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4만 대가 지나는 부산 주요 터널의 제연설비가 '성능 미달' 판정을 받고도 최대 2년 동안 방치돼 온 사실이 드러났다. 화재 시 생사를 가르는 핵심 안전장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행정 공백 속에 시민들이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왔다는 지적이다.
터널 5곳 제연설비 성능 미달… 공단, 알고도 최대 2년 통보 지연
17일 박종철 의원에 따르면, 부산시설공단이 관리하는 21개 터널 중 14개가 제연설비 검증 대상이며, 그 가운데 구덕·제2만덕·황령·백양터널 등 4곳이 '부적합', 개좌터널이 '부분 미흡' 판정을 받았다.제연설비는 화재 시 연기를 신속히 배출해 시야를 확보하는 필수 안전시설로, 성능 저하는 곧 대형 인명 피해 가능성과 직결된다.
그러나 부산시설공단은 황령터널(2023년 7월), 제2만덕터널(2024년 12월)에서 이미 성능 미달이 확인됐음에도 시(市) 통보를 뒤늦게 진행, 최대 2년 가까운 공백이 발생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 사이 실제로 올해 6월 황령터널과 8월 제2만덕터널에서 연속 화재가 발생, 연기가 외부로 배출되지 못해 교통 마비가 이어지는 등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교체 5년 걸린 장산터널… 이번엔 더 노후 터널, 기약 없는 개선"
장산제1·2터널은 1997년 설치된 제연설비 교체에만 5년이 걸렸다.박 의원은 "이번에 미달 판정을 받은 터널들은 더 노후되고 길이도 3~4배 길다"며 "이 속도라면 앞으로 언제 교체가 완료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현재 제연 설비가 미달된 터널을 통과하는 차량은 하루 28만 대, 개좌터널까지 포함하면 34만 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화재 당시 제2만덕터널을 지나던 시민들은 '10m 앞도 안 보였다'고 증언했고,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시야 확보가 거의 불가능한 장면이 확인됐다.
"안전설비는 예비비로라도 즉시 조치해야… 보고체계 전면 손질 필요"
박 의원은 "재난안전기금에 내년 기본설계비만 넣어두고 수년을 기다리라는 건 시민 안전을 뒤로 미룬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이어 "예산을 이유로 지연할 게 아니라, 예비비·추경을 활용해서라도 즉시 조치를 해야 한다"며"부적합 판정 즉시 통보·즉시 조치가 원칙이 되는 보고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