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연탄 값 오르고, 기부는 줄고"…소외계층 겨울나기 '비상'

20일 오전 강원 춘천시 근화동의 한 가정으로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자들의 모습. 구본호 기자

"연탄 값은 올랐는데 기부는 줄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20일 오전 9시 30분쯤 강원 춘천시 근화동의 한 연탄 배달 봉사 현장. -5도의 추위 속 두툼한 점퍼를 껴입은 봉사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투명 우의와 목장갑으로 무장한 이들은 바닥에 쌓인 연탄을 지게에 한 장씩 싣고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차가운 바람에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누구 하나 불평 없이 묵묵히 연탄을 옮겼다. 텅 비어 있던 공간은 금세 연탄 더미로 채워졌다.

한 봉사자는 뿌연 입김에 안경에 습기가 가득찼지만 싣고 온 연탄 더미가 쏟아지지 않을까 컴컴한 창고를 지키고 서 있었다. 

그는 "매년 연탄 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소외계층을 위해 작게라도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강원 춘천시 근화동의 한 가정으로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자들의 모습. 구본호 기자

이날 배달된 연탄은 가구당 200장씩 총 8가구, 모두 1600장. 20여 명 남짓한 봉사자들 덕분에 약 한 시간 만에 각 가정에 전달됐다.

정해창 춘천연탄은행 대표는 봉사자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도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각 기관과 지자체, 기업, 시민단체까지 매일 연탄 봉사에 참여해주고 있지만 지속된 경기 불황에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연탄 기부'를 위한 온정의 손길이 줄어든 탓이다.

현재 한 장당 900원이었던 연탄 값은 물가 인상과 수요 감소로 인해 연탄 공장들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장당 가격이 50원 씩 올랐다. 이날 배달된 연탄도 경북 문경의 연탄 공장에서 3~4시간 가까이 걸려 배송됐다.

춘천연탄은행의 경우 매년 40만 장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비용 상승 요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들면서 연탄 창고도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다.

20일 오전 강원 춘천시 근화동의 한 가정으로 연탄을 배달하는 봉사자들의 모습. 구본호 기자

더욱이 강원지역 연탄 사용 가구 수는 전국 최상위 수준으로 '에너지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따르면 강원도내 연탄사용 가수 수는 1만5841가구로 경북(1만9975가구)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정해창 대표는 "연탄 값이 오르면 지난해와 같은 기부금이 오더라도 연탄의 양이 줄어들고, 장당 10원 만 올라도 수량이 늘면 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어려워 기부하는 사람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위축되는 것 같다"며 "지역사회의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20일 오전 강원 춘천시 근화동 연탄 봉사 현장에 쌓여진 연탄들. 구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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