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시급"…김형석, 한음저협 회장 당선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은?[EN:터뷰]

제25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작곡가 김형석. 본인 제공

"주위에선 다 반대했죠. '곡 쓸 시간 없을 거다' '말 많을 거다' '세상에 내어진 사람이라서 조금만 뭐 해도 리스크가 클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좀 나서야 할 때라는 결심이 섰어요. 그래서 사실은 좀 무겁게 결정했어요. 책임감 가지고 결정했고, 만약 제가 회장이 된다면 해야 할 로드맵을 짜고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그대 내게 다시' '이 밤의 끝을 잡고' '그때 또 다시' '편지할게요' '겟 업'(Get Up) '내게 오는 길' '나였으면' 등 무수한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이자,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 이하 한음저협)에 등록된 작품만 약 1400개에 달하는 회원인 김형석은 3개월여 고민 끝에 제25대 회장 후보로 나섰다.

한음저협 회장을 "6만여 명 회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자리"라고 설명한 김형석은 최근 협회가 '방만 운영'으로 비판받는 상황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어떤 것이 문제고, 어느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에 자료를 찾아봤고, "한 번 보고 나니까 좌시가 안 되는" 상황이 와 결국 출마했다.

제25대 한음저협 회장 선거를 약 한 달 앞둔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모임 공간에서 김형석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인터뷰 시작 전 '기호 1번'과 연락처가 크게 쓰인 명함을 취재진에게 한 장 한 장 나누어준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도 '더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무수한 히트곡을 쓴 작곡가이자, K팝 가수 200여 팀/개인 음악을 맡은 프로듀서이고, '나는 가수다' '복면가왕' '언니들의 슬램덩크'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도 높은 김형석은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 중차대한 시대에 (한음저협이) 정말 잘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 그 위기감이 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김형석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모임 공간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본인 제공

앞서 한음저협은 올해 회장 기본급만 79% 인상하고 2024년까지 소급 적용해 총 14개월 치 인상분인 약 9900만 원을 주는 등 '임원 보수 과다 지급'을 비롯해 '방만 경영' 의혹을 받아 도마 위에 올랐다. 1년 징수액이 4300억 원에 달하는 한음저협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징수 기관'에 머물러선 안 되고, '창작자 권익 대표 공적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김형석의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투명성 확보'다. 저작권 산업이 고도화됨에도, 현재 2본부 8국 2실 21팀 11센터 구조에서 회장 1인의 리더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게 김형석의 문제의식이다. 그는 "무형의 저작권을 담보로 (돈을) 징수하고 (회원에게) 분배하기에, (한음저협은) 일종의 금융회사 같은 구조다. 근데 저 같아도 제 돈을 안 맡길 것 같은 거다"라고 털어놨다.

선거에서 당선되자마자 할 일도 정했다. 전 세계적인 회계법인을 통해 회계 감사 컨설팅을 해서 이를 회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결정된 사항을 '사후 통보'하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과정'까지 숨김없이 알리겠다는 포부다. 이사회, 위원회 등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면 그 과정까지 알 수 있도록 '유튜브 생중계'도 고려 중이다. "투명하게 가지 않으면 답이 안 나와요. (조직을) 투명하게 만드는 게 시작입니다."

칼을 빼들겠다는 결심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형석은 "책임질 나이도 됐고, 저작권료를 받는 저작권자의 한 사람으로서도 너무너무 중요한 시기다. 중장기적으로 AI(인공지능) 관련한 법 제정이나 이런 부분들을 가지고 로드맵 가지고 정책을 결정해 놓지 않으면, 협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표류하게 된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회장 후보로 나가면서 △징수 혁신 △상생 혁신 △경영 혁신 △플랫폼 혁신 등 총 4가지 혁신 비전을 제시했다. 저작권료 1조 시대를 개척하고, 협회 자체 복지재단을 설립해 원로에겐 존경, 신인에겐 기회를 보장하며, 전문 경영인(CEO) 제도와 글로벌 회계 컨설팅 도입으로 투명하고 유능한 경영을 시작하고, AI 및 블록체인 기반의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김형석 공약집에 나타난 4대 혁신 비전. 본인 제공

2024년 기준 저작권료 해외 징수액은 378억 원 수준이다. 김형석은 미국(MLC) 연간 징수액이 과도하게 누락되고 있고, 중국(MCSC) 시장이 방치돼 있으며, 중동 및 아프리카 등 신규 시장이 부재한 것을 우선 언급한 후 정부와 협력하여 'K-MLC'(Korean Music Licensing Collective)를 출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 200억, 중국 100억을 비롯해 국제 징수 총액 목표를 1천억으로 잡았다.

