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등록증 수개월 지연…광주 유학생 수천 명 '혼란'

수천 명 등록증 발급 지연에…은행·의료·결제 '올스톱'
발급 담당 단 한 명…늑장 처리에 유학생들 '일상 붕괴'
1만 명 유치 외치던 광주…찬물 끼얹은 출입국 사무소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 전경.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 제공

법무부 산하 광주 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한국 생활에 필수적인 외국인등록증을 제때 발급하지 못하면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9월 광주의 한 국립대학에 입학한 유학생 A씨는 한국에 온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외국인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아 각종 신분 확인 절차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상적으로 비자를 받고 입국했지만 일상생활 전반에서 여러 제약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등록증은 외국인의 주민등록증으로 은행 계좌 개설부터 카드 발급, 휴대전화 개통까지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하다. 그러나 석 달이 지나도록 등록증을 받지 못하면서 A씨는 근로장학금을 받지 못하고 온라인 결제나 생활비 인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A씨는 "장학금을 받을 은행 계좌가 없어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며 "본국에서 사용하던 카드는 한국 ATM에서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생활비 인출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자국에서 발급받은 카드 사용 시 수수료 부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학교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여러 대학은 외국인등록증 발급 지연이 단순한 행정 절차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입국한 유학생들이 '생활 자체가 어려운 수준'의 불편을 겪는 상황이라고 전한다.

실제로 광주에서만 외국인등록증을 제때 발급받지 못한 유학생이 수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일부 사립대학들은 이러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국인등록사실증명서 발급을 지원하고 있다. 급히 출국해야 하거나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유학생이 등록증 실물이 없어 어려움을 겪을 경우, 증명서 발급 절차를 안내하고 항공사나 의료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보완 조처를 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하는 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인력 부족 때문이다. 광주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외국인등록증 발급을 전담하는 직원은 단 한 명뿐으로, 수천 건의 업무를 사실상 혼자 처리하며 발급 속도가 극도로 더딘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8~9월 외국인등록증 관련 신청이 4200건 넘게 몰리며 사무소는 사실상 업무 마비에 빠졌다. 해당 기간 접수된 외국인등록 신규 신청은 2429건, 재발급 신청은 1775건으로 집계됐다. 급증하는 업무량에 비해 추가 인력은 1명 충원에 그쳤다.

광주 출입국·외국인사무소 관계자는 "등록증 발급을 전담하는 인력은 원래 한 명뿐이며, 유학생 입국 시기처럼 신청이 급증할 때만 일부 인력이 한시적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외국인 유학생 1만 명 유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출입국 사무소의 인력난이 정책을 가로막고 있다. 불법체류 관리 강화로 심사가 엄격해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대학 관계자들은 이를 고려해도 발급 속도가 지나치게 늦다고 지적한다.

유학생들이 국내 생활에 장기간 불편을 겪는 만큼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하는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조속한 인력 확충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출입국관리직 공무원은 외국인등록을 비롯해 체류자격 변경, 체류기간 연장, 각종 신고 수리 등 다양한 출입국·이민 행정 업무를 동시에 맡는다"며 "특정 인원이 외국인등록증 발급만을 전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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