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뒤 중국의 압박은 경제를 넘어 군사대결로까지 번지고 있지만 양국은 물러설 기미가 없다. 우리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는 모양새지만 날로 악화하는 양국관계는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중일 연달아 만나며 '균형' 강조한 李대통령
우리 정부는 중국과 일본의 갈등상황에 거리두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기내 간담회에서 중일갈등에 대해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을 냉철하게 지켜보고 대한민국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대한민국 국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리창 중국 총리, 다카이치 일본 총리와 연이어 만나며 중일 사이 '균형'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약간 무리하기는 했는데, 중국 총리하고 면담도 하고, 또 거기에 맞춰서 일본 측에도 특별히 요청해서 일본 측과 균형을 맞춰서 또 정상회담도 간략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한일간 만남이 예정돼있지 않았지만 양국 관계를 의식해 연쇄 한중, 한일 회담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문제 적극관여 않는 美…"中이 압박할 수 있는 여지"
이 대통령은 중일갈등에 대해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크게 어떤 위협 요인이 생기거나, 또는 갈등 요소가 추가되거나 그러지는 않다"고 진단했지만, 갈등이 장기화됐을 때는 상황이 다르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 대만 문제에 방관하는 입장을 보이는 것이 미국의 중국 견제에 발맞춰 온 동맹국들의 입장에선 딜레마다.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며 양국 국빈방문과 무역협상 이행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대만 문제에 있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반면 중국 측은 "미국은 중국에 있어 대만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한다"는 트럼프의 언급을 공개하며 온도차를 보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이번 갈등에서 동맹국에 대한 충분한 지원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중국 입장에서 미국의 동맹국에 더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역내 中 압박 커질 수도…"관계 설정 모색해야"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성사로 미중갈등이 해빙무드로 접어들면서, 중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정부도 미중관계의 흐름을 보며 중국과의 관계설정을 모색해야 하는 입장이다. 미국의 방관 속 동맹국을 향한 중국의 압박이 일본을 지나 한국을 향할 가능성도 있다.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팩트시트에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이 강조됐고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중국은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중국이 일본과의 전면전으로 한국을 향한 비판에 수위를 조절하고 있지만 향후 대만을 둘러싼 논리와 수사를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연구소 이기태 선임연구위원은 "미일안보조약에 따르면 극동조약에 한반도와 대만이 포함되며 집단적 자위권 논리가 연결된다"며 "우리도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대만 문제와 무관치 않기 때문에 일본의 사례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