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에서 시작해 '언더독스' 시선으로 끝나는 '신인감독 김연경'[현장EN:]

MBC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 종영 기자간담회가 17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최윤영, 권락희, 이재우 PD. MBC 제공


배구계의 전설로 수많은 기록을 쓴 김연경이 '원더독스'라는 팀을 통해 신인 감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그린 MBC '신인감독 김연경'이 마지막 회를 앞두고 종영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신인감독 김연경'의 권락희, 최윤영, 이재우 PD는 17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MBC 2층 M라운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취재진을 만났다. '신인감독 김연경'으로 처음 스포츠 예능에 도전했다는 세 PD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신경 썼던 부분부터, 종영까지 단 한 회를 남긴 마지막 회의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일문일답 이어서.

1. 세 분 다 스포츠 예능은 '신인감독 김연경'이 처음이라고 했다. 불안한 부분도 있었을 텐데 '우리 프로그램이 잘 가고 있구나' 느낀 순간이 있나? 또 이 프로그램에서 한 새로운 시도는 무엇인가?

이재우 PD : 두 가지가 좀 연관된 질문인 것 같아가지고 한 번에 말씀을 드리자면, 저희가 스포츠 예능이지만 제목이 이제 '신인감독 김연경'이지 않나. 기본적으로는 감독님의 시선을 따라서 출발한다. 근데 사실은 이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애정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더독스라는 팀 자체에 대한 팬분들의 지지도 굉장히 필요한 부분이다. 그럼 '어떻게 감독의 시선으로 출발을 해서 선수의 시선으로 끝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 이 고민은 저희가 굉장히 많이 했다. 사실 첫 회를 한 달 넘게 편집했는데도 '아,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결국 방송에 나가고 나서 더 많은 분들이 '다른 예능과는 좀 다르다' 이런 평가를 많이 해 주셔가지고 그런 지점에서 저희가 그래도 좀 잘 가고 있구나를 좀 느꼈던 것 같다. 저희가 경기를 보여드리면서 한 번씩 이제 선수 개개인의 서사를 이렇게 보여주는 모습들이 있다. 그때 시청자분들도 현장에서 우리가 느꼈던 것처럼 좀 같이 몰입해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는데 다행히도, 저희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걸 잘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아서, '아, 우리 프로그램 잘 가고 있는 것 같다'라고 생각했다.

2. 일반적인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투입되는 인원이나 카메라도 많고 방송에서 비춰지지 않는 팀도 많은데, 제작비 규모가 어느 정도 되나. 큰 예산을 운용하면서 부담과 고충이 있었을 것 같다.

권락희 PD : MBC의 '블록버스터'라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새로 가 본 길이라 저희도 되게 가슴 떨린 일도 많았다. 되게 새로운 길을 가 봐서 재밌었다. 예산적으로나 제작 규모로나 정말 여러 사람들의 협조를 받아야 돼 가지고, 협조해 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예산적인 부분에서 저희(프로그램)에 참여해 주신 스태프분들, 선수분들 모두 해가 되지 않도록 엄청나게 큰 노력을 했다. 지금 같이하고 있는 윤영 PD, 재우 PD가 없었으면 도저히 이뤄낼 수 없었던 프로젝트였다.

이재우 PD : 그냥 재미있는 일화 정도로 말씀드리면, 저희가 일본 갔다 오지 않았나. 저랑 작가님들이랑 같이해서 예산을 짜고 했는데, 저희가 지고 돌아왔다. 그래서 선수분들도 그거에 대한 마음의 짐이 있으시더라. 본인들이 봐도 이게 한두 푼 든 게 아닌데, 아쉽게 져 가지고… 그래서 그때 더 약간 으쌰으쌰가 잘됐던 것 같다. 오히려 그 이후 경기가 좋아지는 데 좀 일조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신인감독 김연경' 권락희 PD. MBC 제공

3. 원더독스에 뛰는 선수가 과거 소속돼 있던 팀과 대결했고, 한일전도 등장했는데 섭외 비하인드가 듣고 싶다.

