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고점론과 함께 주식시장 조정의 원인으로 꼽히는 유동성 우려가 다음달 해소될지 관심이 쏠린다. 유동성 회복 신호는 최근 급락한 비트코인의 반등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1일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 기준 8만달러까지 하락했다. 지난달 초 사상 최고치인 12만 6천달러에서 36.5% 급락한 수준이다.
이는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 예상상과 유사한 움직임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12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것이란 예측이 지난달 13일 95.46%에서 이달 19일 30.07%까지 급락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은 11만 5천달러에서 9만 3천달러로 19.1% 하락했다. 유동성 영향을 받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2.7% 떨어진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즉 AI 고점론과 함께 주식시장과 비트코인, 금 등 모든 자산의 상승 랠리를 이끌던 유동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비트코인이 유동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다.
유동성 회복의 핵심인 12월 FOMC 결과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지난 9월과 10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한 배경은 고용 악화다. 고용 악화로 인한 경기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지난 20일 나온 9월 고용지표는 신규 고용이 11만 9천명으로 예상치(5만 5천명)를 크게 웃돌았지만, 앞서 발표된 고용이 감소한 것으로 수정됐고 실업률도 6월 이후 매달 0.1%p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향을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다.
여기에 최장기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기능정지) 영향으로 10월 고용지표는 발표가 취소됐고, 11월 지표는 FOMC 이후인 12월 16일로 연기됐다. 금리를 결정할 연준 위원 12명 가운데 인하에 긍정적 4명과 부정적 6명 등으로 의견이 엇갈린 상태다.
이 같은 불확실성 확대가 주식시장과 가상자산 등의 조정을 부른 것으로 관측된다.
NH투자증권 나정환 연구원은 "금리 불확실성은 셧다운 종료 이후 발표되는 미국 물가와 고용 데이터가 공개되기 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연준이 예고한 양적긴축(QT)이 다음달 1일 종료되면 유동성에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연준은 2022년 6월부터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만기가 도래한 보유 채권에 재투자하지 않거나 매각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줄여왔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연방정부 일반계정(TGA) 방출 본격화와 연준 QT 종료의 결합으로 시중 달러 유동성 공급은 재차 확대일로로 돌아설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12월 금리 동결에도 국내외 증시 영향은 익히 알려진 선반영 노이즈의 재확인 수준으로 크게 한정될 개연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12월 금리 인하 실시는 예상 밖 서프라이즈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내외 증시 산타 랠리를 이끌 긍정 요인으로 기능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서정훈 연구원은 "10월 FOMC 의사록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연준 내부 의견은 박빙으로 엇갈렸으나 결론은 다수의 찬성으로 인하가 결정됐다"며 "아직 고용시장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지 않았지만 선제적으로 인하 조치를 해 두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용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 연구원은 이어 "최근 연속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근 4년래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용 동향이 여전히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12월 FOMC에서도 같은 논리가 활용될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 같은 유동성 회복의 신호는 비트코인 가격으로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은 위험자산 중 유동성 흐름에 가장 민감한 자산 가격으로 유동성 축소 위험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해 왔다"면서 "유동성 위축에 따른 위험자산 기피 현상의 완화 여부 시그널 중 일차적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 안정 혹은 반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