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군복을 벗고 사회에 나왔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웃을 지키는 '순찰대'였습니다. 그때 느꼈던 구조적 한계를 넘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거창한 정치가 아니라 그저 주민들에게 '푸근한 동네 형' 같은 도의원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경기도의회 이영희 의원(국민의힘, 용인1)은 자신의 정치 인생을 '생활 속의 발견'이라고 정의했다. 화려한 경력보다는 투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현장'의 경험들이 그를 의회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군복 벗고 '순찰대장'으로… "구조적 한계 느껴 정치 입문"
이 의원은 본래 직업군인이었다. 하지만 30대 후반 불의의 사고를 당하며 인생의 항로가 바뀌었다.
"부대원들 앞에서 군장을 메기 어려운 처지가 됐습니다. 지휘관으로서 부하들 보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전역 후 사회에 나온 그는 용인시 처인구 역삼동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당시 치안 공백을 느낀 그는 지역 원로의 제안으로 직접 '민간순찰대'를 조직했다. 1년의 준비 끝에 45명의 대원을 모았고, 회비를 걷어 자발적으로 동네를 지켰다.
하지만 '선의'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생업이 있는 대원들에게 무한한 희생을 강요할 수 없었고, 관공서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법적·제도적 근거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 의원은 "주민센터와 시의원을 찾아가 호소했지만 구조적인 벽에 부딪혔다"며 "그때 직접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여러 도전 끝에 도의회에 입성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키오스크 앞 장애인 보고 만든 '유니버셜 디자인' 조례
그의 의정활동은 거창한 담론보다 '세심한 관찰'에서 시작된다. 대표적인 성과로 꼽히는 '경기도 유니버설 디자인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역시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어느 날 아내와 카페를 찾은 이 의원은 키오스크 주문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을 목격했다. 도우려 다가갔지만, 상대방은 완강히 거부했다.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섣불리 나선 것 같다'는 핀잔을 들었는데, 그 일이 오랫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개인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누구나 도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가 발의한 조례는 연령, 성별,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셜 디자인'을 건축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럭을 평평하게 하고, 계단 대신 경사로를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이 조례는 현재 경기도 곳곳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교육기획위원회 시절에는 학교 시설물 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교육청의 통합관리 정책으로 인해 형광등 교체조차 며칠씩 걸리고, 주말엔 학교 운동장을 개방하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으며 학교 건축물 관리자의 필요성을 강조해 개선을 이끌어냈다.
"용인 교통의 핵심은 국지도 57호선… 조기 완공 절실"
지역구인 용인시의 최대 현안으로는 단연 '교통'을 꼽았다. 인구 110만 특례시로 성장했지만, 처인구의 기반 시설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진단이다.
이 의원은 "용인 교통의 '척추'인 42번 국도를 중심으로 영동·경부·제2순환고속도로가 지나가지만 상습 정체는 여전하다"며 "해법은 국지도 57호선의 조기 개통뿐"이라고 강조했다.
성남(분당)~광주~용인~안성을 잇는 국지도 57호선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 물류망이다. 현재 북부 구간(오포~포곡)은 개통돼 효과를 보고 있지만, 남부 구간(원삼~안성)과 허리 구간(마평~원삼)의 확장이 시급하다.
그는 "원삼 반도체 클러스터가 가동되면 물류와 출퇴근 차량이 폭증할 것"이라며 "다행히 지난해 환경영향평가가 끝난 만큼, 끊어진 도로망을 잇고 2차로 구간을 4차로로 확장하는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도의회 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권위 대신 편안함으로…동네 형·오빠 같은 편한 정치인 목표
이 의원은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주저 없이 "동네 형, 동네 오빠"라고 답했다.
"권위적인 정치인이 아니라, 슬리퍼 신고 동네 슈퍼에서 마주치면 편하게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민원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주민들의 삶의 현장 속에 늘 제가 서 있겠습니다."
이 의원은 오늘도 용인 곳곳의 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가 꿈꾸는 정치는 '도의회'나 '사무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보도블럭 위나 꽉 막힌 도로 위에 있기 때문이다.
