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부산 정가가 들썩이고 있다. 출마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의 이름이 박형준 시장의 '대항마'로 꾸준히 거론되는 가운데, 정작 지역 정가의 시선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고개를 드는 현역 의원들의 부산시장 출마설에 쏠리고 있다. "전재수만큼이나, 관심은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시장판에 뛰어들지"라는 말이 지역 정치권에서 공공연하게 나온다.
국민의힘, 단체장 성과평가 도입… 공천 흐름 '의원 중심'으로 급전환
전재수 장관은 출마를 명확히 선언한 적이 없지만, 부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인 전체 선거급 인물이자 해수부 부산 이전 정책을 이끌어온 상징성 때문에 "전재수 대 박형준"이라는 구도가 기정사실처럼 회자된다.그러나 실제 정치판을 흔드는 동력은 전재수 장관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는 현역 의원들의 움직임이라는 진단도 우세하다.
국민의힘이 올해 지방선거 공천부터 적용하는 현역 단체장 성과평가 제도가 시장 선거판을 크게 흔들고 있다.
이 평가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량지표는 전체 50점으로 경제성과 40점, 리더십 30점, 당 기여도 30점 등 세부 항목을 합산해 점수가 매겨진다. 여론조사 30점은 단순 지지율이 아니라 지역 발전 기여도와 생활환경 개선 평가가 포함되며, 개인 PT 20점은 단체장이 중앙당에서 직접 임기 중 주요 성과를 발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10점의 가감점이 더해져 최종 점수가 산정된다.
정점식 TF 위원장은 "단체장이 당의 철학과 국가관을 얼마나 충실히 실천했는지도 평가 대상"이라고 밝히며, 장동혁 대표가 강조해온 '당성(黨性)'이 실질적 심사 요소가 됐음을 시사했다. 평가 결과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최종 공천 판단 자료로 쓰이며, 컷오프 여부도 이후 논의된다.
이 제도는 지역에서 "현역 단체장 정밀 교체 장치"라는 해석과 "정량평가가 강한 단체장에겐 기회"라는 전망이 엇갈리며, 자연스럽게 시장 후보군을 현역 단체장이 아닌 현역 의원들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효과를 만들고 있다.
김도읍·이헌승·조경태·주진우… 박형준 3선에 가장 큰 변수로 부상
이 같은 제도 변화 속에서 부산에서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 4명이 시장 경선판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우선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인물은 김도읍(강서구) 4선 의원이다.가락IC 무료화, 서부산 산업단지 개발, 국비 확보 등 눈에 보이는 지역 성과를 연이어 쌓아온 만큼, 당내에서도 "성과 경쟁력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이헌승(부산진을) 4선 의원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 나선만큼, "사실상 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준비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인물은 6선 조경태(사하을) 의원이다.부산 최다선이자 최근 전국적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현역 의원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도 도전한 바 있다.
여기에 초선 주진우(해운대갑) 의원도 결코 빠지지 않는다.초선임에도 당대표 경선에 출마해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했고, 젊은층·당원층 호응력도 적지않다. 정치권에서는 "주진우는 경선 흥행의 핵심 카드"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박형준 시장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그림은 김도읍·이헌승·조경태·주진우가 모두 거론되는 '4자 잠룡 구도'"라며 "박 시장의 현직 프리미엄이 약화될 수 있는 유일한 조합"이라고 말했다.
박수영 전 부산시당위원장, '차기 시장 노릴 것'이라는 관측
한편 부산시장 후보군에 이름이 올랐던 박수영(남구) 의원은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90만 원이 확정되면서 시장 도전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관측이 나온다.박 의원은 지난해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단체 문자를 발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항소 포기와 함께 벌금형이 확정됐다.벌금 100만 원 이상이면 의원직이 상실되지만 90만 원이 확정되면서 직은 유지한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일을 겪은 박 의원은 이번 시장 도전은 접고 다음 지방선거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현역 의원 출마설은 계속된다"
부산시장 출마설이 흥미로운 이유는, 거론되는 의원들 대부분이 출마 여부를 밝힌 적이 없음에도 이름이 반복적으로 오르내린다는 점이다.부산시장 선거가 곧 부산 전체 정치 지형을 재편시키는 대형 선거인 만큼, "현역 의원 한 명만 움직여도 전체 구도가 흔들린다"는 분석이 지역 정치권에서 꾸준히 나온다.
부산 국회의원 18명, 모두 이 판에 얽혀 있다
부산 국회의원 18명 전체가 시장 경선 구도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해수부 장관과 국민의힘 곽규택(서·동구), 김대식(사상), 김도읍(강서), 김미애(해운대을), 김희정(연제), 박성훈(북구을), 박수영(남구), 백종헌(금정), 서지영(동래), 이성권(사하갑), 이헌승(부산진을), 정동만(기장군), 정성국(부산진갑), 정연욱(수영), 조경태(사하을), 조승환(중·영도), 주진우(해운대갑) 의원 등, 이들의 스탠스와 줄서기가 어느 방향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국민의힘 경선뿐 아니라 본선 구도까지 대대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전재수 vs 박형준" 기본 틀 위에… '국힘 현역 4인 잠룡'이 구도 흔든다
종합하면, 내년 부산시장 선거는 출마 여부조차 확정되지 않은 전재수 장관이 박형준 시장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기본 구도 위에 김도읍·이헌승·조경태·주진우 등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의 출마 가능성이 더해지며 부산 전체 정치 지형을 뒤흔들 잠재력을 가진 경쟁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올해 부산시장 선거는 단순한 시장 선거가 아니라 '18명의 의원이 모두 얽힌 정치 전쟁'에 가깝다"며 "국민의힘 내부 경선이 곧 전국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