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항공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항공보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부결로 좌초됐다.
의결하기로 사전에 합의된 법안이었지만 여야가 별안간 감정싸움을 벌이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진 모습이다.
13일 열린 국회 본회의 중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갑작스런 불참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유감을 표하며 승인한 일이었지만, 야당에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를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다고 하던데, 국토부 소관 법안을 의결하는 본회의에 불참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나"라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이 우르르 퇴장할 때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고성이 터져 나왔다. 장경태 의원의 경우 "본회의가 중요하다고 하더니 본회의장을 나가고 자빠졌네"라고 소리쳤다.
회의장 밖에서도 언쟁이 있었다고 한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민주당 부승찬 의원이 송언석 원내대표에게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민주당에선 "정확한 표현은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이런 가운데 본회의장에서는 법안 표결이 계속됐다. 양당 지도부가 사전 합의했던 비쟁점 민생 법안을 범여권 의원들이 차례로 의결했다.
그러나 단 1건, 국민의힘 김은혜·배준영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뒤 위원회 대안으로 상정된 항공보안법 개정안은 부결됐다. 재석 155명 중 찬성 75명, 반대 45명, 기권 35명이었다.
공항 출입 규정과 항공보안 점검 등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마련됐지만,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폐기된 것.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항공보안법에 대해 당내에 특별히 이견이 있었던 건 아니고 법안 처리할 때 분위기가 갑자기 그렇게 됐다"고 귀띔했다.
이후 법안 발의자인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취재진 앞에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는데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바랐을 민생 법안을 폐기시킨 건 유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