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여론조사 꽃'과 민주당사 등에 군 병력을 투입해선 안 된다고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법정에서 펼쳤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증인 선서 후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내란 특검팀의 주신문이 이어지자 증언을 하기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후 김 전 장관이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 꽃, 민주당사, 언론사에 병력을 보내야 할 것 같다"며 "선관위와 관련해 확인할 게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에 자신은 "민간기관이니까 안 된다. 군을 조금 투입하라고 했는데, 뭘 여기저기 보내느냐"고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내가 펄쩍 뛰었다. 계엄을 해도 선관위 같은 곳은 계엄법 7, 8조에 따라 계엄군이 갈 수 있지만, 민간기관에는 가면 안 된다고 했다"며 "내가 가지 말라고 딱 잘랐고, 김 전 장관이 지시해서 결국 가지 않고 출동한 사람은 전원 올스톱한 것으로 한다"고 했다.
계엄 당시 여당 원내대표였던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과의 통화에 대해선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이런 것 때문에 헌정질서, 국정이 마비가 됐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며 "사전 보안 때문에 미리 이야기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걸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지시한 건 없느냐"고 묻자 "제가 지시하고 그럴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계엄 선포에 반대했다는 취지로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총리께서는 제 이야기를 듣고 재고를 요청하신 적이 있다"며 "좀 반대하는 취지로 다시 생각해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당시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위원들을 모아야 한다'거나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건의했느냐"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특검팀이 "당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전화해 빨리 오라고 한 건 한 전 총리가 합법적 외관을 갖추자고 건의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냐"고 묻자 "국무위원들이 외관을 갖추려고 온 인형도 아니고, 너무 의사가 반영된 질문 아니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당일 국무회의 후 국무위원들의 부서와 관련해 의견충돌이 있었던 걸 아느냐"는 질문에는 "비상계엄은 긴급 비상대권 행사이기 때문에 절차적 요건은 탄력적으로 운영해도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당일 한 전 총리에게 "대통령이 참석해야 하는 행사를 당분간 가줘야겠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고도 물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직전 11월에 페루와 브라질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과 G20(주요 20개국) 다자회의에 갔는데, 가서 보니 소위 포퓰리즘적 좌파 정부 정상들을 대거 초대해놨더라"라며 "좀 힘드시더라도 다음부터는 총리님에게 가라고 하고 나는 중요한 외교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해 그런 이야기를 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당초 지난 17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이날 오전 재판부가 증인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 구인영장 집행을 강행하겠다고 경고하자 출석했다.
김건희 재판 첫 중계…머리 풀고 들것에 기대 재판
한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통일교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건희씨의 재판은 처음으로 중계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19일 김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속행 공판을 열고 특검팀의 재판 중계 신청을 일부 허가했다. 다만 본격적인 서증(문서증거) 조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중계를 허용했다.
김씨는 이날 검은색 코트와 검정 바지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머리는 푼 채 흰색 마스크와 검은 뿔테 안경을 착용했다.
오후 재판에서 김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오늘 출정할 때도 어지러워서 몇 번 넘어졌다고 한다"며 "지금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은데 돌려보내면 어떻겠나"라고 퇴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가 누워서 대기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지 확인한 뒤, 휠체어 형대의 들것에 기대 구속 피고인 대기실에서 재판에 임하도록 조치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김씨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열세인 여론조사 결과를 명태균 씨에게 공유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고 한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됐다. 김씨가 명씨에게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한 보도를 전달받은 뒤 "넵 충성"이라고 답한 대화도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