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타깃은 '짱구'…中 '한일령' 본격화

연합뉴스

대만 유사시 일본의 무력 개입을 시사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당국이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을 발동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일본 영화의 중국내 상영이 무기한 연기됐다.

대만 문제를 놓고 이처럼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 내 반일감정이 고조될 조짐을 보이자 주중 일본대사관은 중국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안전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유탄맞은 '짱구'…중국, 일본 영화 등 콘텐츠에 '한일령' 발동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연합뉴스

중국 관영방송 중국중앙(CC)TV는 18일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짱구는 못말려 :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와 '일하는 세포' 등 수입 일본 영화의 개봉이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에서 이미 개봉해 상영되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귀멸의 칼날 : 무한성편'도 흥행 성적이 크게 하락했다며, 개봉 5일차 예상 흥행 수입이 2천만위안(약 41억원)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CCTV는 "'귀멸의 칼날'은 IP(지적재산권)를 기반으로 구축된 기존 팬층을 활용해 개봉 직후 흥행에 성공했다"며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의 엉뚱한 발언으로 시장의 반응도 급격히 시들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초 개봉 예정이었던 일본 영화의 수입사와 배급사 모두 일본 측의 도발적인 발언이 중국 관객들의 일본 영화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면서 "시장 원칙과 관객의 의견을 존중해 관계자들은 개봉 연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는 외국 영화 등의 개봉에 관여하지 않지만 당국의 암묵적인 지시에 따라 영화 개봉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당국이 존재를 부인하고 있는 '한한령'(한류 금지령)에 따라 한국 영화의 중국 개봉은 사실상 금지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이미 상영이 확정된 일본 영화 2편의 개봉을 무기한 연기한 것은 사실상 일본 영화 등 콘텐츠에 대한 '한일령'(限日令)이 발동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5일에는 주일 중국대사관이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중국 외교부와 주일 중국대사관·영사관은 가까운 시일에 일본을 방문하는 것을 엄중히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드린다"며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이에 중국 항공사들과 여행사들도 곧바로 일본행 항공편이나 여행 상품을 무료로 변경·취소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는 일본 여행 자제령이 중국 당국의 계획 하에 실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현재 각 여행사에 일본 여행 상품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대신 한국 여행 문의가 늘며, 최근 며칠사이 중국인들의 선호 여행지 1위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뀌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중국의 여행 자제 권고로 일본행 항공권 49만 1천장이 취소됐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폭의 항공권 취소 사태라고 보도했다.

일본 여행 자제령과 함께 16일에는 중국 교육부가 일본 유학 자제령을 내렸다.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일본 내 중국인 유학생은 12만 3485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36.7%를 차지했다.

반일감정 고조 조짐에 주중 일본대사관 '안전주의보'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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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보복조치에 대해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과 중국이 더 강경한 조처를 단행한다면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라고 불린 2012년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관계 악화가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2012년 당시 양국간 영유권 분쟁이 격화되며 중국에서는 대규모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도요다 등 일본 자동차의 판매실적이 반토막 났고, 월간 기준으로 일본의 대중국 수출이 10% 넘게 줄어들기도 했다.

또, 중국 주요 도시에서 반일 시위가 벌어졌으며 시위대가 일본 식당의 기물을 파손하는가 하면, 일본산 자동차를 뒤집는 등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한 바 있다.

현재도 중국 당국의 보복은 물론 중국 관영매체들이 잇따라 여론전을 펴며 반일감정이 고조될 조짐이 보이자 주중 일본대사관은 중국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안전에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17일 홈페이지에 올린 '최근 일중 관계를 둘러싼 현지 보도 등에 입각한 안전대책'이라는 공지를 통해 "외출 시에는 수상한 사람의 접근 등에 주의하고 여러 명이 함께 행동하는 등 안전 확보에 힘써달라"고 밝혔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에 대해 "이번 주의 환기는 일중 관계를 둘러싼 현지 보도 등 상황에 입각해 현지 체류 일본인에 안전 대책을 당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일본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해협)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언가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며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립위기 사태'는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나 지역이 공격받아 일본이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하며, 이 경우에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사실상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일본 총리들 가운데 대만 유사시가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다카이치 총리가 유일하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동안 반중, 친대만 성향을 드러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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