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원잠? 열흘새 두 번이나 명칭 변경…불필요한 혼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2025년도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미 핵잠수함 추진 합의에 대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원자력추진잠수함의 공식 명칭을 핵추진잠수함(핵잠)→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핵잠으로 연이어 바꿨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처음 도입을 공식화한 뒤 열흘도 지나지 않아 두 번이나 정부 공식 명칭을 변경한 셈이다.

12일 국방부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익숙한 용어를 사용한다는 취지"라며 "'핵추진잠수함'과 '핵잠'으로 공식 용어가 다시 정리됐다"고 말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지난 8일 KBS 일요진단 인터뷰에서 "우리 군의 30년 염원이었던 핵잠 건조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단계까지 왔다"라며 핵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핵연료 공급을 요청하며 '핵추진잠수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한미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 등에서 핵잠이라는 말을 그대로 썼다.

그런데 한미 정상회담 1주일 뒤인 지난 5일 안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부 공식 용어를 원잠이라고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한국이 도입하려는 원잠을 핵무기를 장착해 공격하는 전략핵잠수함으로 오해할 수 있으니 아예 '핵'이 들어가지 않는 원잠을 공식 명칭으로 써 핵무기 보유 의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안 장관도 이날 이같은 취지를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정부 차원의 논의'를 통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로 볼 여지가 있다. 

외교부 역시 지난달 31일 "우리가 개발·운용을 추진하려는 것은 재래식 무장 원자력추진잠수함"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외교부는 이날 설명에서 평화적 이용 목적 등을 강조한 것인데 정부의 공식 명칭 변동에도 이같은 취지가 고려된 셈이다.

7일 오후 정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의 발표가 늦어지는 배경을 설명할 때도 '원잠'을 썼다. 이 관계자는 "원자력잠수함 문제가 굉장히 혼란스럽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바로 당일 저녁 국방부 실무자들은 '핵잠을 정부 공식 용어로 하라'라는 지침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의 핵잠으로 용어를 되돌리라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안 장관은 9일 오전 방송에 출연해 "(한국 조선업이)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기술력에 더해 핵잠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직후 국방부도 안 장관의 발언을 일부 바로잡는 문자 메시지를 공지하며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한 미 측의 전반적인 지원 의사를 설명한 것"이라며 핵잠으로 표현했다.

이처럼 정부가 불과 열흘 사이에 명칭을 두고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잠으로 용어를 바꾼 배경에 대해 평화적 의도와 국제 비확산 체제 준수를 강조했는데 핵잠으로 다시 돌리면서 이제는 핵무기 탑재 잠수함이라는 오해를 받아도 상관없느냐는 반문도 나온다.

이후 다시 용어를 변동하면서 '국민 정서'를 이유로 들었는데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지고 오히려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다.  

군 역시 정부의 용어 변동에 곤란한 기색이다. 해군은 원잠 도입이 공식화되기 전부터 '평화적 이용'에 방점을 두며 자체적으로 원잠이란 용어를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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