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의 '강한 일본'을 위한 본색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살상무기 수출 논의는 물론 '금기'로 여겨졌던 비핵화 원칙의 변화마저 시사했다. 대만 유사시를 가정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중일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동북아 안보지형에 미칠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살상무기 수출에 핵잠보유 꾀하는 日…군사대국화 꿈꾸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내각은 살상무기 수출 대폭 확대를 추진한다. 1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내각은 일본이 수출할 수 있는 무기를 다섯 가지 용도로만 제한하는 이른바 '5유형 제한'을 연내 철폐하는 절차에 돌입한다.신문은 "제한이 폐지될 경우 살상 능력을 갖춘 완성품 무기의 수출이 대폭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1967년 이후 무기·방위장비 수출이 사실상 금지돼왔다.
다카이치 내각은 '핵을 보유하지도, 제조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3원칙'의 재검토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비핵3원칙 유지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표현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또한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계획을 언급하며 "일본도 억지력 강화를 위해 핵잠수함 도입을 논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중일관계는 악화일로다. 일본 주재 중국 외교관이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 "죽음의 길"이라는 극언을 잇달아 했고, 중국 외교부 또한 공식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하며 충돌 중이다.
아베 때부터 시작된 '숙원'…"보통국가로의 긴 여정 본격화"
전쟁 및 무력 사용 포기를 선언한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은 일본 우익세력의 '숙원'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긴급한 과제"라며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대만 유사시와 일본의 자위권에 대한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일본 총리에게서 언급된 것 또한 처음이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4년 외부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을 뒤집고 '동맹국이 공격을 받으면 자국 공격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다'고 헌법의 해석을 변경했다. 다만 이후 일본 총리들은 집단적 자위권의 해석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한 채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오승희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본의 헌법 개정과정에 국민투표가 필요한데, 대만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말하고 고이즈미 방위상도 핵잠의 필요성에 대해 쉽고 친근하게 국민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며 "아베 전 총리 때부터 시작된 보통국가로 가는 긴 여정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라고 짚었다.
블랙이글스 급유 거절이 시그널?…"독도 두고 충돌 가능성"
일본 정부의 군사대국화 행보는 동북아 안보지형에 격변을 예고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이 대만을 매개로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또한 '대만 유사시'의 입장을 꾸준히 압박받고 있는 상황이다.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지난 4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이 대만해협 위기 등에 투입되느냐'는 질문에 "역내에 다른 어떤 비상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지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무대에서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던 한일이지만, 영토문제 등을 둘러싸고도 '투트랙' 외교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앞서 '독도 비행'을 이유로 한국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급유 지원을 거절한 것을 '신호'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독도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비춰볼 때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취임 후에도 굽히지 않고 있다.
오 교수는 "한일관계는 '윈윈'이 가능한 의제를 찾아 개선해나가고자 하고 있지만 영토 문제는 사실상 제로섬 게임"이라며 "태극기에 대한 목례에서 보이듯 다카이치 총리는 국가·영토안보에 있어 신념이 강한 사람이다 보니 독도에 대한 접근에서 한일간 충돌 여지가 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