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의 '막말 논란'이 장동혁 대표의 '엄중 경고'로 봉합되는 분위기다.
1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박 대변인은 지난 12일 한 우파 유튜브에서 자당 김예지 의원(재선·비례)을 겨냥해 국회의원 선거 공천 관련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해 문제"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눈 불편한 것 말고는 기득권"이라고 하는가 하면, "장애인이라는 주체성을 갖는 게 아니라 배려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것" 등의 발언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에선 이번 사태를 일단락하고자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김 의원이 박 대변인을 고소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들어가는 등 뇌관은 여전하다. 또 징계 없이 구두 경고로 넘어간 당의 대응을 두고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는 관련 안건이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당이 박 대변인 징계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몇 가지 이유를 짚어 봤다.
①"지도부 개입할 일도, 징계감도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단 지도부가 박 대변인 발언을 '징계감'으로 보진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당에서도 박 대변인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다만 당이 제재할 '해당(害黨) 행위'가 아닌 '사인 간 문제'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한 당직자는 "기본적으로 둘 사이의 문제다. 지도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란 것"이라며 "(방치시) 국민 여론이 나빠질 수 있으니 대표 입장에서 엄중 경고로 처리한 거다. 거기서 마무리돼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김 의원의 경찰 고발에 대해 "너무 나갔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복수의 당직자들은 현직 의원이 같은 당 대변인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을 두고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김 의원의 고소 명목이 혐오표현이 아닌 허위사실 유포라는 점을 짚기도 했다. 김 의원은 앞서 장기이식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박 대변인이 '가족 동의 없이 장기를 적출할 수 있게 된다'고 비판하며 관련 음모론이 확산되자 지난달 21일 이를 접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법안이 커뮤니티 등에서 논란이 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면 '그런 법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잘못된 여론을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았겠나"라고 되물었다. 정치적으로 풀었어야 될 일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변인의 실언이 2018년 자유한국당 시절, 정태옥 의원이 발화한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의 줄임말) 논란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최소한 전 국민을 상대로 한 막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정 의원의 발언은 '지역 비하' 파문을 일으켰고, 탈당계 제출로 이어졌다.
즉 '문제가 있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한 일은 아니다'란 기류가 국민의힘 내에서 읽히는 상황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전날 "당내에 있었던 일을 갖고 지나치게, 과다하게 언론에서 반응하는 부분은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굳이 자그마한 내부적인 일에 오랫동안 집착해 기사화하려 하느냐"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②'장동혁 체제'가 만든 미디어대변인
박 대변인의 당직인 미디어대변인이 '장동혁 지도부'에서 신설됐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로 분석된다. 지난 9월 대변인단에 직접 임명장을 수여한 장 대표가 박 대변인을 경질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장 대표는 당대표로 선출된 8월 전당대회 이전부터 '당론'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스피커들을 걸러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현 지도부가 현안 관련 공식 논평을 내는 당 대변인단과 별개로 미디어대변인 5명을 임명한 배경이다.
이들의 역할은 방송·라디오에서 당의 입장을 신속 전달하는 것이다. 원외·비상근직이란 점에선 과거 '부대변인'과 비슷하게 간주되기도 한다. 현직 의원인 수석대변인보다 무게감은 떨어지지만, 대여 공세는 더 자유로운 측면도 있다. 이는 평소 당성을 강조해온 장 대표가 토론배틀 출신인 박 대변인을 쉽사리 해임할 리 없다는 관측과도 닿아 있다.
③'계파갈등 더 키울라' 우려도
이번 일을 계파 갈등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징계 사안으로 비화할 경우, 분란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여기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가 "더 이상 부연설명 하는 것 자체가 당내 내분이 심각한 것처럼 비춰진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현재 정치권에서 용산 대통령실 출신인 박 대변인은 구 주류인 친윤(親윤석열)계, '한동훈 비대위'에서 공천을 받은 찬탄(탄핵 찬성)파인 김 의원은 친한(親한동훈)계로 분류되고 있다.
박 대변인은 사태 배후에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의 '마타도어'(흑색선전)가 있다고도 말한다. 그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제 발언이 지나쳤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직접적인 혐오발언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친한계 박정하 의원은 MBC인터뷰에서 "표현의 수준이 상식적 선을 벗어났다. 당에 부담이 없으려면 (장 대표가) 사의를 수용했어야 되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당 일부에선, 박 대변인의 발언 이상으로 지도부의 '솜방망이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불법 비상계엄이 있었던 12월 3일을 앞두고, 여권에 빌미를 주지 않을 만큼 '일벌백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금은 당이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누가 맞아도 석고대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지율이 20%대인 이유를 지도부만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