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프랩 "민희진, 감사 전부터 여론전 기획…갓 데뷔한 아일릿 희생"[현장EN:]

왼쪽부터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빌리프랩 소속 신인 걸그룹 아일릿. 박종민 기자/빌리프랩 제공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는 주장은) 대중으로부터 시작된 문제 제기가 아닙니다. 피고가 아일릿 데뷔 일정에 맞춰 의도적으로 만든 노이즈입니다. 2024년 2월 27일 아일릿 데뷔 일정이 공개되자 2024년 3월 2일 이모 부대표는 아직 나오지도 않은 음원을 갖고 사재기 공격을 계획, 하이브를 협박하려고 했습니다. (…) 이렇게 피고의 소위 '좌표 찍기'는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 업계 전문가인 피고가 익명 대중의 일부 반응에 기대어, 법적 표절이 아님을 잘 알면서도 자극적인 소재를 택해 여론전으로 적극 활용한 게 본질입니다."

지난해 데뷔한 신인 걸그룹 아일릿(ILLIT) 소속사 빌리프랩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에게 건 20억 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민 전 대표의 '사익 추구 극대화' 목적으로 당시 갓 데뷔해 아직 팬덤이 없던 아일릿이 희생양이 돼 큰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14일 오후 4시 빌리프랩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20억 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네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은 빌리프랩과 민 전 대표 측이 지난 7월 18일 열린 세 번째 변론기일에서 주장한 내용을 각각 반론하는 PPT를 15분간 발표했고, 이후 30분 구술 변론을 진행했다.

원고인 빌리프랩 측은 피고인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궁지에 몰아넣고 어도어를 소위 '껍데기'로 만들어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80%를 헐값에 인수하고자 하는 '사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이브 감사 착수 전인 지난해 2월부터 이미 여론전을 기획했다는 요지를 폈다.

빌리프랩 측은 "원고에 대한 표절 의혹 제기도 하이브에 부정적인 여론 형성 등에 필요한 요소들을 찾아낸 피고의 사전 작업 결과"라고 바라봤다. 이어 하이브 감사가 시작되기 두 달 전인 2024년 2월 4일부터 언론을 활용해 하이브가 비판받는 상황을 만들고, 어도어와 본인은 거기서 어떻게 빠져나올지 "여론전을 기획했다"라고 말했다.

그해 3월 15일에는 '하이브를 곤란하게 할 치부를 만들면 멀티플을 40~50배 끌어올릴 수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한 빌리프랩 측은 "'하이브를 위협'하는 목적은 공익이 아니라 사익 추구를 위한 것"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아일릿이 어도어 소속 그룹 뉴진스(NewJeans)를 표절했다는 주장을 한 것을 두고,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아티스트의 평판을 훼손하는 방법"을 썼다며, 당시 하이브 레이블 중 가장 막내였던 아일릿이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가 본인의 '경제적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여론전을 벌였다고 한 빌리프랩 측은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희생된 것이 바로 원고와 원고가 기획한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라며 "갓 데뷔해 대신 싸워줄 팬덤이 아직 없기 때문에 손쉽게 공격이 가능할 것이라 본 것 같다"라고 했다.

아일릿 콘셉트 필름이 공개된 2024년 3월 2일, 민 전 대표는 뉴진스 전속계약을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얼마 물어야 하는지 계산 중이었고, 데뷔 티저가 공개된 3월 18일에는 애널리스트에게 아일릿 비방 영상을 보여주고 '셀(sell) 리포트'를 쓰도록 했다는 이모 부대표의 보고를 받았다는 게 빌리프랩 측 설명이다.

'결국 언론을 써야 되네'(2024년 2월 4일) '하이브 까는 기사 내는 건 좋은데'(2024년 3월 19일) '기사 준비를 담주에 해 놓는 게 좋을 듯'(2024년 3월 28일) '그리고 우린 여론전 준비, 그럼 그때 우리 여론전'(2024년 3월 29일) '이걸 진짜 써 줄 기자가 있겠는지'(2024년 3월 31일) 등 사전 기획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날짜별로 정리한 표도 발표 자료에 포함돼 있었다.


