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의 벽과 함께 국제 규정 적응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5일 도쿄돔에서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 1차전에서 일본에 4-11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을 마지막으로 꺾은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준결승 이후 한일전 10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경기 초반에는 한국이 우위를 점했다. 선발 곽빈(두산 베어스)이 3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이어간 가운데, 4회초 안현민(kt wiz)과 송성문(키움 히어로즈)이 백투백 홈런을 터뜨려 3-0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곽빈은 4회 연속 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준 뒤, 1사 1·3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어 등판한 이로운(SSG 랜더스)은 2사 2·3루에서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5회부터는 KBO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들이 총출동했지만, 일본 타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규정상 한 번 등판한 투수는 최소 3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했기 때문에 벤치에서도 투수를 제때 바꿀 수 없었다. 결국 5회에만 6점을 내주며 경기는 그대로 일본 쪽으로 기울었다.
이번 대회는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비를 위해 미국 메이저리그(MLB) 공식 야구 규칙을 적용했다. KBO리그보다 엄격한 피치 클록과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 미적용, 그리고 '투수 3타자 의무 상대' 규정이 대표팀에 부담을 줬다.
ABS에 익숙한 한국 투수들이 인간 심판 판정에 흔들리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또한 '3타자 의무 상대' 규정으로 벤치와 투수 모두 책임감 있는 운영과 제구력이 요구됐지만,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았다.
결국 이번 경기에서 드러난 문제는 더욱 강력한 구위와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춘 투수의 필요성이었다.
피치 클록 문제도 패배의 원인이 됐다. 8회 등판한 이민석(롯데 자이언츠)은 첫 타자 초구에서 피치 클록 위반으로 볼을 허용했고, 결국 볼넷과 추가 실점으로 연결됐다. WBC 규정상 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있을 때 18초로 제한돼 KBO리그 기준(각각 20초, 25초)보다 짧다.
여기에 한 수 위 일본 타선을 상대한 한국 마운드는 안타 12개, 사사구 11개를 내주고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