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는 존재 아냐"…미용인 넘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길[왓더OTT]

[인터뷰]
쿠팡플레이 예능 '저스트 메이크업' 손테일·파리금손·오 돌체비타
"손까지 떨었지만 도전 위해 참가했죠, 잘 된 메이크업은…"
"어머니 등장에 현장 모두 녹아내려"…후배들 향한 조언도

'저스트 메이크업'은 K-뷰티를 대표하는 60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우승 상금 3억 원을 놓고 경쟁하는 메이크업 서바이벌이다. 단순한 뷰티 경연을 넘어 회화·패션·문학·공연예술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쿠팡플레이 제공

'붉은말, 카마데누, 어미 인어…'

메이크업을 통해 한 폭의 예술 작품이 탄생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아트의 경지"라는 찬사가 이어진 가운데, 쿠팡플레이 예능 '저스트 메이크업'에 참가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예술적 창작의 영역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결승 무대에서 우승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 손테일(손주희)·파리금손(김민)·오 돌체비타(오현정)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 참여에 대한 소회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의 생각을 전했다. 오 돌체비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어떤 댓글을 보니 '미용인'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아티스트'라는 말이 붙는 이유를 이 방송을 보고 알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단순히 누군가를 꾸미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감성을 통해 누군가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고심한다"며 "라인을 예쁘게 그리거나 예술사를 넣는다고 해서 예뻐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사람이 가진 본연의 미를 발견하려면 아티스트로서의 감정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태일. 쿠팡플레이 제공

손테일은 "얼굴을 만지는 일은 상대와의 교감이 중요하고 서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만족도도 있어야 한다"며 "메이크업은 살아 숨 쉬는 아트라 생동감이 있고 마음이 닿는 예술인 만큼 의미를 지닌 직업"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달라진 변화에 대해 "과거에 비해 배울 수 있는 시장은 많아졌지만 전문적으로 배우려는 사람은 줄어 전문 학원이 축소되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최근에는 외국인 수강생이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10%도 안됐는데 이제는 절반을 넘을 때도 있다"고 짚었다.

해외에서 20여 년간 활동해 온 파리금손은 해외에서 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영역은 확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후 변화로 나비의 색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한 친구가 '그걸 메이크업으로 표현해 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을 했는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죠."

이어 "내가 너무 내 것만 생각하고 산 것 같았다. 주변을 돌아보고 메이크업을 통해 아티스트로서 메시지를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았다"며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메이크업으로 활용해 자유롭게 전달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손까지 떨었지만 도전 위해 참가했죠, 잘 된 메이크업은…"

손테일·파리금손·오 돌체비타는 작품 공개 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봐 준다고 웃었다. 영감을 얻는 방식에 대해 손테일은 '음악', 파리금손은 '관찰', 오 돌체비타는 '요가'를 각각 꼽았다. 사진은 오 돌체비타의 '어미 인어'. 쿠팡플레이 제공

참가자들은 라운드마다 실력을 입증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연출을 맡은 심우진 PD도 앞선 인터뷰에서 "해 뜨기 전에 모여 촬영을 시작해 다음날 해가 뜨면 갔다"고 밝힐 정도로 치열한 경연이었다.

오 돌체비타는 "평소엔 긴장하지 않은 편인데 시간을 보며 메이크업하니 손이 떨리더라"며 "모델이 손잡아주며 오버립을 완성했는데 오히려 그게 극찬받았다"고 웃었다.

이미 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만큼 프로 아티스트끼리 맞붙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지만 참가자들은 도전에 의미를 두고 참가했다고 한다.

손테일은 "제안받았을 당시 약간 발전하지 못 하고 있는 느낌이어서 도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나를 테스트해 볼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주변에서 경력으로 보면 심사위원이라고 얘기를 해주셨는데 저는 아쉬움이나 서운함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오 돌체비타도 "외국 브랜드에 다니다 보니 저희 전체를 욕 먹일 수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 내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왔는지 적나라하게 파헤쳐 보고 싶었다"고 전했고, 파리금손 역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서 떨어지더라도 내 걸 하고 떨어지자는 마음으로 고민 끝에 출연했다"고 밝혔다.

