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시민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도움을 거절했던 50대 주취자가 이틀 뒤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저녁 8시쯤 시흥시 정왕동의 한 교차로에서 "도로와 인도 사이에 술 취한 사람이 누워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인근 경찰서인 시흥경찰서 소속 옥구지구대 경찰관 2명은 신고 7분 만에 현장에 출동해 50대 주취자 A씨를 발견하고 그를 깨웠다.
이어 경찰은 A씨의 이름과 주소 등을 묻고 순찰차로 귀가를 도우려 했지만, A씨는 바로 건너편을 가리키며 "근처에 거주하고 있다"며 이를 거절했다.
A씨를 강제로 차에 태울 수 없었던 경찰은 그의 몸 상태 등을 확인하고는 "어디 아픈 곳은 없느냐. 아프면 119를 불러주겠다"고 했지만, A씨는 이 또한 거부했다.
경찰은 비가 내리고 있어 A씨가 "잠시 쉬다가 가겠다"는 취지로 말하자 인근 공원 정자로 A씨를 부축해 옮겼다.
경찰은 10분 넘게 A씨와 대화하다 저녁 8시 23분쯤 "시화병원 응급실에서 시비가 생겼다"는 다른 신고를 받아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루 뒤인 17일 새벽 5시 44분쯤 A씨는 경찰이 신고 처리를 종결했던 장소인 공원 정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A씨의 타살 혐의점이나 극단적 선택 정황은 나타나지 않아, 저체온증 등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구대 경찰관들이 출동해 종결까지 지은 주취 신고 현장에서 피신고인이 숨진 채 발견되자 신고 처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당시 소통이 가능했고, 내·외상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출동 경찰관이 현장 매뉴얼을 어기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코드 2 수준의 신고가 들어와 매뉴얼에 따라 2명의 경찰관이 출동해 A씨와 대화를 나눴다"며 "술에 취한 피신고인은 보호조치 대상은 아니다. 현재까지 담당 경찰관들의 조치가 부적절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경찰은 A씨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해 사인을 밝히고, CCTV를 분석해 A씨의 동선을 파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