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우승팀 LG가 한국 시리즈(KS) 최우수 선수(MVP)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김현수(37)가 다수의 러브콜 속에 kt를 선택했다.
kt는 25일 "FA 외야수 김현수와 3년 50억 원(계약금 30억 원·연봉 총액 20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2018년부터 활약했던 LG를 떠나 마법사 군단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김현수는 메이저 리그(MLB)에서 2년을 뛴 뒤 친정팀 두산이 아닌 '잠실 라이벌' LG를 선택했다. 이후 2022시즌을 앞두고 LG와 4+2년 최대 115억 원에 재계약했다.
성과는 좋았다. 김현수는 8년 동안 LG에서 100경기 이상씩 출전하면서 평균 93타점 이상을 생산해냈다. 2023년과 올해 LG의 통합 우승에도 기여했다. 특히 올해 한화와 KS에서는 17타수 9안타(타율 5할2푼9리) 1홈런 5볼넷 8타점 맹활약으로 MVP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LG도 김현수와 동행을 이어가길 원했다. 주장 박해민은 KS 우승 뒤 "(김)현수 형과 남으면 가장 좋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박해민은 LG와 4년 최대 65억 원에 잔류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수원행을 택했다. 당초 김현수가 옵션을 채웠다면 LG와 2년 25억 원 계약이 이뤄지지만 연장 계약 조건이 성사되지 못했다. KS 맹활약으로 김현수는 더 좋은 3년 50억 원 보장 계약을 하게 됐다.
그렇다면 김현수의 공백은 얼마나 될까. LG는 2023시즌 우승 뒤 마무리 고우석의 미국행에 따른 전력 누수가 발생했다. 여기에 주축들의 부상 속에 지난해 정규 리그를 3위로 마쳤다. 박해민을 잡았지만 김현수를 놓친 변수가 생겼다.
김현수는 전성기는 지났지만 올해 140경기 타율 2할9푼8리 12홈런 90타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을 이끄는 클럽 하우스 리더 역할까지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공헌도도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LG로서는 김현수가 우타 거포 외야 자원 이재원(현 상무) 등이 성장할 때까지 2년 정도 더 남아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김현수는 떠났고, LG는 공백에 대비해야 한다. 다행인 점은 LG의 외야 전력이 두텁다는 것이다. 주장 박해민이 남은 데다 홍창기, 주전급 백업 문성주에 이재원도 제대를 앞두고 있다. 리더십 공백도 주장 박해민이 잔류해 최소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LG로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KS에서 보듯 김현수는 좌익수 수비에서 주력이 살짝 떨어져 아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공격력은 다소 아쉽지만 수비 면에서 강해질 요인이 있다.
올해 FA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유격수 박찬호(두산)에 대해 LG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건재한 데다 수비가 강점인 슈퍼 백업 구본혁까지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전력층이 두꺼운 LG다.
LG는 고우석이 떠난 뒤 2024시즌 유영찬이 마무리를 맡아 26세이브를 올리며 나름 선전했다. 다만 우승 후유증 때문인지 주전들의 부상으로 2연패는 무산이 됐다. 내년에는 다시 김현수의 공백 속에 2연패에 도전한다.
10개 구단 중 2020년대 최초로 2번째 우승을 거둔 LG. 왕조 구축을 위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내년 시즌 과연 김현수 공백을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