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선착장을 100m 앞둔 지점에서 멈춰 선 '한강버스' 사고는 지정 항로를 벗어난 것이 직접 원인이었고, 그 배경에는 태양광 배터리 기능 저하로 인한 항로 표시등(부이)의 밝기 부족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 어두웠던 표지등… 좌측 등만 보고 진입하다 항로 벗어나
㈜한강버스 김선직 대표와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17일 서울시청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선장 진술, CCTV, 수심 측정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지정 항로 이탈로 인한 저수심 구간 걸림"이 사고의 직접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선장은 '우측 항로를 알려주는 빨간색 부표의 불빛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실제 확인 결과, 해당 부표는 운항 시간대에 점등되지 않은 상태였고, 태양광 충전식 배터리의 성능 저하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좌측 녹색표지등만 보이자 이를 기준으로 접안하려다 간조로 낮아진 수심 구간에 선체가 얹힌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직후 문제 부표는 새 배터리로 교체됐다.
수심 2.8m 확보됐지만… 모래·자갈 퇴적 구간에 '턱'
잠실 일대는 가스관 보호공 등이 매설돼 있어 항해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서울시는 공식 운항 전 흘수 1.8m(스케그 포함)에 안전여유 1m를 더한 2.8m 수심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잠수사 확인 결과, 이번 사고는 구조물 충돌이 아니라 모래·자갈이 쌓인 바닥에 그대로 박힌 상황이었다.
상류 구간 운항 잠정 중단… 잠수사 투입해 전면 점검
서울시와 한강버스는 사고 선박을 19일 만조 시각에 물때를 맞춰 자력 이동 또는 예인 방식으로 인양할 계획이다. 자연 부상이 어렵다면 에어백 활용 부양도 검토하고 있다.
사고 이후 ㈜한강버스는 한남대교 상류 항로(압구정·옥수·뚝섬·잠실)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마곡·망원·여의도 등 하류 구간만 부분 운항한다.
서울시는 상류 항로 전 구간에 잠수사를 투입해 소나 스캔 기반 수중 탐사, 저수심·토사 퇴적 확인, 부유물 제거 등을 실시한다. 아울러 선장·기관장 대상 야간 운항 교육 강화도 병행한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해양안전심판원과 경찰,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 조사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5일 밤 마곡을 출발해 잠실로 향하던 한강버스 102호는 잠실 선착장 인근 저수심 구간에서 바닥에 걸려 멈췄다.
신고를 받은 소방·경찰·한강경찰대 등이 투입돼 승객 82명 전원을 21시 14분까지 안전 대피시켰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