권락희 PD : 방출된 팀과 시합을 한다는 그 콘셉트가 저희도 걱정이 많이 됐다. 프로팀들이 과연 응해 줄까? 프로팀에서 우리 프로배구연맹 코보랑 프로팀들에서 이 취지에 너무 공감하고 계셨다. 사실 감독님들, 구단 관계자들 모두 배구 자체가 너무 판이 협소하고 풀이 너무 얕아서 발전을 해야 되는데 발전을 못하는 거에 대한 아쉬움이 엄청 크다. 그래서 이 취지를 말씀드렸더니 그 자리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답변을 주셨고 취지 자체에 공감을 해 주셔서 대승적으로 협조를 굉장히 많이 해 주셨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일본 같은 경우는… 사실 김연경이 아니었으면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김연경 선수가 이제 감독이 돼서 본인의 배구팀이랑 시합한다는 그 자체를 굉장히 큰 영광이라고 생각하시더라. 시합을 정정당당히 하는 것도 너무 좋지만, 한국에서 본인들에게 와서 시합을 한다는 것 자체에 엄청나게 큰 기대감을 갖고 있어서, 매우 좋은 타이밍에 매우 좋은 기회로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4. '신인감독 김연경'을 연출하며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권락희 PD : 만들 때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를 많이 봤는데, 이 프로그램 보고 '공포의 외인구단' 같다는 댓글 달릴 때 기분 진짜 좋았다. 또 우리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그걸 참고해서 맛을 살려보자고 했고, 그래서 PD들이 첫 회 편집하기 전에 한 번 다 같이 시청하고 오자고 해서 일부러 그렇게 촬영한 것도 있고, 한 컷 한 컷 유심히 보신 분이 계시다면 공만 따라가는 컷이 있다. 그걸 카메라 감독님과 긴밀하게 상의해서 '우리는 지금 카메라 한 컷 한 컷이 소중한데 한 번 좀 과감한 시도를 해 보자, 공만 따라 가는 것으로 우리가 편집점을 잡아보자' 했는데 그런 디테일한 부분을 시청자분들도 좋아하시더라. 그걸 보면서도 '이거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같다!'라고 얘기하실 때 PD로서 뿌듯했던 것 같다.

이재우 PD : 비슷한 거긴 한데, 예능 프로그램이 담아내는 부분들이 프로그램마다 다르지 않나. 어떤 프로그램은 그냥 단순히 재밌는 프로그램, 예를 들면 '깔깔이'라고 표현도 하는데 그런 프로그램도 있고 어떤 프로그램은 또 감동을 다루기도 한다. 저희는 처음에 선배와 얘기했을 때는 막연하게 조금 낭만적인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이제 편집, 촬영할 때 만화적인 장면을 많이 떠올리는 것도 시청자들이 이걸 봤을 때 단순히 보이는 것에만 만족하는 게 아니라, 뭔가 각자가 도전했던 경험을 떠올리거나 실패했던 경험도 떠올릴 수 있고, 그런 식으로 좀 각자의 어떤 낭만적인 스토리랑 연결되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굉장히 좀 뿌듯하다고 느낀다.

5. 김연경 감독은 프로그램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다.

권락희 PD : 연경 감독님은 이제 방송이 끝나면 월요일날 항상 전화가 오신다. 일단 한 2~3회까지는 이제 너무 배구를 사랑하시는 분이라서 저희 프로그램에 나갔던 배구적인 오류 부분들을 꼭 짚어주셨다, 심의하듯이. '권 PD 이거 틀리게 나갔어' 하셔서 재입고를 많이 했다. 시청률이 오르면서는 이제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라고 하실 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일동 폭소)

'신인감독 김연경' 최윤영 PD. MBC 제공

6. 김연경 감독이 지도자로서 자질이 어떻다고 보나.

권락희 PD :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현장에서 보고 더 놀랐다. 체육관에서 인쿠시 선수와 이야기 나눌 때, '익스큐즈하지 말고 솔루션을 찾아라. 더 큰 데 가야지' 이런 얘기하신 거를 제작진은 몰랐다. 저희가 모든 오디오를 듣지 못한다. 더, 더 진짜를 담기 위해서 제작진 개입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편집하면서 '아, 감독님이 인쿠시랑 저런 얘기를 나눴구나' 했다.

이분(김연경)은 생각보다 더 감독으로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구나, 그 점에서 저도 더 놀랍고 재밌었단 생각이 든다. 이분은 감독을 해도 잘하실 거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 수많은 해외 경험을 하셨고 도쿄올림픽 등 아주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장면만 봐도 순간순간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거나, 공이 어떻게 오니 어떻게 받아야 한다 이런 게 나오니까. 김연경 감독님의 되게 분석적이고 확실한 캐릭터가 살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된 것 같다.

7. 8구단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는데 어떻게 되는 건지?

권락희 PD : 저희가 이제 최종 목표 8구단을 목표로 시작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많이 헷갈리시더라. 이번 시즌이 창단되는 거고, 창단 얘기가 없으면 팀이 해체된 거 아니냐 이런 말씀 많이 하시는데 시즌 1은 8구단을 향한 첫걸음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할 거 같고, 그 씨앗을 심는 프로젝트라고 생각을 하고 좀 큰 목표지만 한번 과감하게 천명하고 시작해 본 거다. 그래서 이 방송을 보고 원더독스라는 팀 자체에 영감을 받는 구단주가 나타나게 바라는 마음도 좀 크고, 저희가 이번 주 방송까지 잘 마치고 8구단을 향한 되게 큰 첫걸음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8. 프로그램이 잘 되면서 프로배구를 향한 관심도 높아졌다. MBC가 구단주로 나설 생각은 없는지.

