효과'입니다. 대형마트에서 쓰던 돈이 전통시장으로 옮겨오면 그 시장은 자연스럽게 살아납니다. 지역화폐의 핵심은 '돈의 지역 내 순환'입니다. 전통시장에서 돈을 쓰면 상인들은 그 돈으로 지역에서 다시 소비하고, 그 파급 효과가 굉장히 큽니다. 그런데 정치적으로만 해석해서 "돈 풀기"로만 본 건 문제가 있죠.
 
연합뉴스

◇김세환: 결국 지역화폐는 '공동체 화폐'라는 말씀이시죠?
 
◆박경: 맞습니다.
 
◇김세환: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늘 논란이 반복됩니다. 왜 이렇게 지역화폐만 나오면 뜨거워질까요?
 
◆김영구: 대전은 6~7년 전 '온통대전'이 지역화폐의 시작이었고, 코로나 직후 전통시장·골목상권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바뀌고 지역화폐가 '대전사랑카드'로 전환되면서 발급이 제한됐어요. 시민들이 사용할 수 없게 되니 소상공인은 더 어려워졌죠. 그동안 저는 "광역단체장이 바뀌어도 지역화폐는 의무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법률로 만들자"고 제안해왔습니다. 이번에 법률이 보완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세환: 네. 교수님, 지자체가 주도하는 지역화폐는 경제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박경: 지역 내 소비를 확대하고, 공동체적 소비를 강화하는 좋은 구조입니다. 다만 보완할 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전 전체로 발행하면, 중구·둔산 같은 번화가에 화폐가 몰리고, 동구·대덕구 같은 취약 지역은 여전히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구 단위 지역화폐'가 필요합니다. 최근 법이 바뀌면서 그 부분은 어느 정도 보완이 됐습니다.
 
◇김세환: 특정 업종에만 몰리는 현상도 있었죠?
 
◆박경: 맞습니다. 한때 학원 등 특정 업종 집중 문제가 있었습니다.
 
◇김세환: 교수님께서 칼럼에서 민간형 지역화폐도 언급하셨더라고요. 어떤 방식인가요?
 
◆박경: 해외는 원래 민간형이 먼저였습니다. 실업이 증가하면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화폐를 만들어 소비력을 보완하는 구조였죠. 한국의 지역화폐는 사실 '상품권'에 가깝습니다. 인센티브 10%를 주고, 상인들은 사용 후 바로 현금화하니까 순환 구조는 제한됩니다.
 
반면 민간형 지역화폐는 인센티브 없이 순환을 전제로 하는 공동체 기반 화폐입니다. 예를 들어 관저동에서 '관저화폐'를 발행하면, 주민이 생협에서 쓰고, 생협이 직원 임금을 지급하고, 그 직원이 또 지역 학원에서 쓰는 식입니다. 이게 진짜 의미의 지역화폐죠. 저희가 만드는 '한밭페이'도 이런 구조인데, 인센티브가 없다 보니 사람들에게 설득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김세환: 그러니까 결국 지역화폐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할인 받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공동체의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한다, 이런 말씀이시죠? 
 
◆박경: 그렇습니다. 지역화폐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경제적 목적, 또 하나는 공동체의 기를 살리는 목적. 이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합니다.

대전사랑카드와 중구통. 대전시·대전 중구 제공

◇김세환: 네, 알겠습니다. 우리 사무처장님께도 여쭤보고 싶은데요. 지역화폐의 장점은 공감대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이건 좀 아쉽다, 보완됐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소상공인들의 현실적인 목소리는 어떻습니까?
 
◆김영구: 상인분들은 온통대전이든 지금의 대전사랑카드든 공통적으로 '아쉬움'이 있습니다. 소득이 높은 병원·학원·약국에서도 지역화폐 사용이 가능하다 보니, 정말 어려운 1인 식당이나 골목 상권에는 돈이 잘 안 돌아요. 그러니까 '진짜 도움이 필요한 곳'까지 혜택이 도달하지 못하는 거죠. 그게 가장 아쉬운 점입니다.
 
