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 이어 '日 수산물' 불매…中 "끝까지 간다"(종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연합뉴스

대만 유사시 일본의 무력 개입을 시사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 이후 일본에 대한 보복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이 이번에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다시 중단하는 등 갈수록 보복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이 다음 카드로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中, 日 '수산물 수입'·'쇠고기 수입재개 협상' 중단


일본 교도통신은 19일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일본 정부에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중국 외교부도 관련 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일본은 앞서 중국 수출 수산물의 모니터링 책임을 이행해 품질 안전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했다"며 "이는 일본 수산물 중국 수출의 선결 조건인데, 일본은 현재 약속한 기술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최근 다카이치 총리가 흐름에 역행해 대만 등 중대 문제에서 잘못된 발언을 했고, 이것이 중국 민중의 강렬한 공분을 야기했다는 점"이라며 "현재 형세에서 설령 일본 수산물이 중국에 수출된다고 해도 시장이 있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 2023년 8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핵오염수 해양방류에 반발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일본 측의 끈질긴 요청으로 지난 6월 일본 일부 지역산을 제외한 수산물 수입 재개에 동의했고, 이번달 5일 홋카이도산 냉동 가리비 6t이 중국으로 향하며 수입이 재개됐다.

그런데 중국 당국이 수입 재개 보름만에 다시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을 통보한 것.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모니터링 문제라고 밝히고 있지만 다분히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에 대한 보복으로 평가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또 일본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한 협의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중국은 지난 2001년 일본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일본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한 뒤 24년 동안 해당 조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올해 수입 재개를 위한 협상에 착수한 바 있다.

"日 영화·여행·유학 안돼"…외교·군사 압박도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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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보이콧, 즉 '한일령'(限日令)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는 전날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짱구는 못말려'와 '일하는 세포' 등 수입 일본 영화의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고 보도됐다.

또, 중국 음원플랫폼 QQ뮤직은 지난 17일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일본 보이그룹인 JO1(제이오원)의 광저우 팬미팅 행사가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은 일본 영화 상영 연기와 아이돌 그룹의 팬미팅 행사 취소는 모두 민간 사업자 측의 결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한한령(한류 금지령)과 마찬가지로 중국 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와함께 중국 당국은 지난 15일에는 자국민의 일본 여행 자제령을, 16일에는 자국 학생의 일본 유학 자제령을 각각 발동했다. 이후 중국 항공사와 여행사들이 곧바로 항공권과 여행상품의 취소·변경 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 민간 사업자 측도 즉각 관련 조치에 호응하고 나섰다.

중국은 일본에 대한 경제적 압박과 함께 외교·군사적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푸충 유엔 주재 중국대표부 대사는 18일 유엔총회 안보리 개혁 연례 토론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은 극히 잘못됐으며 위험하다"며 "일본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노릴 자격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의지를 피력해왔으며, 예산 분담을 비롯한 국제 사회 기여를 내세우며 독일·인도·브라질과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를 주장하는 결의안도 2005년 제출했다. 미국은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 외교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일본의 '독도 주권' 주장을 "악성 언행"으로 규정하면서 간접적으로 독도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독도 문제에 대해 그동안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중국은 군사행동에도 나섰다. 중국 해경 함선 편대는 지난 16일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 해역을 통과했다. 중국의 세번째 항공모함인 푸젠함도 최근 실사격을 포함한 첫 해상 실전훈련을 벌였는데 이 역시 일본을 향한 무력시위로 해석된다.

中 다음 보복카드로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 꺼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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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중국의 전방위 보복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측은 사태 수습을 위해 가나이 마사아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베이징으로 보내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 국장)과의 회담을 진행했지만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이 자리에서 중국 측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를 다시 한번 요구했지만 일본 측은 이를 거부했다. 오히려 회담 뒤 류 국장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나이 국장은 고개를 숙인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중국 측이 협의없이 공개해 양측 사이 감정의 골만 더 깊어졌다.

이에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중일 갈등 완화를 위한 대화 계획 등에 관해 "향후 대응에 대한 예단은 삼가겠다"면서도 "다양한 대화를 하는 데 대해 일본은 문을 열고 있다"고 중국 측에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을 철회하지 않는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이 고조된 2010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다음 카드로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라면서 희토류 소관 부처인 경제산업성 간부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며 경계감을 피력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일본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해협)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언가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며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립위기 사태'는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나 지역이 공격받아 일본이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하며, 이 경우에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사실상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일본 총리들 가운데 대만 유사시가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다카이치 총리가 유일하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동안 반중, 친대만 성향을 드러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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