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아시아 최대 부호로 꼽히는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25일 만나 반도체, 통신, 데이터센터, 배터리 등 신사업 분야에 대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도 함께한 이번 회동 자리에서 암바니 회장은 갤럭시XR과 마이크로 RGB 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의 신기술도 체험했다. 최근 이 회장은 글로벌 재계 주요 인사들과 두루 만나며 협업 성과를 내왔던 만큼, 이번에도 '빅 딜'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암바니 회장은 이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했다. 그의 장남인 아카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지오 인포컴 이사회 의장도 함께했다. 부자가 같이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한 당일 이뤄진 이 회장과 암바니 회장의 서초사옥 회동에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김우준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장, 최주선 삼성SDI 사장, 이준희 삼성SDS 사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남궁홍 삼성E&A 사장, 이재언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등 삼성전자와 계열사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삼성은 만찬까지 이어진 이 자리에서 암바니 회장에게 △인공지능 △확장현실(XR) △파운드리 △AI 데이터센터 △차세대 통신 △미래 디스플레이 △클라우드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플랜트 건설과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신기술을 소개했다.
릴라이언스는 1958년 암바니 회장의 아버지인 디루바이 암바니가 향료, 섬유 유통업체로 설립했으며, 현재 인도 최대 기업으로 성장해 에너지와 석유화학, 유통, 이동통신, 미디어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주력 계열사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2025회계연도 연결 기준 매출액은 10조 7117억루피(약 177조 원)에 달한다.
특히 릴라이언스는 최근 인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는 등 AI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출범한 자회사 릴라이언스 인텔리전스는 메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손잡고 AI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ESS와 배터리, 차세대 네트워크 설루션 등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이번 회동에서) 양사 간 전방위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릴라이언스와 삼성은 이미 협업 경험도 있다. 2012년 인도 최대 통신사인 릴라이언스 지오와 4G 네트워크 구축 계약 체결을 계기로 사업 협력이 본격화 됐으며, 양사는 2022년 12월에는 5G 무선 접속망 장비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양사의 관계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때부터 맺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암바니 회장이 만난 건 작년 7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암바니 회장의 막내 아들 아난트 암바니의 결혼식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이 회장은 2018년 암바니 회장의 장녀 이샤 암바니의 결혼식과 2019년 장남 아카시 암바니의 결혼식에도 모두 참석했다.
한편 이 회장은 최근 글로벌 재계 거물들과 잇따라 만나며 네트워크 강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과 서울 한남동의 삼성그룹 영빈관 '승지원'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AI 등 차세대 기술 기반 미래 모빌리티 기술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과 만나 AI 팩토리 구축, 차세대 메모리·파운드리 공급, AI-RAN 등 전방위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