Q. 정계 입문 계기가 궁금하다
과거 직업군인이었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30대 후반에 전역했다. 부대원들 앞에서 군장을 메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부하들 앞에서 군장을 메지 못하는 지휘관으로 지내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한창 뛸 나이에 사회를 나와보니 예전처럼 군인을 대우해주는 직업이 없었다.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용인시 역삼동에 살고 있었는데 민간순찰대가 없었다. 당시 지역 원로에게 물어보니 내가 직접 순찰대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1년을 준비했다. 순찰대원이 45명에 달했다. 괴장히 활발하게 활동했다. 구성원이 회비를 걷어 자발적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순찰대원 모두 일터가 있는 사람들인데 언제까지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주민센터, 시의원 등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지만 도움을 받을 방법이 없었다. 구조적인 한계였다. 그러던 중 시의원 제의를 받았다. 여러 차례 도전 끝에 2020년 11대 경기도의회에 입성했다.
Q. 기억에 남는 의정활동이 있는가
어느 날 아내와 커피숍을 갔는데 입구에서 장애인 한 분을 만났다.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하는 곳이었는데 버튼 누르는 게 힘들어 보여 도와드리려 했는데 완강히 거부했다. 아내는 먼저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성급하게 나선 것 갔다고 말했다.
그 일이 오랫동안 뇌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도의회 자문관과 상의해보니 관련해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2023년 '경기도 유니버설 디자인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유니버셜 디자인이란 연령, 성별, 국적, 장애의 유무 등과 관계없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 환경, 서비스 등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할 때 유니버셜 디자인을 염두에 두고 설계할 수 있도록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받을 있도록 하고, 이를 채택하면 행정적 또는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럭을 평평하게 만든다던지 계단보다는 경사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입구를 만드는 일 등을 경기도가 선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다행히 관련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교육기획위원회에 있었을 땐 교육 시설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주말 학교 건축물 관리자를 둘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 노력했다. 예전에 학교에 있던 수위 혹은 소사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당시 교육계가 학교 시설 관리직 인원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정했었다. 교육지원청이 통합관리한다는 얘기였는데 현실에서는 이로 인한 불합리가 많았다. 당장 주말에 학교 운동장을 사용하려해도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물며 학교에 형광등이 수명을 다해 교육지원청에 신고하고 며칠을 기다려야 교체할 수 있는 상황에 맞딱드린 것이다. 결국 학교 시설물 관리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걸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교통이 가장 큰 현안이다. 용인시 인구가 110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지역별로 수지구는 평지여서 순조롭게 개발되고 있지만 처인구는 도농복합도시다. 처인구는 용인시 전체 면적의 80%를 차지하지만 기반시설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도로를 내려하거나 전봇대가 나오고 민가가 나온다. 보상비 등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용인을 통과하는 도로 중에 42번 도로가 있다. 용인시 교통의 척추같은 곳이다. 영동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등이 용인시를 지나간다. 용인시 주변에는 많은 도로가 뚫렸지만 왜 항상 상습 정체구간이 발생하는 걸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57번 국지도를 빨리 개통해야 한다. 성남(분당)~광주(오포)~용인(모현/포곡)~용인(원삼/백암)~안성을 잇는 남북 축 도로다.
현재 북부 오포·포곡읍 구간은 완공돼 43번 국도 정체 현상을 해소할 수 있고 성남 분당구에서 에버랜드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일부 공사가 추진되고 있는 원삼면에서 안성시를 잇는 남부 구간은 안성 방면으로 물류 이동이 원활해지고 반도체 산업단지와의 연계도 확장될 수 있다. 앞으로 마평동에서 원삼면 사이의 중부 권역도 공사를 시작하면 용인시내에서 반도체 클러스터로의 연결이 원활해진다.
벌써 7년 정도 지연되고 있는데 다행히 지난해 10월 환경영향평가가 끝났다. 이게 완공되면 부수적으로 42번도로와 45번 도로도 소통이 원활해질 것이다.
또 요즘 지역구에서는 32번 지방도로와 43번·45번·57번 국지도, 320번 지방도로 연결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Q.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묵묵히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Q. '이영희는 000이다'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이영희는 동네 형이다. 거창한 정치인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동네 형, 동네 오빠 같이 봐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 주민들을 만나고 그분들 입장에서 바라보려 노력하는 도의원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