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별세한 배우 고(故) 이순재에게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다. 반세기 넘게 한국 대중문화예술 발전과 국민 문화 향유에 기여한 공적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기린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휘영 장관이 이날 저녁 서울아산병원 빈소를 찾아 유족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금관문화훈장은 문화훈장 가운데 최고 등급으로, 최근 배우에게 추서된 것은 2021년 윤여정, 2022년 이정재 이후 3년 만이다.
고 이순재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뒤 드라마·연극·예능·시트콤 등 전 장르에서 활동한 '현역 중의 현역'이었다. 140편이 넘는 작품 속에서 보여준 진정성 있는 연기, 인간적인 태도, 세대를 초월한 친근함은 그를 '국민배우'라는 호칭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만들었다.
문체부는 "고인은 한국 연기예술의 역사를 써 내려간 최고참 배우였다"며 "후학 양성, 국회 의정 활동 등 예술계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문화예술인이었다"고 추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무대에 올랐던 고인은 건강 문제로 중도하차했지만 복귀 의지를 다지며 재기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이날 새벽 향년 91세로 생을 마감하며 무대와의 이별을 남겼다.
최휘영 장관은 "고 이순재 배우는 예술성과 도덕성을 함께 갖춘 귀한 예술인이었다"며 "그의 연기와 삶의 궤적은 앞으로도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정부의 이번 추서는 단순한 예우를 넘어, 한 시대를 대표한 예술가의 공적과 삶을 국가가 공신력 있게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7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연기의 무게와 인간의 품격을 동시에 보여준 배우, 그 마지막 순간에 국가가 가장 높은 문화훈장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