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 사상' 제주 우도 승합차 돌진사고…원인 조사 착수

경찰, 60대 운전자 긴급체포…"급발진 주장"
합동감식 진행…"CCTV 분석 결과, 브레이크등 안 켜져"
제주시, 피해자·가족 지원…주민들 "이런 사고 처음" 충격

지난 24일 제주 부속섬 우도에서 승합차가 행인들을 치고 전신주를 들이받은 모습. 우도 주민 제공

제주 부속섬 우도에서 승합차 돌진사고로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운전자가 주장한 급발진 가능성과 운전 미숙 등을 포함해 사고 원인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승합차 렌터카 운전자 6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했다고 25일 밝혔다. 다만 A씨가 현재 입원 중이라 경찰은 병원에서 신변 관리를 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4일 오후 2시 47분쯤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에서 승합차를 몰다 행인들을 잇따라 들이받아 3명을 숨지게 하고 11명을 다치게 한 혐의다.

당시 A씨 등 6명이 탑고 있던 승합차는 도항선에서 하선 직후 갑자기 약 150m를 돌진해 행인 7명을 치고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보행자 2명과 승합차 동승자 1명 등 총 3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A씨 등 11명도 중경상을 입어 치료 중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량 RPM이 갑자기 올라갔고 그대로 차량이 앞으로 갔다"며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우도 사고 현장. 우도 주민 제공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도로교통공단 등과 함께 오전 8시부터 약 6시간 30분 동안 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를 추출하고 제동장치와 가속 페달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량 파손이 심해 현장에서 EDR을 분리하기 어려워 기상이 호전되는 대로 차량을 본섬으로 옮겨 재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확보한 사고 현장 주변 CCTV 분석 결과 사고 당시 승합차의 브레이크 등이 켜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고, 운전자가 주장한 급발진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이틀째인 이날 주민들은 여전히 충격에 빠져 있다.

사고를 직접 목격한 60대 여성 김모 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사고 장면을 정면으로 보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차가 돌진했다"며 "저는 괜찮지만 사망자가 있어서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이륜차 대여업을 하는 40대 남성 박모 씨는 "손님을 마중하러 잠시 위층에 올라간 사이 사고가 났다. 내려가보니 승합차에서 사람들을 끄집어 내고 있었다"며 "10년 넘게 우도에서 일하면서 이렇게 큰 사고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행정당국은 피해자와 가족 지원에 나섰다.

제주시는 피해자별 1대1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의료 지원과 환자 관리를 하고 있다. 또 각 이송 병원에 팀장급 이상 공무원을 배치해 치료 현황을 파악하고 가족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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