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日 독도 주권 주장은 "악성 언행"…韓 지지?

연합뉴스

대만 유사시 일본의 무력 개입을 시사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을 놓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일본의 '독도 주권' 주장을 "악성 언행"이라고 표현하며 일본을 비판하고, 한국을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17일 열린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한 중국 관영매체 기자는 "한국 외교부는 14일 일본 정부가 도쿄에 독도 주권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선전하는 영토주권전시관 공간을 확장한 것에 강한 항의를 표했는데, 중국은 이에 대해 어떻게 논평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마오닝 대변인은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한 보도에 주목했다"며 "최근 일본의 많은 악성 언행은 주변 국가의 경계와 불만, 항의를 유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본이 침략 역사를 심각하게 반성하고, 평화의 길을 걷기를 고수하며, 실제 행동으로 아시아 이웃 국가와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놓고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지만 그동안 한국과 일본간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중립적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이날 일본의 독도 주권 주장을 "악성 언행"으로 규정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독도 문제에 대해 한국을 지지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통상 중국 당국의 브리핑에서 나온 중국 관영매체의 질문은 사전에 당국과 조율을 거친다는 점에서 이날 마오 대변인의 답변은 일본 정부를 겨냥한 중국 당국의 작심 발언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가 하면 당국자들은 "목을 벨 수밖에 없다", "불에 타 죽는다" 등 외교적 결례는 아랑곳없이 극언을 써가며 다카이치 총리와 일본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여기다 지난 15일과 16일에 각각 자국민의 일본 여행과 유학 자제령을 발동해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16일 해경 함선 편대가 센카쿠 열도 주변 해역을 통과하며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본격적으로 보복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대만 문제로 일본과의 갈등이 극대화되고 있는 만큼 최근 관계개선 흐름이 뚜렷한 한국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이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독도 관련 발언이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반영하듯 마오닝 대변인은 이날 지난 9일과 10일 한국 인근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잇따라 전복된 뒤 한국이 신속히 경비함과 헬기를 보내 수색·구조 작업을 벌인 사실을 언급하며 "중국은 이를 높이 평가하고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일본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해협)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언가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며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립위기 사태'는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나 지역이 공격받아 일본이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하며, 이 경우에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사실상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일본 총리들 가운데 대만 유사시가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다카이치 총리가 유일하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동안 반중, 친대만 성향을 드러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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