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의무' 지역의사제…안착 관건은 '정주 여건'

'지역의사제' 국회 복지위 통과…이르면 2027년부터 적용
학비 등 국가 지원…의사면허 취득 후 10년 해당 지역 의무
日, 지역정원제도 87% 소재 지역 근무…중소병원 4% 불과
"지역 출신 학생이 지역에 남는 경우 많아…정주 여건 조성"

연합뉴스

필수·지역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지역의사제'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빠르면 2027년부터 지역의사 선발이 적용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역 의료 인력 보강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의무복무 이후에도 의사들이 지역에 머물도록 할 정주 여건 마련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년 지역 의무 근무 '지역의사제'…"정부 전폭 지원"


24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복지위는 지난 20일 전체회의에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의대 정원의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하고 학비와 기숙사비 등을 국가가 지원하는 대신,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무 근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일정 비율은 해당 지역의 중·고교 졸업자로 채운다.

의무복무 기간에는 병역과 전공의 수련 기간이 포함되지 않지만 의무복무 지역 내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밟는 경우에는 전공과목에 따라 50~100%를 복무기간으로 인정한다.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이 다른 지역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치면 전문의 취득 후 10년간 다시 원래 지역으로 돌아와 근무해야 한다. 10년의 의무기간을 이행한 뒤에는 정착 유도를 위한 주거·경력·직무 교육 지원이 제공된다.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지원받은 학비 등에 법정이율을 적용한 반환금을 납부해야 하며 복무 조건을 위반하면 복지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면허자격 정지 처분도 가능하다.

정부는 지역의사제 도입이 지역 의료 인력 확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법안 통과 직후 "지역의사제 근거 마련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첫 걸음"이라며 "지역의사들이 각 지역의료의 핵심 주춧돌이 되도록 정부가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높은 지역 정착률…대학병원 쏠림 문제도


일본은 2007년부터 이와 유사한 지역의사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지역 출신 또는 지역에서 근무를 희망하는 학생을 별도 전형으로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졸업 후 9년간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규정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한국 복지부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7~2019년 지역정원제도로 선발된 의대생의 87.8%가 졸업 후 대학 소재 지역에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적용 없이도 지역 출신 의사의 75.6%가 지역에 남아 임상 수련을 했으며, 타 지역 출신자의 지역 근무 비율은 38.3%에 그쳤다.

다만 일본에서도 지역 의사들이 대학병원 중심으로 몰리고 취약지 배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역정원제 출신 의사의 90.5%가 현내 대학병원이나 중심병원에서 근무했고, 중소병원에서 의무복무를 이행한 비율은 4.2%에 불과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본은 지역 의대 활성화 정도와 인프라·문화가 한국과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정주 여건이 관건…"지역의사제만으로는 해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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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의무복무를 마친 뒤에도 지역의사들이 지역에 머물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주 여건 개선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한 지역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지역 출신 학생이 지역 의대를 졸업하면 지역에 남는 경우가 많다"며 "수도권으로 이동하지 않고 지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의 확립과 의사들이 근무할 수 있는 정주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의사제만으로 지역·필수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여러운만큼 보완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인 정승준 한양의대 교수는 "지역의사제 학생이 전문의를 취득하지 않겠다고 하면 필수의료 인력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며 "전문의를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역 의료기관은 일반의만으로는 인력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무사관학교처럼 국가가 관리하는 의료 인력 시스템도 하나의 방안"이라며 "이 경우 정부가 지역과 전문과목까지 지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역의사 선발전형은 이르면 2027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된다. 구체적인 선발 규모는 시도별 의료기관 수, 부족 인력 규모, 의료취약지 분포,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결과 등을 통해 시행령에 반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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