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참석을 계기로 이어진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 대해 "중동은 우리 외교의 한 중요한 축"이라고 요약했다.
"중동은 외교의 중요한 축…UAE 방문이 가장 큰 성과"
이 대통령은 이날 막을 내린 G20 정상회의 등 남아공 일정을 모두 소화한 뒤 튀르키예로 이동하는 공군 1호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에 방문한 3개국은 역시 중동지역의 핵심 국가"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방문을 한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집트, 튀르키예에 대해 "대한민국과의 역사적 관계도 특별하고, 방위산업이라든지 무역투자, 각종 협력 분야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아이템들도 발굴하고 기존의 협력 관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기반을 단단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핵심 국가 중심으로 (순방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외교 일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튀르키예를 제외한 3개국 중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둔 나라로는 UAE를 꼽았다.
이 대통령은 "아무래도 UAE가 가장 큰, 구체적인 성과가 있는 것 같다"며 "사전에 강훈식 비서실장이 특사로 가서 협업할 수 있는 분야들을 많이 정리했고, 또 구체적인 사업도 다 발굴을 했기 때문에 아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큰 성과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강 실장은 UAE 현지 브리핑을 통해 UAE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인 스타게이트 건설 사업과 관련해 200억 달러, 방산 수출에 150억 달러 등의 수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외국 정상들이 K-방산 얘기"…방산 고리로 한 외교 가능성도 열어둬
이번 순방국들과 공통적으로 논의에 나서고 있는 방위산업(방산)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외국 정상들에게 방산 얘기를 많이 하기도 하지만, 외국 정상들도 (한국의) 방산 얘기를 많이 한다. 매우 놀라워한다"며 국제사회에서의 K-방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느꼈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의 무기를 구매하는 것만이 아니고, 공동개발, 공동생산, 공동판매를 비롯한 '시장 개척'에 관심이 많다"며 "실제 수출 성과를 내야하고, 실제 결과도 조만간 나오게 될 것이다. 상당히 전망이 좋은, 또 해야 될 분야"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중동만 해도 다들 언제 예측을 넘어 갑작스런 급변 사태가 생길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한다"며 "방산 분야 협력을 하게 되면 군사안보 협력을 안 할 수가 없다. 국가 간 관계도 밀접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방산 협력을 계기로 하는 새로운 외교 협력체 구성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집트, 사전 준비 부족…정부기관, 다 따로 논다" 질타도
반면 이 대통령은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2번째 순방국인 이집트에 대해서는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그렇고, 우리 실무진들도 크게 기대를 안 했던 것 같다"면서도 "알시시 대통령과 예정된 시간의 2배 가까이 대화를 했는데, 마지막에 한국과 이집트 간 협력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좋은 제안들을 많이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에 따르면 알시시 대통령은 단독 회담에서 카이로 공항 확장 계획을 밝히며 3~4조원대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해 확장공사는 물론 관리·운영에도 나서줄 것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그 외에도 방위산업 협력 등 구체적 협력 얘기도 많이 했다"며 "우리가 미리 좀 구체적으로 노력하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더라면, 또 오랫동안 교류 협력을 축적해 왔더라면, 지금의 이집트-한국 관계를 훨씬 넘어서는 더 밀도 있는, 더 큰 협력이 가능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흡했던 준비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이라도 (오게 돼서)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알시시 대통령에게 국빈으로 한국에 오시라고 초청을 드렸는데, 오시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실무적인 협의를 거쳐서 지금 난삽하게 얘기가 됐던 각종 협력 사안에 대해 충분히 준비를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에 있어 각 부처간 긴밀한 협업이 이뤄지지 않은 점 또한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소위 '통상국가'인데, 해외 순방을 다녀보면서 느낀 것은 대한민국의 대외관계 관리가 '분절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기관마다) 다른 것으로 나뉘어 있다"며 "(어느 한 나라에 대한 외교에 나설 경우)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기획재정부는 따로 무엇을 하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 관련 사업을 하는데 (타 기관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KOTRA)는 코트라대로 따로 다 놀고 있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어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며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외교 분야를 정리하고, (외교 상대국과) 한국과의 협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좀 더 세밀하게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中과 경제협력, 국익에 부합…대부분 국가가 다자주의에 동의"
이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각각 연쇄회동을 가진 이 대통령은 중일간 갈등 심화, 한중 외교 방안과 관련한 질문에는 "대한민국의 외교의 기본적 원칙은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하되, 중국과의 관계는 안정적으로 잘 관리한다는 것"이라며 "중국과의 경제협력, 또는 민간교류 확대는 대한민국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견제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협력할 분야를 찾아서 적극적으로 협력을 하고 있는 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이라며 "현재 상황을 냉철하게 지켜보고, 대한민국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대한민국 국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G20 정상회의가 미국 등의 보호무역 기조에 맞서 자유주역주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다자주의를 훼손하지 않게 하는 생각에 대해 대한민국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 국가가 동의했다"며 "자유무역 질서라고 하는 것이 결국은 모든 국가가 함께 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결국 그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역할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北, 다 단절해 안타깝다…과거 정부 업보 탓에 그 이상 노력해야"
튀르키예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아무리 적대적인 국가간이라도 비상연락망은 가지고 있다. 오른 손으로 싸우면서도 왼손으로 악수하고 그러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데, 여기는 완전히 다 단절했다"며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현 상황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대북 방송을 왜 하나. 쓸데없이. 그런 바보짓이 어디 있나", "미전향 장기수들 나이들이 다 90세가 넘어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분들인데 북한으로, 자기 고향으로 가겠다는 것을 뭘 막느냐", "흡수통일, 그런 얘기를 왜 하나. 거기서 생겨나는 엄청난 충돌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원색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된 남북 간 긴장감을 조성했던 조치들과, 흡수통일론을 주장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유엔총회에서 발표했던 한반도 비핵화를 골자로 하는 'E.N.D. 이니셔티브'를 자신이 "말씀드렸지만 북한과는 교류를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핵개발을 중단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아니냐"며 과거 정부가 쌓은 "업보를 줄이기 위해서 그 업보를 쌓은 노력 이상의 노력을, 더 많은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