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당시 탑승객이 지녔던 회중시계가 최근 영국 경매에서 178만 파운드(약 34억 원)에 낙찰됐다. 이 시계는 타이타닉에 탑승했던 뉴욕 메이시백화점(Macy's) 공동 소유주이자 미국 정치인인 이시도어 스트라우스와 그의 아내 아이다 스트라우스의 사연이 담긴 유품이다.
22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경매는 영국 월트셔주(州) 데비지스에 위치한 '헨리 알드리지 앤드 선' 경매장에서 열렸다. 회중시계는 타이타닉호 침몰 후 이시도어의 시신에서 발견돼 가족에게 반환됐으며, 이후 여러 세대를 거쳐 내려오다 그의 증손자인 케네스 홀리스터 스트라우스가 수리·복원해 경매에 출품한 것이다.
해당 시계는 덴마크 시계 브랜드 '율스 위르겐센'의 제품으로 18K 금제 회중시계다. 뚜껑 안쪽에는 '1888년 2월 6일'이라는 날짜와 이니셜이 새겨져 있다. 타이타닉이 침몰한 오전 2시 20분에서 멈춘 상태로 발견됐으며, 이시도어의 43번째 생일에 아내가 선물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트라우스 부부는 타이타닉 침몰 당시 구명보트를 거부하고 함께 죽음을 맞이한 일화로 유명하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시도어는 보트 수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탑승을 사양했고, 아이다는 남편 곁을 지키겠다며 함께 남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은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갑판에 서 있다가 물에 잠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매사 앤드루 올드리지는 "이 시계의 높은 낙찰가는 스트라우스 부부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며, 타이타닉 이야기의 지속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이다 스트라우스가 배 안에서 작성한 편지도 같은 경매에서 10만 파운드(약 1억 9천만 원)에 낙찰됐다. 이 편지는 타이타닉호의 공식 문구가 찍힌 편지지에 스트라우스 부인이 직접 배 안에서 작성해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타이타닉 생존자 700여 명을 구조한 증기선 카파티아호의 선장이 소지했던 금제 회중시계가 당시 최고가였던 156만 파운드(약 30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