권락희 PD :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은 이 프로그램으로 끝나지 않고 정말 실질적으로 배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게 되게 바라고 있고, 8구단이 된다면 정말 꿈 같은 일일 것 같다. 그걸 MBC가 시작하는 부분은 제가 사장님께 한번 조심스럽게 건의를 한번 드려보겠다. (일동 폭소)

뿐만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협조해 주신 배구계의 수많은 분들이 계시다. 가장 크게 협조해 주신 분들이 또 실업팀 감독님들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프로팀에서 방출되고 실업팀에서 뛰고 있는데 이 선수들이 누구보다 잘 되길 원하는 게 우리 실업팀 감독님들이다. 각 실업팀이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저희를 도와주셨다. 실업팀과 프로팀의 상생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 프로그램이 그 부분에 조금이라도 더 기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이다.

'신인감독 김연경' 이재우 PD. MBC 제공

9. 일부 선수는 프로팀과 계약도 하고 있는데 혹시 선수를 뺏긴다는 느낌을 받진 않나.

권락희 PD : 아, 일단 선수를 뺏기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프로그램 자체가 프로팀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저는 이나연 선수의 첫 인터뷰가 생각난다. 처음 만난 날 자기의 목표 트라이아웃이라고 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고. 트라이아웃 때 그냥 원 없이 한 번 해 보고 싶고 떨어져도 아무 상관없다 이런 식으로 했는데 트라이아웃 참여해서 뽑히고, 저희 원더독스에서 뛰면서 갑자기 실업팀에 가게 됐다. 어쩌다 보니 또 실업팀 선수가 된 거다. 10월 전국체전에서 뛰고. 근데 또 갑자기 흥국생명에 가셨다는 거다. 그래서 저희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나연 선수라는 삶 자체가 바뀐 거다. 자기가 하나도 계획하지 않은 건데, 이런 식으로 삶이 흘러간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팀에서 방출됐거나 은퇴한 선수들이 프로팀으로 재기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저희가) 2부 리그의 조그마한 제도 같은 게 아닌가. 저희한텐 너무 좋은 소식이다, 그런 소식은.

10. 이번 주 일요일(23일)이 마지막 방송인데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면.

이재우 PD :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저희 선수들이 전부 다 언더독인 선수들이지 않나. 저희 제작 여건 때문이기도 했지만, 저희의 다른 경기들에서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사실은 가족밖에 없었는데 요번 경기에서는 일반 관중분들도 많이 받아가지고 원더독스 선수들이 응원을 받으면서 하는 경기라는 것 자체가 촬영 현장 때 좀 저의 저만의 개인적인 감동 포인트였다.

저희가 직관 경기인 만큼 응원단분들의 주도하에 응원하는 것들을 관중분들이랑 공유하고 연습도 하는 시간도 있었다. 선수들 입장했을 때 그런 응원법으로 응원을 하니까 선수들 입장에서는 아예 모르던 사실이지 않나. 그래서 그때 그 선수들의 놀란 표정과 '내가 정말 이 원더독스라는 기회를 통해서 선수로서 뭔가 도약할 수 있는 무대다' 요런 거에서 오는 설렘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더라.

그걸 보면서 정말 우리가 이제 하나의 예능 프로에서 끝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선수의 삶을 바꿔줄 수도 있는 거고 누군가에게는 또 더 큰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는 거겠구나, 하는 걸 그 표정에서 확 느꼈던 것 같다. 물론 다른 경기들도 선수들이 이제 100% 몰입을 하긴 했지만, 마지막 경기가 몰입감이 뛰어나고 선수들도 간절하지 않았을까 한다.
 
권락희 PD : 김연경 감독님이 제일 만족한 경기이자 제일 제일 화를 많이 냈던 경기다, 여러모로. 경기 내용 측면에서 선수들이 지금까지 쌓아왔던 훈련 내용들을 이해하고 합을 맞춰서 잘 보여준 회차가 되지 않을까. 동시에 연경 감독님이 엄청난 분노를 표출했는데 그 부분이 되게 재밌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최윤영 PD : 김연경 감독님이 흥국생명에서 선수 생활하시면서 세운 기록들이 되게 많지 않나. 본인이 세운 기록을, 상대 팀 감독이 돼서 깨야 하는 것이니까 좀 직관적으로 재밌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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