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뉴진스(NewJeans)가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부터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까지 연달아 패소한 가운데, 멤버 중 해린과 혜인이 먼저 현 소속사 어도어 복귀 의사를 밝혔다. 이후 민지·하니·다니엘도 자체 입장을 발표해 복귀를 예고했다. 소속사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 '아티스트 보호'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등 전속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 통보를 한 지 약 1년 만이다.
어도어는 12일 오후 공식입장을 내어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어도어와 함께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두 멤버는 가족들과 함께 심사숙고하고 어도어와 충분한 논의를 거친 끝에,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전속계약을 준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라며 "해린과 혜인이 원활한 연예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알렸다.
민지·하니·다니엘은 같은 날 저녁 소속사 어도어가 아닌, 일부 언론을 통해 자체 입장문을 발표했다. 세 사람은 "최근 저희는 신중한 상의를 거쳐, 어도어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라며 "한 멤버가 현재 남극에 있어 전달이 늦게 되었는데 현재 어도어가 회신이 없어 부득이하게 별도로 입장을 알리게 되었다. 앞으로도 진심을 다한 음악과 무대로 찾아뵙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어도어는 "세 명 멤버 복귀 의사에 대해 진의를 확인 중"이라고만 했다.
1심 재판부는 왜 뉴진스-어도어 전속계약이 유효하다고 했나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어도어가 뉴진스(민지·하니·다니엘·해린·혜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어도어)와 피고들(뉴진스) 사이에 2022년 4월 21일 체결된 각 전속계약은 유효함을 확인한다"라며 "소송 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라고 선고했다.
어도어는 "오랜 기간 동안 여러 주장과 사실관계들이 검증되고, 다시 한번 동일한 취지의 판결이 내려진 오늘의 결과가 아티스트분들에게도 본 사안을 차분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라며 "본안 재판 과정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정규 앨범 발매 등 활동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다"라는 입장을 펴, 여전히 '뉴진스 복귀'를 원한다고 알렸다.
전속계약 소송 때, 뉴진스는 민희진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해 뉴진스의 프로듀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했기에 전속계약 제1, 2, 5조를 위반했다 등의 이유를 들어 어도어가 "전속계약상의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뉴진스-어도어 간의 "신뢰관계가 완전히 파탄되었다"라며 "이를 이유로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지했으므로, 이 사건 전속계약은 더 이상 효력이 없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전속계약상 채무 불이행'과 '신뢰관계 파탄'이 일어났다는 뉴진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자에 관해서는 '"원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상의 중요한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전속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라고 판단했다.
'신뢰관계 파탄'을 두고는 "이 사건과 같이 대중의 관심이 많은 사건의 경우 당사자들의 다툼이 확대·재생산되면서 당사자들을 둘러싼 여론도 둘로 갈라져 갈등이 점점 깊어지게 되는데,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전속계약상 의무 불이행이 있었던 것 같은 외관을 만들어 해지 통보를 하고 분쟁을 심화시킨다면, 해지 통보 이후의 사정을 이유로 하는 전속계약의 해지 가능성이 높아져 당사자 일방이 위약금 등 규정을 피하여 아무런 부담 없이 전속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결과가 발생하므로, 위와 같은 해석은 신중하여야 한다"라고 바라봤다.
"연예인에게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 활동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연예인의 인격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나, 이 사건의 경우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 주장(이 사건 전속계약을 유지하는 것은 피고들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 활동을 강제하는 것이 된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매니지먼트 계약의 경우(특히 피고들과 같이 데뷔 전 단계의 경우), 해당 연예인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거액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성공을 거두어야 위 투자에 대한 성과를 회수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해당 연예인이 전속계약에 기하여 그러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충분한 인지도와 팬덤을 쌓은 후 전속계약상 매니지먼트사의 권한이자 경영상 판단의 영역인 인사,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등에 관하여 결정권을 행사하고, 그러한 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 활동 강제에 따른 인격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해당 연예인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 활동 강제라고 보아 전속계약의 효력을 부정한다면, 정당한 사유 없이 전속계약에서 쉽게 벗어나는 것을 인정하게 되므로, 해당 연예인의 위와 같은 무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들어 해당 연예인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 활동을 강제하여 인격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판결문 31쪽)
재판부는 "피고들의 이 사건 전속계약 해지 통보는 효력이 없으므로, 이 사건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고, 원고는 이 사건 전속계약에 따라 피고들에 대한 매니지먼트사의 지위에 있다"라며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인용"한다고 부연했다.
