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합의 문서화…자동차 등 주요 업계 불확실성 줄었다

'관세 직격탄' 자동차 업계 한 숨 돌려
25%에서 15%로 美 관세 인하
시점은 가변적…정부, 11월 1일 소급적용 기대
반도체 합의 두고도 '나쁘지 않다' 업계 평가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는 계속…정부 "인하 노력 계속"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최종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한미 관세 협상 결과가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와 대미투자 양해각서(MOU) 체결이 마무리되면서 그간 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을 짓눌렀던 미국발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한층 걷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철강·알루미늄 품목에 대한 미국의 50% 고율 관세는 유지된다는 점, 미국 관세 충격을 최소화 하기 위한 기업들의 현지 진출 가속화와 이에 따른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업계에 적지 않다.
 

MOU 이행법안 제출되면 자동차·부품 관세 15%로 본격 인하

 
한미 관세 협상 결과 문서화 작업이 14일 마무리 되면서 지난 7월 큰 틀에서의 합의 이후 3개월 동안 이어져 온 양국 간 무역 공방은 가까스로 일단락 됐다. 이번 합의에 따른 미국의 관세 인하 세부 약속을 살펴보면, 우선 지난 8월 7일부터 예고치 대비 10% 포인트 인하됐던 미국의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15% 상호관세 조치는 유지된다.
 
특히 한국산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매겨왔던 미국의 고율 관세가 하향 조정된다는 점은 국내 업계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올해 4월과 5월부터 각각 부과해 온 자동차와 차 부품 품목 관세율 25%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15%로 인하된다.
 
다만 인하 시점은 가변적이다. 이날 체결된 대미 투자 MOU의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자부터가 인하 시점이다. 정부는 이달 법안이 제출돼 11월 1일부로 인하 관세가 소급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EU(유럽연합)와 일본이 먼저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매듭짓고 각각 8월과 9월 중순부터 15%로 인하된 관세를 미국 시장에서 적용받으면서 한국산 자동차는 가격 경쟁력 차원에서 열위에 놓여왔는데, 동등한 경쟁 조건으로의 전환이 가시화 된 것이다.
 

현대차 "정부 노력에 감사"…전문가 "국내 사업 경쟁력 강화 위한 지원 필요"

 
현대차·기아 사옥. 연합뉴스

그간 조 단위 관세 타격을 입어온 현대자동차그룹은 "어려운 협상과정을 거쳐 관세 타결 그리고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 투자펀드 MOU 체결까지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 준 정부에 감사하다"며 "그룹은 앞으로도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의 '관세 횡포' 이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한국차와 부품은 무관세를 적용받아왔기에 15%도 분명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관세 인하는 긍정적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한국차는 0%에서 15%로 관세가 올라간 것"이라며 "자동차와 부품 업계가 미국 진출을 통해서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도록 관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생산세액 공제, 재정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을 감안해 정부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내년도 정책금융을 15조 원 이상으로 확대 지원하고 전기차 승용 보조금도 올해 7150억 원 대비 2천억 원 가량 더한 9360억 원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韓반도체는 불리하지 않은 대우…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는 '부담 여전'

 
자동차와 함께 관심이 집중됐던 반도체 관련 합의 문구를 두고도 관련 업계에서는 구체성이 부족하지만, 나쁘지는 않은 합의라는 의견이 나온다. 해당 문구는 추후 한국보다 반도체 교역 규모가 큰 국가와 미국 간 반도체 품목 관세 합의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사실상 주요 경쟁국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보장 받는 내용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대만에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고율 관세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있다. 이런 이해관계가 반영돼 한국산 반도체에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하겠다고 한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구가 추상적이라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혔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목재, 항공기·부품(최대 15%)에 대한 상호관세, 항공기·부품에 들어가는 철강·알루미늄·구리 관세 면제는 전략적 투자 MOU 서명일인 이날부터 발효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철강·알루미늄에 적용되는 50%의 고율 관세 자체를 인하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으며 "미국의 입장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해당 품목은 50%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계속 인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한국의 제네릭의약품, 일부 천연자원 등 전략품목에 대한 상호관세 면제는 연내 개최하기로 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의 추가 합의 시점부터 현실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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