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재명 대통령이 외교의 기수를 중동·아프리카로 돌린다. 최초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중동 주요국을 연이어 방문해 신흥시장 공략에 나선다.
팩트시트 숙제 마친 李대통령, 첫 중동·아프리카 순방
이 대통령은 오는 17일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 나선다.이 대통령은 오는 26일까지 7박 10일에 달하는 이번 일정 중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앞서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집트를 방문하며, G20 이후에는 튀르키예(터키)를 찾는다.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공동 설명자료, 이른바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라는 큰 숙제를 해결한 덕에 이 대통령의 이번 순방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직접 브리핑에 나서서 팩트시트에 대한 한미 간 최종 합의가 이뤄졌음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달 29일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는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팩트시트 발표가 늦어지면서 최종 합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정상회담 후 16일만에 팩트시트가 양국에서 발표되면서 이 같은 전망을 불식시켰다.
G7서 시작된 다자외교, G20으로 마무리…"국제사회 연대·협력"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여한 이후, 유엔 총회, 아세안(ASEAN)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에 이어 이번에 G20 정상회의까지 참여하면서 올해 다자외교를 마무리하게 됐다.
이 대통령은 '연대, 평등,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G20에서, 지난 APEC 정상회의에서 제시해 회원국의 합의를 이끌어냈던 글로벌 인공지능(AI) 기본사회를 강조할 방침이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에 맞서 연대를 강조하는 한편, 기후 변화를 비롯한 위기대응에 있어서도 협력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취임 후 첫 아프리카 지역 방문인 만큼, 그간 강조해온 실용외교를 위해 아프리카 국가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지역과의 협력 방안 또한 모색할 전망이다.
아세안, APEC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는 멕시코,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호주와 함께 구성한 중진국협의체 믹타(MIKTA) 회원국과의 소통을 통해 국제사회의서의 영향력을 높여갈 계획이다.
G20을 계기로 방문하는 UAE와 이집트, 튀르키예는 중동지역의 핵심국가이자, 한국과 방산과 원전 관련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에서 주요 전략산업 분야의 기존 협력을 강화하는 것만이 아니라, 민간기업의 투자 교역 확대, 첨단기술과 보건의료 분야 등에서의 미래 지향적 협력 등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집트 방문 중 카이로 대학교 연설에 나서면서 정부의 대(對) 중동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G20 정상회의가 개최된 지 20년이 되는 2028년, 우리 정부는 한국에서 G20 정상회의를 주최할 예정"이라며 이 대통령의 "임기 첫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직 수행,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에 이어서 국제경제협력 최상위 포럼인 G20 의장직까지 수임해 달라진 우리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 복원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동 3개국 순방에 대해서는 "평화·번영·문화의 세 차원에서 우리와의 호혜적인 협력이 크게 증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