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유병호의 잇단 기행…새 지휘부도 감찰실에 신고

감사원 유병호 감사위원. 황진환 기자

윤석열 정부에서 감사원 사무총장을 맡아 주요 감사를 주도했던 유병호 감사위원의 기행(奇行)이 점입가경이다.
 
최근에는 지난 정부의 주요 감사를 점검하는 '감사원 운영쇄신 TF'의 활동을 문제 삼아 김인회 현 감사원장 권한대행과 정상우 사무총장, 최재해 전 감사원장에 대해 감찰할 것을 요구하며 감사원 내부 감찰실에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감사위원은 최재해 전 감사원장의 퇴임 행사에서 옛 유행가 '세상은 요지경'을 휴대폰으로 틀어놓고 참석자들을 향해 '영혼 없는 것"이라고 고성을 지르는가 하면, 정상우 신임 사무총장에게는 '엿'을 선물로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유 감사위원이 정 사무총장 사무실에 직접 와서 비서에게 보석함 크기의 작은 선물상자를 전달했는데, 열어보니 '엿'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황당한 나머지 정 사무총장은 이를 유 감사위원 비서의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하며 불쾌함을 표시했다고 한다.
 
유 감사위원의 기행은 과거 자신이 주도했던 감사들을 점검하는 '감사원 운영쇄신 TF'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다.
 
지난 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운영쇄신 TF에 대해 "구성 근거, 절차, 활동 내용 전부 위법"이라고 주장한 유 위원은 감사원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도 TF 사무실을 '캄보디아 웬치(범죄 단지)'에 비유하며 최재해 당시 감사원장에게 "좀비처럼 영혼 없이 살지 말라"고 직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위원은 이재명 정부 출범이후 감사원 지휘부의 사퇴를 요구했던 직원을 만난 자리에서도 면전에서 큰 소리로 "× 냄새가 진동 하네"라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감사원 운영쇄신 TF의 활동이 다음 달 5일까지로 연장되자, 당초 TF 활동을 승인한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정상우 사무총장만이 아니라 김인회 현 감사원장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감사원 감찰실에 신고를 하며 감찰의 실시를 요구했다고 한다.
 
유 위원의 각종 기행이 차관급 정무직으로서의 품위를 훼손하는 수준에 이르자 여권에서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지난 21일 서면브리핑에서 "유 위원이 감사원 조직을 노골적으로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당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헌법 65조에 의거 유 감사위원을 탄핵하자고 여권 의원들과 민주당 지도부에 건의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의 탄핵소추 가능성과는 별개로 유 위원의 거취는 일단 공수처의 수사 결과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유병호 감사위원. 윤창원 기자

지난 2022년 유 전 사무총장의 주도로 진행된 국민권익위원회 감사에 대해 수사를 해온 공수처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11월 또는 12월 중에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감사원은 운영쇄신 TF가 점검한 80여 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수사협조 차원에서 공수처에 송부했다.
 
감사원은 아울러 보도자료를 통해 "운영쇄신 TF 점검 결과 감사 착수부터, 감사 처리, 감사 시행 과정 전반에 걸쳐 위법·부당 행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 실례로 주심 감사위원(조은석 위원)이 사무처의 전산 조작으로 '열람 결재'를 패싱 당했다는 점, 당초 감사위원회 의결 문안에는 없던 '전현희 위원장에 대한 비난 성격의 문구'가 임의로 추가된 점을 들었다.
 
감사위원회의 의결 문안과 달리 열람결재를 거치지 않은 감사시행문에는 "감사원의 분석결과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해당 일자에 대해 전현희 위원장이 소명하지 않은 것은 기관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정치적 비난의 문구가 추가됐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3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주심위원의 열람 결재 없이 감사보고서를 시행한 행위를 주심위원의 열람 권한 침해 및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 의무) 위반으로 판시하기도 했다.
 
향후 공수처의 수사결과가 발표되고 이를 토대로 검찰이 기소를 하면 유 감사위원의 직무는 정지된다.
 
감사원 일각에서는 감사위원으로서 품위를 훼손하고 감사원 조직을 흔드는 행위가 선을 넘는다면 임명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은 있겠지만 면직을 시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유병호 감사위원은 감사원 운영쇄신 TF 조사에 협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 관련 사안을 조사해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현 시점에서 다시 다 검토했고 전산조작을 한 직원들도 모두 확인을 했다"면서 "유 감사위원이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바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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