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연기…"日, 3국 협력 훼손"

지난달 31일 경주 APEC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 (왼쪽부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만 유사시 일본의 무력 개입을 시사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 이후 중국이 잇따라 보복 조치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이달 개최 예정이었던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를 연기했다.

20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지난 18일 한국 문체부 측에 오는 24일 마카오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5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를 잠정 연기한다고 알려왔다.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는 3국 간 문화 교류·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매년 3국이 번갈아 개최하는 회의로 한중일 3국간 정례화된 몇 안되는 고위급 회담이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회의 연기 사유를 한국 문체부 측에 구체적으로 공지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번 회의 연기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 때문이라고 밝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 지도자는 공공연하게 극도로 잘못된 대만 관련 발언을 발표해 중국 인민의 감정을 상하게 했고, 전후 국제 질서에 도전했다"며 "중일한 3국 협력의 기초와 분위기를 훼손했고, 중일한 관련 회의의 개최 조건이 잠시 갖춰지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자국민의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 발동, 일본 영화 상영 무기한 연기, 2년여 만에 재개된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중지, 일본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 중단 등 보복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날도 일본 여행 자제령에 따라 당초 이날 새벽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시 항구에 접안할 계획이었던 중국 크루즈선 '아이다·지중해호'가 접안을 포기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고 일본 교도통신 등이 전했다.

크루즈선 측은 "정부 유관 부처의 정책을 엄격히 따를 것"이라며 "승객 피드백과 수요를 근거로 운영 조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적시에 항로 등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해 해외 여행시 회사 승인을 받아야하는 경우가 많은 중국 국영기업 직원 일부가 일본 여행 계획을 취소하라는 회사 측의 요구를 받았다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일본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해협)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언가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며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립위기 사태'는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나 지역이 공격받아 일본이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하며, 이 경우에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사실상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일본 총리들 가운데 대만 유사시가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다카이치 총리가 유일하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동안 반중, 친대만 성향을 드러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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