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마약류가 담기지 않은 상자였더라도, 마약이 들어있는 줄 알고 주고받거나 소지했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마약거래방지법·특정범죄 가중처벌법(향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모(32)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정씨는 지난해 7월 경기 안산에서 마약류 판매상 지시에 따라 장난감이 들어있는 국제우편물 상자를 마약류로 인식하고 수거해 소지한 혐의로 기소됐다.
실제 마약류는 이미 세관 적발로 제거돼 장난감만 들어있었다. 하지만 정씨는 이를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거래방지법에 따르면 마약류 범죄를 범할 목적으로 '약물이나 그 밖의 물품을 마약류로 인식'하고 양도·양수하거나 소지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해당 조항에서 '그 밖의 물품을 마약류로 인식'한다는 부분이 이 사건의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문언상 마약류 인식의 대상으로 '약물이나 그 밖의 물품'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물품의 형상, 성질 등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어떤 물품이라도 마약류로 인식됐다면 이 사건 조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은밀하게 이뤄지는 마약류 범죄 특성상 일반적으로 내용물이 감춰져 있는 상태로 유통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마약류 자체만 유통되는 경우와 비교해 행위의 위험성과 처벌의 필요성 등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마약류 범죄를 범할 목적으로 상자 등의 내부에 마약류가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양도·양수 또는 소지했으나 실제로는 그 내부에 마약류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이 조항을 위반한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