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세금 어떻게 깎나…금투세 없이 '장투' 稅혜택, 어떻게?

李대통령 "소액 장기투자자에 세 혜택 마련" 주문했지만
한 종목 50억 든 부자만 내는 양도소득세, 소액주주와 관계 없어
배당소득 세율 조정 거론되나, 분리과세 추진과 함께 이미 세율 조정 거론…혜택 크지 않을 듯
ISA 계좌 장기 유지하면 세금 깎는 법안도 계류 중…단타 막는 안전장치 없이는 한계 있을 수밖에
"누구나 내는 증권거래세율 차등적용하자" 제안에…"다시 금투세 도입 논의할 때" 주장도
단순한 세 혜택 늘리기 만으로는 부족…부동산 과세와 연계하는 등 입체적 접근 필요해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주식의 장기투자자를 위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라고 지시하면서 배당소득세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애초 소액주주에 세금을 거두지 않아 예상되는 세 혜택 규모도 낮기 때문에, 입체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국내 주식을 장기 보유한 투자자에 혜택을 주는 방식을 세부적으로 잘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간 주식을 보유한 재벌 대주주까지 혜택이 가면 '부자 감세' 논란이 우려된다며 개인 투자자에게 수혜가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최근 국내 경제 정책은 '부동산에 쏠린 돈을 금융시장에 풀자'로 요약된다. 집값을 낮추고 부동산에 엮인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하는 한편, 주택에 묶여있던 돈을 비교적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입시켜 성장 동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최근 정부가 '코스피 5000'을 내세우면서 한국 증시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시세차익을 노린 자금이 일시적으로 유입되는 것은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우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장기투자자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라는 이 대통령의 주문도 결국 중장기적인 '국장 밸류업'을 뒷받침하자는 얘기로 읽힌다.

하지만 현재 소액주주에게는 애초 세 부담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세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 애초 내지도 않는 세금을 더 깎아줄 수 없는 노릇이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격언처럼, △주식을 팔아서 시세차익을 거두거나 △주식을 계속 갖고 있어 배당을 받을 경우 세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금융투자 상품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여론의 반대에 밀려 결국 폐지됐다.

주식을 거래해 얻은 소득에 매기는 양도소득세는 대표적인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기 때문에 소액주주와는 사실상 무관하다.

윤석열 정권 시절인 2023년, 한 가지 종목 주식당 50억 원 이상 보유한 상태에서 주식을 양도할 때만 세금을 내도록 대폭 완화했다. 이번 정부 들어 지난 7월 과세 기준을 10억 원으로 정상화하려 했지만, 이튿날 주식 시장이 폭락하자 투자자들이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려 했기 때문'이라며 거세게 반발해 결국 제도를 돌려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배당소득에 원천징수하는 세금을 낮춰주는 방안이 주로 거론된다. 주식 배당을 받으면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과 함께 종합소득으로 과세돼 원천징수되는데, 연간 2천만 원을 넘느냐 아니냐에 따라 세율이 바뀐다. 이에 대해 투자 기간에 비례해 세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이 정부와 여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미 정부와 국회는 배당소득을 다른 소득과 나누는 분리과세 추진해 어차피 세부담이 대폭 줄어들 예정이다. 게다가 최고세율을 애초 발표했던 35%에서 25%로 10%p나 낮추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장기투자자에 대한 세율을 낮추면 소액주주에게는 혜택이 크지도 않고, 과도하게 세 혜택이 집중돼 조세 체계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김우철 교수는 "배당성이 높은 기업은 대개 대기업, 고수익 기업이다. 장기 보유하거나 배당성이 높은 기업의 투자자로 차별화하면 오히려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이어 "어차피 소액 투자자들은 배당소득세를 낮추더라도 워낙 금액이 작아서 기껏 해야 몇 천 원, 몇 만 원 깎아주는 수준"이라며 "반면 대기업 대주주들은 당연히 장기보유자이니, 소수의 재벌들에게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간접적으로 세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ISA 관련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이미 ISA를 통해 주식에 투자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ISA 가입 기간에 비례해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입 기간 3년을 초과할 경우 1년에 100만 원씩 비과세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올초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ISA 계좌를 유지한다고 해서 반드시 장기투자로 이어지느냐는 의문이다. ISA에 가입한 채 해당 계좌로 여러 종목의 주식을 '단타'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ISA 가입 기간을 기준으로 혜택을 늘려서는 장기투자로 이끌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유호림 교수는 "ISA 계좌 한도를 가득 채워 가입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느냐. 부자감세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며 "결국 이를 운용하는 금융회사에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신 유 교수는 마지막으로 남은 세금인 증권거래세에 주목한다. 증권 거래 자체에 매기는 증권거래세의 세율을 투자 기간에 따라 차등 과세하자는 주장이다. 유 교수는 "거래세는 대주주가 아니라도 누구나 내야 하고, 손실이 있어도 내야 한다"며 "투자 기간에 맞춰 거래세를 감면하면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박종민 기자

일각에서는 완전 폐지됐던 금투세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든 고민의 출발점이 소수의 부자가 아니면 사실상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니, 금투세를 정밀하게 설계해서 세금을 거둬야 그 안에서 옥석을 가려가며 혜택도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우철 교수는 "지난해 금투세 폐지 논란이 한창일 때 보완책으로 강력히 얘기한 것이 바로 장기 투자에 대한 혜택이다. 안 받는 세금을 두 배로 안 받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며 "지금이라도 금투세 문제를 다시 돌아봐야 할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유호림 교수는 "이미 여야가 합의해 금투세를 다시 거론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차라리 소득세법 규정을 활용해 하나의 종목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이월 결손을 인정해주는 것도 방법"이라며 "일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익이 발생할 때까지 버티면 보전되기 때문에, 장기투자할수록 이득이 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더 나아가 단순히 장기 투자자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반쪽짜리 과세 정책'이라며 부동산 세제 개편과 함께 입체적으로 조세 정책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자산가들이 자유롭게 증권 시장과 부동산을 오가며 시장을 들썩이는 구조에서 장기 투자는 불가능하다"며 "안정적으로 자본 시장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부동산 시장 조세 정책을 먼저 바로잡지 않으면 장기 투자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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