유튜브·틱톡·스포티파이·텐센트 등 글로벌 기업과 직접 연계해 협상력을 극대화하고, 한국 음악이 사용되는 전 세계 어디라도 투명하고 신속하게 징수되도록 하며, 매칭이 잘못되거나 아예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 작가 권리를 되찾고, 국제 표준 규격에 맞춰 업무를 규격화해 전반적으로 '징수의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노후화된 시스템을 개선해 데이터 누락을 막는 것으로 플랫폼 혁신을 이루겠다고도 밝혔다. 연간 외주 용역 15억 원을 들이는데도 국내외 곡 미등록량이 약 250만 곡에 달해 분배 누수가 발생하는 점, 지난해 기준 음악 사용 로그가 311% 폭증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국내 최고의 AI 전문가로 이루어진 'AI 특공대'를 투입해 데이터 누락 문제를 해결하고 수익 누수를 바로잡는 것, 나아가 현재 진행 중인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K-뮤직 데이터허브'로 진화하게끔 하겠다고 김형석은 전했다. 내 저작권료가 어디서 어떻게 징수·분배되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내 저작권료 한눈에 보기'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지금까지 협회가 해 온 공로를 인정하고 더 널리 알리는 것도 새 회장을 꿈꾸는 김형석의 과제다. 김형석은 한음저협의 역사는 곧 "투쟁의 역사"라며 "각 집행부 회장과 원로인들의 노력, 공이 하나도 안 알려져 있고 자기 밥그릇 가지고 싸우는, 문제 많고 방만한 경영을 하는 곳으로만 알고 있다. 실제 창작자, 저작권자의 저작권 가져오기 위해 얼마나 투쟁하고 있는지는 안 알려져 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작곡가 김형석. 본인 제공

현재는 징수된 돈을 특정 은행에서 관리하고, 거기서 나오는 이자로 복지를 하는데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김형석은 보고 있다. 복지 재단을 만들면 기업과 정부 후원도 가능해진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신인 작가 등용문이 될 수도 있고, 기존 엔터테인먼트 회사 A&R과 연계해서 세일즈도 할 수 있다. 그게 또 협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60년 넘은 협회의 브랜드를 살리고, '헤리티지'(유산)가 생기도록 애쓰겠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도 방송사 큐시트 제출 의무화로 인한 징수 누락 방지(저작권법 107조 '이용내역 제출' 개정), 공연권 징수 범위 확대해 공연 사용료 1천억 시대 개척(저작권법 29조 2항 '공연권 특례' 개정), 권리가 제작사에 귀속되는 독소조항을 회원 권익을 위해 단계적으로 수정(저작권법 100조 '영상저작물 특례 개정), AI 학습 데이터 정보 공개 의무화 등 법제 마련 주도 및 AI 징수 규정 신설, 음악이 저장되는 모든 사적 디바이스 제작사 또는 서비스 사업자로부터 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개선 등 총 5가지를 '핵심 입법 과제'로 삼고 임기 내에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선거에서 결국 당락을 가르는 것은 회원들의 투표다. 어떻게 회원들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을까. 김형석은 "네 마음 내가 안다'라는 게 가장 큰 것 같다. 인간이 가장 위로받는 말이 저는 그거 같다"라며 "저도 피해라면 피해를 보고 있는 회원이기도 하다"라고 운을 뗐다.

엄청난 양의 저작권 작품이 있고 그에 따른 저작권료 비중이 큰 사람으로서, '내 일처럼' 다가가 회원들의 권익을 향상하겠다는 게 김형석의 생각이다. "저작권 곡 수가 많은 사람이라면 이걸(현재의 문제 상황을) 빨리 잘 정리해 놔야 이후에 내가 좀 더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는 거다. 그러니까 (회장 자리에 관한)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라며 본인의 '차별화된 지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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