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 연기 인생 마침표…'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 떠나다

25일 세상을 떠난 배우 이순재. 황진환 기자

원로 배우 이순재가 오늘(24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오랜 시간 드라마, 연극, 영화, 예능 등 매체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해 온 '현역 최고령 배우'가 눈을 감았다. 향년 91세.

1934년생으로, 함경북도 회령 출신인 이순재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1960년에는 KBS 1기 탤런트로 발탁됐다.

올해로 연기 인생 69주년을 맞은 고인은 수많은 대표작과 캐릭터를 보유한 배우이기도 하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는 대발이 아버지 역을 맡아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신드롬적인 인기를 누렸던 사극 '허준'에서는 허준의 스승 유의태 역으로 작품의 중심을 잡았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과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는 본명 이순재 역으로 물 오른 코믹 연기를 선보여, 젊은 층을 비롯해 더 폭넓은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사극 '이산'에서는 손자인 정조를 사랑하지만 그렇기에 더 엄격할 수밖에 없는 카리스마 있는 제왕 영조로 분해 대표작을 추가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서울시향에서 정년 퇴임한 오보에 연주자(오보이스트) 김갑용 역을, '공주의 남자'에서는 충정 가득한 '호랑이' 대신 김종서 역을, '마의'에서는 백광현의 스승이자 정신적 지주인 고주만 역을, '돈꽃'에서는 빠른 눈치와 정확한 계산 능력으로 청아그룹을 키운 장국환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2023년에는 tvN 단막극 '산책'에서 아내 귀애가 돌보던 개 순둥이를 산책시키는 독거노인 순재 역을, '개소리'에서는 어느 날 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가운데 우연히 나타난 은퇴 경찰견 소피와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이순재 역을 연기했다.

배우 이순재. 영화사 두둥 제공


'윤심덕' '춘원 이광수' '물망초' '영자의 전성시대' '집념' 등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다수 영화에 출연한 고인은 2000년대에도 '굿모닝 프레지던트' '그대를 사랑합니다' '덕구' '로망' '안녕하세요'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다.

애니메이션 '업'에서는 칼 프레드릭슨 역 더빙으로 화제를 모았고,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통해 본격 예능에 도전했다. 이순재는 노익장 배우들과 함께 해외 여행을 떠나는 '꽃보다 할배' 시리즈에서 수준급의 영어 실력과 행동력으로 '직진순재'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사랑별곡' '갈매기' '법대로 합시다' '세일즈맨의 죽음' '사랑해요 당신' '앙리할아버지와 나' '장수상회' '협력자들' '그대를 사랑합니다' '망자 죽이기' '동굴 가족' '리어왕' '바람, 다녀가셔요' '아트' '위선자 따르뛰프'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등 전국 투어를 동반한 연극 무대에 올라 말년을 보냈다.

문화의 날 보관문화훈장, 2007 MBC 연기대상 황금연기상, 2007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 2008 MBC 연기대상 PD상, 제45회 백상예술대상 공로상, tvN10 어워즈 예능 아이콘, 제27회 이해랑연극상 특별상, 제9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KBS를 빛낸 50인, 제13회 아름다운예술인상 공로상 등을 거쳐 2024 KBS 연기대상에서 배우로서 첫 대상을 받았다.  

정치인 이력이 있는 연예인이기도 하다. 1992년 제14대 총선에 민주자유당(민자당) 후보로 서울 중랑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고, 이듬해 민자당 부대변인을 맡았다. 또한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등 강단에 서서 후학 양성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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