본안 소송에 앞서 올해 3월 21일 있었던 가처분 선고에서도 재판부는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전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김민지 등(뉴진스 멤버들)의 시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어도어가 전혀 시정하지 않았다거나 어도어의 의무 위반이 반복 또는 장기간 지속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 현 단계에서, 어도어의 전속계약 위반으로 인해 전속계약의 토대가 되는 신뢰 관계가 파탄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판결했다.
간접강제 신청에서도 재판부는 어도어 주장을 인용했다. 올해 5월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2부(허경무 부장판사)는 소속사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간접강제 신청을 받아들이는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2025년 3월 21일 자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결정에 따라 전속계약 유효 확인의 소 1심 판결 선고 시까지, 뉴진스는 어도어의 사전 승인 또는 동의 없이 스스로(뉴진스의 법정대리인 포함), 채권자 외 제3자를 통해 연예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여기서 금지되는 '연예 활동'이란 작사·작곡·연주·가창 등 뮤지션으로서의 활동 및 그에 부수하는 방송 출연, 행사 진행 등의 활동과 광고 계약의 교섭·체결, 광고 모델로서의 광고 출연이나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본인 지위와 인기에 기반한 상업적인 활동을 뜻한다.
만약 뉴진스가 이를 어기고 독자 활동을 할 경우, 배상금을 내야 했다. 재판부는 "제1항의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그 의무 위반 행위를 한 채무자는 위반 행위 1회당 각 10억 원씩을 채권자에게 지급하라"라고 밝혔다.
국감 출석→내용증명 →전속계약 해지 통보→NJZ 독자 활동→판결 불복→외신 인터뷰
하이브는 자사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당시 대표이사가 임원 등과 함께 경영권 탈취 계획을 세우고 이행해 온 정황을 파악했다며 지난해 4월 감사에 들어갔다. 이후 민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본인은 하이브가 주장하는 해임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 전혀 없고, 오히려 하이브가 '내부 고발자'인 본인을 억압하기 위해 내용과 절차 면에서 모두 부당한 감사를 강행했다고 맞섰다.
양측의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진 가운데, 그해 8월 민 전 대표는 어도어의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소송에서 민 전 대표를 위한 탄원서를 작성하고 수상소감에서 '대표님'을 언급하는 등 '응원'과 '지지'에 집중했던 뉴진스는 민 전 대표 해임 직후인 9월부터 본격적으로 '목소리 내기'를 시작했다. 뉴진스는 9월 11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 민 전 대표를 9월 25일까지 복귀시킬 것, 제작과 경영을 총괄하던 '기존 어도어'로 돌아올 것 두 가지를 요구했다.
"저희는 대표님이 해임되셨다는 소식을 그날 기사를 통해 알게 됐고, 모두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이브에 소속된 아티스트로서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는 우리를 하나도 존중하고 있지 않구나 하는 확신을 들게 했습니다. 매니저님을 통해 신임 (김주영) 대표님이 저희와 인사를 나누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도어에 와서 제일 처음 한 행동부터가 저희에게 믿음을 단 하나도 주지 못했습니다." (2024년 9월 11일 뉴진스 라이브 방송)
특히 "하이브가 정말 뉴진스를 위한 회사인지 의구심이 들고 있다"라며 "저희는 저희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을 뿐인데 저희가 뭘 잘못했나?"라며 하이브를 직접 저격하는 발언도 했다. 또한 "하이브가 지금 일하는 방식은, 저희가 겪었을 때 정직하지 않고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발 더 이상은 방해하지 말아달라"라고 호소했다.
