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형제복지원 사건 "훈령 발령 이전 피해도 국가 보상해야"…첫 판결

1975년 훈령 발령 전 입은 피해도 국가 책임 인정
대법 "부랑아 단속·수용 관행, 훈령 제정 통해 확대"

연합뉴스

대법원이 1975년 이전에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된 피해자들에게도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됐던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날 대법원 판단의 핵심은 국가가 이 사건 훈령 발령 전 있었던 원고(5명)들에 대한 단속 및 형제복지원 강제수용에 관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는지에 대한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피고(국가)가 이 사건 훈령 발령 전 있었던 원고들에 대한 단속 및 강제수용에 관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국가)는 195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부랑아 단속 및 수용 조치를 해왔고, 이러한 기조는 이 사건 훈령 발령으로 이어졌다. 관행적으로 실시되던 부랑아 단속 및 수용조치를 이 사건 훈령 제정을 통해 확대했다"며 "부산시는 이후에도 1974년까지 여러 차례 부랑인 일제 단속을 시행하였는데 1973년 8월 지침을 마련하여 구청 등에 하달하기도 했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이 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것은 피고의 부랑아 정책과 그 집행의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본 것이다.

원고들은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 발령된 1975년 이전부터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피해자들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후 노동을 강요당하거나 폭행을 당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정부를 상대로 '단속을 통한 원고들에 대한 강제수용은 피고의 위헌·위법한 이 사건 훈령의 발령 및 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1심에서는 원고들이 일부 승소했다. 1심은 1975년 이전의 수용기간도 참작해 위자료를 산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는 위헌·위법한 이 사건 훈령의 발령과 부랑아 단속 및 형제복지원과의 위탁계약을 통한 강제수용으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현실화했다"며 "이 사건 훈령의 발령 및 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배상책임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위자료에 대해선 "1975년 이전 단속 및 강제수용에 피고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1975년 이전의 수용기간을 참작하지 않은 채 산정했다. 이에 따라 원고들에 대한 인용액이 1심보다 줄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제복지원 사건과 직접 연관된 훈령 발령 이전에 있었던 단속 및 강제수용에 관해서도 위법한 국가의 관여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0~80년대 공권력이 부랑인 등으로 지목한 사람을 선도 명목으로 납치·감금한 사건으로, 3만여 명이 수용돼 최소 657명이 숨졌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 9월 형제복지원 및 선감학원 피해자 512명에 대해 진행 중이던 2·3심 사건 52건에 대한 상소를 모두 취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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