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와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대해 "대결적 기도가 다시 한번 공식화, 정책화 됐다"며 "국가의 주권과 안전이익, 지역의 평화수호를 위한 보다 당위적이며 현실대응적인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논평에서 "공동 합의 문서들은 우리 국가에 끝까지 적대적이려는 미한의 대결 의지와 더욱 위험하게 진화될 미한동맹의 미래를 진상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와 SCM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4일만에 발표된 북한의 공식 반응이다.
북한은 3800여 자에 달하는 장문의 논평에서 팩트시트·SCM 공동성명의 여러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먼저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계기"라며, 미국이 한국과 함께 정상급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확약한 것은 "우리의 헌법을 끝까지 부정하려는 대결 의지의 집중적 표현"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이로써 현 미행정부가 추구하는 대조선 정책의 진속과 향방을 놓고 언론들과 전문가들 속에서 분분하던 논의에는 마침내 종지부가 찍혔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미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우리 국가의 실체와 실존을 부정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스스로 파기하고 백지화한 과거의 조미합의 이행을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파렴치의 극치"라고 일축했다.
북한은 그간 "비핵화 논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며 비핵화는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시사해왔다. 이번 입장은 이를 재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서는 "조선반도 지역을 초월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안전 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전지구적 범위에서 핵 통제 불능의 상황을 초래하는 엄중한 사태 발전"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의 핵잠 보유는 '자체 핵무장'으로 나아갈 포석이라며 "지역에서의 '핵 도미노 현상'을 초래하고 보다 치열한 군비경쟁을 유발하게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한동맹의 지역화, 현대화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미국 주도의 나토식 안보 구도를 형성하여 경쟁적수들을 포위 억제하려는 미국의 패권적 기도가 보다 실천적인 단계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현실은 더욱 불안정해질 지역 및 국제안보형세에 대한 각성된 시각과 이에 대처한 책임적인 노력의 배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가 중국 견제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며 이에 대응하는 북중러 차원의 노력에 북한도 동참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팩트시트가 항행의 자유와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 유지 중요성 등을 거론한 데 대해서도 "지역내 주권국가들의 영토 완정과 핵심 이익을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중국과 입장을 같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미국이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에 동의한 것은 "'준핵보유국'으로 키돋움할 수 있도록 발판을 깔아준" 것이라고 했고, 한미 조선협력 및 한미 관세 합의에 대해서는 "주종관계의 심화"라고 비판했다.
다만 북한은 이번 입장을 당국자 명의의 공식 성명이나 담화가 아닌 조선중앙통신 논평 형식으로 냈고, 트럼프 대통령이나 이재명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지 않았다. 또 주민들이 접하는 노동신문에는 싣지 않았다. 이는 한미에 불필요하게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는 비교적 정제된 언어로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려 한 것이란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