2024년 3월 25일 데뷔한 아일릿. 빌리프랩 제공


'4세대 대표 보이그룹 둘과 아일릿을 묶어서 뉴진스를 카피한다고 해라'(2024년 3월 28일)라고 한 것을 비롯해, 2024년 3월 29일에는 '뉴진스 아류' 등의 표현이 들어간 내용을 기자에게 어떻게 흘려야 하는지 검토 중이었다고도 덧붙였다.

민 전 대표가 하이브 감사가 이루어지기 전인 4월 3일에 첫 번째 항의 메일을 보내자고 계획을 변경했고, 이때 '여기엔 언론 얘긴 안 한다. 우린 여론전 준비하라'고 두 부대표에게 지시하고 있다며, "피고의 의혹 제기는 감사 이전부터 계획돼 온 여론전의 실행"이라고 빌리프랩은 전했다.

이어 "이렇게 당긴 여론전 계획의 일환으로 피고는 인기 유튜브 채널에 뉴진스를 신우석 감독과 함께 출연시켜 다른 아이돌이 뉴진스 카피캣(남의 행동이나 작품을 모방한 것)을 연상시키라고 지시한다. '신 감독이 내 뜻대로 리드해 줄 것임'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하이브 레이블 아티스트뿐 아니라 다른 기획사 아티스트까지 다 거론하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2024년 3월 31일에는 이모 부대표에게 기자를 만나 '아일릿 베낀 스토리'를 흘리되 '여론전 이런 말은 하지 마'라고 한 것은 물론, 어도어에 보낼 항의 메일 발신인을 수정하라는 것도 민 전 대표의 지시였다는 것이 요지다.

빌리프랩 측은 "이모 부대표는 이 항의메일을 작성하며 수차례 피고에게 카카오톡으로 직접 그 내용을 복사 붙여넣기해 보고하고 수정 지시를 받았다. 피고는 (항의 메일 발신인을) 변호사 명의 말고 부모님 일동 명의로 보내라고 한다. 처음부터 이메일을 두 번 보낼 것도 계획했다"라며 "대중을 소위 '갈라치기' 하기 위해 '차별' '부당' 등의 단어를 쓰며,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거나 과거 있었던 일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대중을 선동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인'이 아닌 "25년 이상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인 민 전 대표가 "표절 논란이 가져올 파급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라며 "팬덤이 부족해 자정 작업이나 보호가 어려운, 가장 취약한, 이제 막 데뷔한 아일릿을 공격 타깃으로 삼았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줄곧 '여론전'을 벌인 이유도 짚었다. 빌리프랩 측은 "피고는 하이브 법무팀 직원으로부터는 '법적으론 안 된다' '여론전만 가능하다'라는 개인적 법률 자문을 이미 받았다. 친한 직원조차도 '소송으로 가더라도 실제로 (표절) 인정되기는 어렵다'라고 해, 무리한 표절 주장을 하면 명예훼손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라며 "하이브를 겁주고 주주간계약을 수정해 엑싯(EXIT, 탈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세종 법률 검토를 통해 '표절 의혹 제기가 가능하지 않다'라는 것을 거듭 확인받았음에도, 민 전 대표는 "여론전을 위해 표절을 내세우기로 했"다며, 빌리프랩 측은 "타인을 괴롭히면서 주주간계약을 수정하고 엑싯하는 것은, 피고가 말하는 것과 같은 공익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강조했다.  

빌리프랩 측은 "피고는 매각 협상 주도권을 가지려면 대외에 어나운스(공표)할 명분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아일릿이나 하이브의 평판을 떨구겠다는 고의 목적이 있었다는 게 명백한 근거로 남아있다"라며 "이미 감사 이전부터 '외부에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내부 고발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라고 민 전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아일릿은 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라며 민 전 대표 기자회견 후 앨범 주문량 급감, 촬영 일정 취소, 광고 집행 중단 등의 피해를 봤고, "출연 콘텐츠마다 피고 선동으로 피고와 같은 편이 된 뉴진스 팬들, 혹은 그냥 누군가를 욕하고 싶은 악플러들이 정말로 많이 몰려와서 악플을 달았다"라고 주장했다.

빌리프랩 측은 "'표절' '카피' '모방' '아류'라는 단정적이고 모욕적인 표현을 서슴없이 쓰면서 원고와 아일릿을 비방했지만 표절에 해당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라며 "피고의 허위 사실 적시 유포 행위로 원고는 큰 피해를 입었다. 공공의 이익과는 무관한 피고의 불법 행위에 대해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