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논의 중인 22일, 법인세 인상안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 7월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서 1%p씩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사업연도에 발생한 소득 기준 △2억 원 이하 9→10% △2억~200억 원 19→20% △200억~3000억 원 21→22% △3000억 원 초과 24→25%로 최고 25%까지 최고세율을 설정한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1998년 28%에서 2002년 27%, 2005년 25%로 차츰 내려왔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들어 22%로 낮췄다가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25%로 돌려놨다. 이어 윤석열 정부 집권 첫해인 2023년에는 재차 법인세율을 1%p씩 낮추면서 최고세율을 24%로 떨어뜨렸는데, 이를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야당인 국민의힘은 기업 부담이 커진다며 인상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조세소위원장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안에 대해 "이재명 정부의 법인세 인상안의 최대 피해자는 중소기업이 될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인상은 기업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면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확장적 재정 정책은 '포퓰리즘'이라 비난하는 만큼,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킬 증세보다 지출 구조조정을 우선 해야 한다는 논리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과표 구간을 3개로 단순화하고, 최고세율을 20%까지 오히려 더 낮추는 법안까지 내놓았다.
야당의 반대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중소·중견기업이 포함된 하위 구간은 동결하고, 최고세율 등 일부 구간만 인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상위 두 개 구간만 1%p 인상하는 안을, 같은 당 김기표 의원은 최고세율 구간만 인상하는 안을 발의한 바 있다.
법인세는 소득세, 부가가치세와 함께 정부 세수에서 비중이 큰 '3대 세목'으로 꼽히는데, 최근 법인세 수입이 크게 줄어들면서 최근 2년 간 대규모 세수결손이 반복되기까지 했다. 실제 지난해 세수 결손 규모가 30조 8천억 원이었는데, 세율 인하와 전년의 기업실적 악화가 겹쳐 법인세에서만 예산대비 15조 2천억 원이나 덜 걷혔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감세로 기업이 투자할 여유를 제공하면 경기가 살아나 세수도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세율을 낮춘데다 코로나19가 마무리되고 대규모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기 상황까지 나빠지자, 서민 복지를 위해 써야 할 재정 곳간만 바닥났다.
더구나 저출생 고령화와 AI 대전환으로 각종 사회복지 수요가 갈수록 급증하다보니 정부로서는 세수 부족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법인세율을 1%p 일괄 인상할 경우 세수가 2027년~2030년 연평균 4조 3천억 원 가량 늘어난다고 봤다. 그런데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하위 2개 구간만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2026~2030년 연평균 세수 증가폭은 2조 5668억 원에 그치고, 대기업만 인상하면 2조 3575억 원으로 더 쪼그라들 전망이다.
정부가 일괄인상안을 내놓을 당시에도 차등인상안이 거론됐다. 그럼에도 일괄인상을 선택한 데 대해 기재부 박금철 세제실장은 "중소기업은 국내 100만여 법인 중 실제 법인세를 내는 법인은 40만여 개 수준"이라며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세액감면을 확대한 점 등도 고려해 달라"면서 일괄인상안도 균형잡힌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안은 기존 과표 구간에서 1% 정상화하는 안"이라며 "정부는 그 안 범위 내에서 생각하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같은 날 참여연대는 "윤석열 정부가 떠넘긴 80조 원에 달하는 마이너스 청구서를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세제개편안이 거듭 후퇴된 채 마무리되는 것 아닌지 크게 우려된다"며 "감세만을 일관하는 세법 개정으로는 지속가능한 재정 역할을 담보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법인세는 소득을 쪼개 하위 구간만큼 해당 세율이 적용되고, 이를 초과해 상위 구간으로 넘어서는 부분마다 누진적으로 세율이 적용된다"며 "어차피 과표구간 아랫단만 낮춰도, 대기업들도 혜택을 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인 소득이 20억 원이라면, 2억 원까지는 현행 9% 세율이 적용돼 1800만 원, 2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18억 원에는 19% 세율이 적용돼 3억 4200만 원의 법인세가 부과돼 총 3억 6천만 원을 내게 된다. 법인세 하위 구간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대기업들도 세 절감 혜택을 보기는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또 정 교수는 "현재 세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향후 국가의 복지 수요가 늘면서 써야 할 돈이 더 필요할텐데, 하위 구간을 너무 낮춰두면 상위 구간도 올리기 어렵다"며 "정부 재정으로 어려운 기업들을 돕는 것이 낫지, 소득이 있는 법인이라면 세금을 제대로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