◇김세환: 네, 특정 업종에 과도하게 몰리는 문제도 있고요. 그렇다면 정책을 설계할 때 어떤 부분이 보완되면 좋을까요?
 
◆김영구: 기본적으로 지역화폐는 가맹점 등록을 해야 사용이 가능하잖아요. 그래서 '어디서 무엇을 하는 가게인지'가 전부 사업자등록증으로 구분이 됩니다. 이걸 조금 더 세밀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은 30억 원 이상 매출 업종 일부만 제한하고 있는데, 귀금속 같은 업종을 더 배제한다든지 해서 혜택이 골목상권으로 흘러가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려운 상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김세환: 그렇군요. 전통시장에 정말 도움을 주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박경: 사실 저도 전통시장과 함께 여러 사업을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상인분들과 소비자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고, 서로 이해하고, 지역 안에서 순환 구조를 만들려고 했는데, 관 주도 지역화폐는 인센티브 주고 끝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민관 협력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천·부여 같은 곳이 그런 모델인데요, 지역화폐를 단순 '돈'이 아니라 얼굴 보이는 공동체 화폐로 활용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해요.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면, 지역화폐를 결제할 때 카드사·플랫폼 수수료로 매년 수십 억 원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저희 '한밭페이'는 지역 결제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서 이런 유출이 없어요. 이런 걸 같이 쓰면 지역 안에서 선순환을 만들 수 있는데, 아직 관심이 부족한 게 아쉽습니다
.
◆김영구: 저도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저희 가게도 '한밭페이' 가맹점입니다. 그런데 홍보가 부족해요. 전통시장 50곳 정도에 MOU를 맺고 확산시키면 "3% 사회환원" 같은 장점 때문에 오히려 참여하고 싶다는 상인들도 많을 겁니다. 그래서 교수님, 나중에 저희 상인연합회와 같이 협업할 수 있는 방안도 꼭 논의해보고 싶습니다.

◇김세환: 좋습니다. 방송 끝나고 꼭 한 번 더 이야기 나누시죠. 결국 민관 협력의 '키'는 지자체의 의지 아닙니까?
 
◆박경: 맞습니다. 여러 차례 건의를 드렸지만… 관심이 없었죠. 얼마 전까지 지역화폐 자체를 없애려 했으니까요. 지역화폐는 돈을 뿌리는 정책이 아니라 공동체를 성장시키는 정책입니다.
전통시장·상인회·마을금고·소비자 등이 함께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본연의 목적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세환: 내년 지방선거도 있으니, 후보들이 공공형·민간형 지역화폐 모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길 기대해봐야겠네요.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요, 끝으로 청취자 여러분께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김영구: 전통시장 상인분들, 정말 어렵습니다. 요즘 문 닫는 시간이 빨라진 것도 종업원이 없어서, 1인 점포가 많아서 그래요. 새벽같이 나와 일하고, 소비 시간은 줄고. 시민 여러분께서 그런 현실을 조금만 이해해주시고, 전통시장을 더 많이 찾아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박경: 결국 '돈의 철학'을 되찾아야 합니다. 지역화폐는 할인 혜택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예요. 지자체 재정에 의존하는 구조를 넘어서, 시민이 스스로 참여하고 지역 안에서 자립적인 순환이 일어나는 구조로 가야 합니다. 정부 지원이 중단되더라도 지역만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힘을 우리가 스스로 보여줬으면 합니다.
 
◇김세환: 네, 알겠습니다. 오늘 <우리 동네를 소개합니다>에서는 '지역 경제를 살리는 돈, 지역화폐'를 주제로 이야기 나눴습니다. 목원대 박경 명예교수님, 대전상인연합회 김영구 사무처장님, 두 분 고맙습니다.

◆김영구, 박경: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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