파리금손. 쿠팡플레이 제공

촬영 과정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메이크업과 아쉬원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파리금손은 "붉은말은 제가 봐도 콘셉트를 잘 짰다. 평소 크리에이티브하게 접근했는데 나를 보여주는 미션이지 않았나 싶다"며 "K팝 그룹 아이돌 무대 미션은 K뷰티의 완성체다 보니 좀 어려웠다. 이 경연을 통해 접근하는 방식을 많이 배웠다"고 떠올렸다.

손태일은 "카마데누는 제가 봐도 만족스러운 그림이 나왔다. 고상우 작가님 작품에 푹 빠져 있어서 최대한 모든 요소를 담아내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며 "아쉬운 점은 1라운드에서 스모키를 더 하려고 했는데 못하고 끝나서 그때는 떨어질 줄 알았다"고 웃었다.

오 돌체비타는 4라운드 '뉴 페이스' 미션에서 차인표 작가의 소설 '인어사냥'에 등장하는 '어미 인어' 메이크업을 꼽았다. 그는 "차인표 선생님의 표정에서 경외심을 느꼈다"며 "작가에 대한 존경심을 담고 메이크업으로 메시지까지 연결해 소설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인어를 잘 창작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어머니 등장에 현장 모두 녹아내려"…후배들 향한 조언도

오 돌체비타의 '카마데누' 무대. 쿠팡플레이 제공

참가자뿐만 아니라 심사위원들까지 눈시울을 붉힌 오 돌체비타의 '카마데누' 무대 뒷얘기도 전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모델로 세워 눈길을 끈 바 있다.

오 돌체비타는 "어머니를 평가의 대상으로 두는 건 어려운 선택이었다. 그런데 카마데누 안에서 얻은 답은 어머니였다"며 "내 표현력 하나로 어머니가 여신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사실 어머니는 모든 출연자가 각자 어머니를 데려오는 줄 알고 계셨다"고 웃었다.

이어 "어머니가 긴장하셔서 피부를 진정시키는 데만 20분 걸렸다"며 "어머니가 포즈를 물어보셔서 '허리에 손 올리면 될 거 같다'고 했는데 정샘물 선생님이 딱 그 얘기를 하시더라"고 떠올렸다.

손테일도 "큰 LED 전광판에 어머니 얼굴이 가득 차 있었다. 긴장된 어머니 표정에 눈이 빨개지시는데 모두가 울컥하고 저도 엄청 울었다"며 "현장에선 모두가 녹아내렸다"고 말했다.

'저스트 메이크업' 우승자인 파리금손은 상금 사용 계획에 대해 "유튜브 촬영이나 저 스스로를 정화시키는 방향으로 브랜딩하고 싶어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좌측부터 손태일, 파리금손, 오 돌체비타. 쿠팡플레이 제공

이들은 또,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는 조언도 건넸다.

"그 자리에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경력이 30년 돼가는데도 끊임없이 배우려고 해요. 생각보다 많이 힘든 직업이라 금방 그만두는데 적어도 3~4년은 해야 베이스 하나 할 정도가 돼요. 꾸준함과 성실함이 있어야 올라가는데 이건 자기 몫이예요. 학원에서 해줄 수가 없어요." -손테일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었으면 좋겠어요. 갤러리도 가고 미술 공부도 좀 해보고 어찌 됐든 우리는 색과 손을 쓰는 사람이니까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살아봤으면 해요. 언어 공부도 지금부터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파리금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려면 내 스킬에 대한 경지에 있어야 하는데 많은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또 사람과의 소통을 질리지 않았으면 해요. 이 직업은 항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하거든요. 끈기가 있어야 해요. 첫술에 배부를 수 없어요." -오 돌체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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