10월에는 하니가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 아일릿(ILLIT)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발언을 듣는 등 사내에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다며 국감장에 증언자로 나서기도 했다. 하니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하이브 안에서 뉴진스를 배제하고 소외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니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하지만) 느껴온 회사 분위기가 있었다. 뭐라 말하기 애매하지만 당한 사람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이라며 "저희는 좀 다르게 데뷔했고, 잘돼서 자꾸 저희를 낮추려고 (회사가) 하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저희를 싫어한다는 생각이 든 이유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를 계속해서 뉴진스의 프로듀서로 활동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으나, 뉴진스는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내용증명을 보내 대응했다. 뉴진스는 어도어에 △하이브 문건에 "뉴(진스)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고 한 것에 관해 소속사로서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 △멤버 하니를 "무시해"라고 한 타 레이블(빌리프랩) 매니저에게 아무 조처 없이 문제를 방치한 것을 시정할 것 등을 요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알렸다.
그해 11월 28일에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이 29일 0시 부로 해지된다고 밝혔다.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하였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고 계약이 해지되면 전속계약의 효력은 없어지므로 앞으로 저희의 활동에는 장애가 없을 거다. 그래서 저희는 앞으로 꾸준히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굳이 가처분 소송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해린은 "위약금에 대한 기사를 여러 개 봤는데, 저희는 전속계약을 위반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해서 활동을 해 오고 있는데, 저희가 위약금을 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지금 이런 상황에 이르렀고 당연히 책임은 어도어와 하이브에게 있다"라고 주장했다.
어도어는 '신뢰가 깨졌다'라는 한쪽의 일방 주장만으로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며 뉴진스에게 대화를 요청했으나, 뉴진스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새로 만들어 팬들과 독자적으로 소통했고 올해 2월 엔제이지(NJZ)라는 새 활동명을 발표했다. NJZ 상표권을 출원하기도 했다.
외신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우리가 데뷔했을 때의 모습과는 아주 많이 달라질 것"(하니)이라고 예고했고, '타임' 인터뷰에서는 "법원 판단에 실망했다"라며 K팝 산업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펼쳤다. 이때 뉴진스는 "이게 한국의 지금 현실일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게 우리가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다고 믿는 이유다. 한국은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법원 판결이 나온 후인 지난 3월 23일, 뉴진스는 홍콩 아시아월드 엑스포에서 열린 컴플렉스콘에 출연해 신곡 '피트 스톱'(PIT STOP) 무대를 공개하기도 했다. 뉴진스와 NJZ라는 이름 모두를 공개적으로 쓰지 못한 채 오른 이 무대에서, 뉴진스는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어도어에 맞서 다양한 소송을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친권을 두고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멤버 혜인 아버지가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위한 친권 행사에 이견을 가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정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했다는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자 뉴진스 부모 일동은 "'멤버의 부모들 사이에 분열이 생겼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애초에 다섯 명 전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도 시작하지 않기로 약속한 만큼, 멤버들은 서로를 깊이 신뢰하고 단결하고 있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번 전속계약 소송에서 패소했을 때도, 뉴진스는 법률대리인 법무법인(유) 세종을 통해 "멤버들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나, 이미 어도어와의 신뢰관계가 완전히 파탄된 현 상황에서 어도어로 복귀하여 정상적인 연예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멤버들은 제1심 판결에 즉각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린과 혜인이 어도어를 통해, 여기에 민지·하니·다니엘까지 자체적으로 입장을 발표해 복귀 의사를 전하게 됐다. 전속계약 소송 판결이 나온 지 13일 만이다. 민사 소송 사건 판결에 불복할 경우 판결문을 받고 14일 이내에 항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