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금 0원' 한국 정부의 완승…론스타 20년 악연 종지부

韓정부-론스타 '20년 악연'…韓정부 '승소'로 마무리
'배상금 0원'…이자도 취소
한동훈이 주도, 반대했던 민주당…정부 이제는 '쾌거'

김민석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 신청'과 관련해 긴급 브리핑하고 있다. 김 총리 오른쪽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20년 넘게 이어진 '악연'이 한국 정부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정부의 승리 배경을 두고 중재판정부의 절차 위반 문제를 끈질기게 파고든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상금 0원'이라는 최선의 결과를 얻어낼 때까지 그 과정은 우여곡절도 많았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긴급 브리핑에서 "새 정부가 대외 부문에서 거둔 쾌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배상 판결에 불복해 취소 신청을 한 이는 2022년 8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전 국민의힘 대표)였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자만 불어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했었다. 현 정부와 여권 입장에선 머쓱한 승리가 된 셈이다.

韓정부-론스타 '20년 악연'…韓정부 '승소'로 마무리

김 총리는 18일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정부는 오늘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ISDS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취소위원회는 2022년 8월 31일 자 중재 판정에서 인정했던 '정부의 론스타에 대한 배상금 원금 2억1650만 달러 및 이에 대한 이자'의 지급 의무를 모두 취소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당초 판정에서 인정됐던 현재 환율 기준 약 4천억원 규모의 정부 배상 책임은 모두 소급해 소멸됐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와의 악연은 20년 넘게 이어져왔다.

'무자비한 기업 사냥꾼'이라는 악명을 떨친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의 지분 51.02%를 1조3834억원에 인수했다.

외환은행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줄곧 경영난을 겪고 있었고, 2대 주주였던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외환은행 증자를 포기하고 정부와 함께 매각을 추진했다. 이때 인수에 나선 곳이 바로 론스타다.

론스타는 일본에 골프장과 예식장 등 산업자본 계열회사를 보유해 외환은행 인수 자격을 놓고 잡음이 일기도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를 인정해 론스타의 인수를 승인했다.

이에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005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관여했던 경제관료와 은행 경영진 20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론스타 인수를 두고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 수사가 지속됐고, 론스타는 투자 자금 회수를 위해 외환은행을 되팔려는 협상을 진행했다.

2007년 론스타는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5조9천억원대의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한국 정부의 승인은 늦어졌고 결국 매각은 무산됐다.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넘겼다.

이후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승인 지연으로 매각에 실패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2012년 11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46억7950만달러(약 6조8천억원)에 달했다.

그 뒤 지난한 국제소송전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2013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서면 심리를 진행했고, 2016년 6월까지는 미국 워싱턴DC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총 4차례 심리를 진행했다.

사진은 2006년 서울 역삼동에 입주해 있던 론스타. 연합뉴스
ICSID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중재 절차 종료를 선고했고, 이후 같은 해 8월 한국 정부에 론스타에 해당하는 2억165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당초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 수준이었다.

론스타 측은 배상 금액이 충분치 않다며 2023년 7월 판정 취소 신청을 냈다. 정부도 판정부의 월권,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을 이유로 같은 해 9월 판정 취소와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양측의 판정 취소 신청을 받은 ICSID는 2년여간 심리 끝에 이날 한국 정부 '승소' 판정을 내렸다. 아울러 그간 취소 절차에서 지출한 소송 비용 약 73억원도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30일 이내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한국 정부의 승리 배경을 두고 중재판정부의 절차 위반 문제를 끈질기게 파고든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중재판정부가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국제상업회의소(ICC) 상사 중재 판정문 등을 주요 증거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변론권, 반대 신문권 등을 박탈해 적법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의 판정이 취소되는 경우는 거의 희박하다. 1972년부터 2025년까지 총 503건의 판정 중 취소 신청이 받아들여진 사례는 25건 뿐이고, 이번 경우처럼 기존 중재판정부의 판정이 전부 취소된 건 8건에 불과하다.  

한동훈이 주도, 반대했던 민주당…정부 이제는 '쾌거'

김 총리는 승소에 대해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켜낸 중대한 성과이며 대한민국의 금융감독 주권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의 성공적 개최, 한미중일 정상외교, 관세협상 타결에 이어 대외 부문에서 거둔 쾌거"라고 평가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브리핑에서 "12·3 내란 이후 대통령도, 법무부 장관도 부재한 상황에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런 성과가 모여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연합뉴스
다만 이번 승소 과정을 두고는 여러 뒷말이 나오는 모습이다. 판정 취소 신청을 주도한 이는 당시 법무부 장관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로, 그 시절 야권인 민주당이 격렬하게 반대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는 당시 "피 같은 세금이 단 한 푼도 유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인사들은 "이자만 불어날 수 있다"며 비판했다. 송기호 현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은 당시 "ICSID 취소 절차에서 한국 정부에 배상 책임이 없다는 법적 결론이 판정으로 나올 가능성은 '제로(0)'"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현역 의원이던 박용진 전 의원도 "법무부가 ISDS 소송으로 400억원이 넘는 돈을 로펌에 썼다"며 "로펌만 배 불린 행정 행위"라고 꼬집었다.

승소 소식이 전해지자 한 전 대표는 "민주당 정권은 뒤늦게 숟가락 얹으려 하지 말고 당시 이 소송을 트집 잡으며 반대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 시절 오늘 승소한 론스타 ISDS 소송을 추진했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승소 가능성을 트집 잡으며 강력히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법무부 등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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