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 2달 뛴 박지현 "새벽배송은 강요된 선택"

새벽 8시간 물류센터 육체노동…"하루 쉬면 식비도 못 벌어"
"신규직에만 '일당 19만원' 미끼" "경험 쌓일수록 수당 줄어드는 구조"
소비자 '신속·편리' 위해 노동자, '육체·시간' 비자발적 투입 강요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9월 2일 SNS에 올린 쿠팡 물류센터 작업 현장. 페이스북 캡처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두 달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 뒤 "새벽배송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가 만든 강요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9일 SNS에 '일당 19만원, 그 뒤에 있는 진짜 이야기'라는 제목의 체험기를 올리고, 새벽 노동과 일용직 구조의 현실을 공개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에서 새벽 근무는 8시간 내내 반복되는 고강도 육체노동이었으며, 하루만 쉬어도 생활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특히 '신규 인력'에게만 지급되는 고액 프로모션 수당은 "오래 일할수록 오히려 박탈되는 단발성 미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의 쿠팡 물류센터 계약직 근무는 생계가 목적이었다. 그는 지난 5일 게시글에서 최근 생활고로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고 밝혔다. 강연 수입만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편의점·카페·식당 등 다양한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얼굴이 알려진 탓에 "업장에 피해를 줄까 걱정돼 고객 대면 일을 피하게 됐다"고 했다.

결국 심야 시간 물류센터 알바만이 남았고, "오후에는 대학원 수업, 오전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일"이라는 조건에 맞는 선택지는 사실상 한정돼 있었다. 물류센터 측의 "오늘만 보너스 9만 원, 하루 20만 원 벌어가세요"라는 문자를 본 뒤 그는 즉시 지원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개인 유튜브 계정 '정치인 박지현'에 올린 브이로그 영상. 이동식 전동카트에 오른 채 녹즙을 배달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박 전 위원장은 2개월간 근무로 이들 업무가 몸과 시간을 비용으로 지불하는 구조임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쿠팡 근무와 녹즙 배달을 병행하던 중 자전거 사고로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병원비만 15만 원이 들었고, 예정된 알바를 쉬었다.

그는 "버는 돈 17만 원보다 나가는 돈이 더 큰 역전 현상을 겪었다. 하루가 멈추면 수입이 멈추고, 생계가 멈춘다"며 "다친다는 건 삶 전체가 멈추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쿠팡 물류센터가 높은 임금을 제시하면서 신규 직원 채용을 유도한 뒤, 장기 근속에 따른 보상을 줄이는 '하후상박'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그가 쿠팡에서 받았다며 인용한 문자에 따르면, 쿠팡 측은 물류센터 신규 직원에게 "직전 28일 내 캠프 근무이력 없는 신규 헬퍼 한정", "지각·조퇴 시 프로모션 미지급", "CLS 계약직 지원 불가"란 조건을 제시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들 조건은) 일당 19만원 등 높은 시급은 기존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단발성 미끼"라면서 "경력이 쌓일수록 시급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종 수당이 사라지고 노동 강도만 남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벽 배송이 소비자의 신속·편리함을 보장하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노동자에게 몸과 시간 등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요하는 비자발적 노동이라고도 지적했다. 생계가 급한 사람일수록 초기 고가에 책정된 일당에 새벽배송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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