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 벤츠(벤츠) 회장이 13일 만나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비) 부품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이 회장은 글로벌 주요 기업 대표들과 두루 만나며 협업 성과를 내왔던 만큼, 이번에도 두 기업 간 굵직한 계약이 맺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과 칼레니우스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한남동에 있는 삼성그룹의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최주선 삼성SDI 사장과 크리스티안 소보트카 하만 사장 등 삼성의 전장 사업 관계사 경영진도 함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삼성과 벤츠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장 등 기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공조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벤츠가 최근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삼성 SDI와의 '배터리' 협력 가능성이 주목된다. 벤츠에 대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이 이뤄질 경우 삼성SDI는 BMW, 아우디를 비롯해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3사 모두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된다.
삼성에 2016년 인수된 이후 벤츠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 기업에 핵심 전장 설루션을 공급하고 있는 하만 역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하만은 이미 벤츠의 럭셔리 전기차 EQS에 적용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BUX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장이 칼레니우스 회장과 만난 건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CDF)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이 회장은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전장을 삼성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판단하고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꾸준히 강화해왔다. 3월 중국 방문 당시 현지 전기차 기업 BYD 본사를 방문하는 한편,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도 만나며 협업 방안을 모색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는 2023년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 연구소에서 만났다.
이 회장의 이 같은 광폭 행보는 계약 성과로 이어졌는데, 테슬라와의 대형 파운드리 계약이 대표적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 7월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를 통해 "삼성의 (미국) 텍사스 대형 신공장은 테슬라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계약 규모는 최소 165억달러로, 원화로는 23조 7천억 원을 웃돈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 총 매출액(300조8709억원)의 8%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삼성전기도 이 회장의 BYD 본사 방문 한 달 뒤인 4월 해당 기업에 대한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대규모 공급을 시작했다. MLCC는 전자 제품의 전류 흐름을 안정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필수 부품으로, 전기차 한 대당 1만 개 넘게 탑재된다.
한편 삼성은 2010년대부터 배터리를 필두로 전장 사업에 진출했으며, 2016년 하만 인수를 계기로 해당 사업을 집중 육성 중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ICT, 디스플레이 기술을 자동차에 확대 적용해 자율주행 SoC(시스템 반도체) 등 핵심 전장 부품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