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세터' 한선수(39·대한항공)가 불혹을 앞두고도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비결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언급했다.
대한항공은 1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16 25-22 25-22)으로 완승했다.
이날 승리로 4연승을 내달린 대한항공은 5승 1패 승점 15를 기록, KB손해보험(승점 13)을 2위로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한선수의 지휘 아래 '주포'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과 '토종 에이스' 정지석이 나란히 15득점으로 활약했고, 정한용과 김민재도 각각 9점, 8점으로 고루 활약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헤날 달 조토 감독은 비시즌 기간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그는 "볼 훈련과 웨이트 운동, 휴식을 적절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지속력이 떨어지면 웨이트 운동을 통해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지난 시즌보다 더 날렵한 움직임을 뽐내고 있는 한선수는 "감독님이 한 시즌을 버티려면 웨이트 운동이 중요하다고 하셔서 근육량을 올렸다"며 "주 4회 웨이트 운동을 한다. 경기 후 다음 날에도 빼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팔뚝만 봐도 한선수의 근육량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그 때문에 유니폼이 작아져 소매를 걷고 경기에 임한다. 후배 정지석은 이를 두고 "선수 형이 자랑하려고 팔을 걷고 다닌다"며 장난을 쳤다.
한선수는 "유니폼이 작아져서 코보컵 때부터 팔을 걷고 있다. 아직 유니폼을 바꾸지 못했는데, 팬들이 좋아해 주신다"면서 "나를 어필할 수 있고, 팬들이 좋아해 주셔서 계속 걷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경기 전 헤난 감독은 한선수를 1라운드 MVP로 꼽으며 "VQ(배구지능)가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에 한선수는 "그건 측정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경험이 한몫한 것 같다"며 "세터가 중요하지만, 그걸 받쳐주는 선수들의 도움을 받는 거라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도중 합류한 외국인 선수 러셀과의 호흡도 좋아졌다. 한선수는 "계속 맞추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타이밍이 잘 맞는다"며 "믿음이 쌓여서 타이밍도 잘 맞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 4연패를 이룬 뒤 지난 시즌에는 현대캐피탈에 우승을 내줬다. 정상 탈환을 향한 마음가짐이 어떻냐는 질문에 한선수는 "모든 선수가 우승을 바라보고 있지만, 너무 얽매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항상 다음 경기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다음 상대가 현대캐피탈이다. 두 팀은 오는 1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시즌 첫 맞대결을 펼친다.
애초 두 팀의 첫 맞대결은 지난 달 18일 시즌 개막전으로 펼쳐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제배구연맹(FIVB)이 정한 클럽시즌 규정에 어긋나 내년 3월 19일로 미뤄졌다.
한선수는 "차라리 개막전에서 만나는 게 나았을 것 같다"면서도 "지금은 1라운드 첫 경기 같은 느낌으로 들어가는데, 둘 다 제대로 된 호흡으로 붙어서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선수는 주장 완장을 내려놓았다. 2015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무려 10년 동안 주장을 맡았던 한선수는 정지석에게 완장을 건넸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한선수는 "세터는 주장이 아니어도 팀을 끌고 가야 한다. 그래도 주장을 내려놓아서 마음이 편하다"며 "지석이가 본인은 '바지 사장'이라고 하더라. 지석이도 끌고 가려는 게 있지만, 처음이라서 내가 많이 도와주려 한다"고 말했다.
'주장' 정지석에 대해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주장도 경험이 쌓여야 한다"면서 "주장 역할과 에이스 역할을 모두 해야 해서 힘들 거다. 옆에서 많이 도와주겠다"며 웃었다.
정지석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냐는 질문에는 "섣불리 말하진 않으려 한다. 주장 역할에 간섭하는 것 같아서 세터 역할만 하려 한다"며 "시즌 중반에는 모두 힘들어진다. 그때는 조언해 줄 수 있지만, 지금은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