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송환' 기업형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원 53명 구속 기소

로맨스스캠·검사 사칭·코인투자·관공서 노쇼 사기 등 범행
피해자 110명으로부터 94억 원 가로채
총책 조선족 신원 확인, 체포영장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 수배
타 조직에 조직원 파견 신종 피싱 수법 학습…진화된 형태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지난달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번 송환 대상자들은 이른바 '웬치'로 불리는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 스캠(사기) 등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호송 차량 23대 등을 타고 충남경찰청 등 6개 관할 경찰관서로 압송된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

캄보디아·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 거점을 둔 기업형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원 53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홍성지청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A(25) 팀장 등 53명을 구속 기소하고, 범죄수익 박탈을 위해 전원의 금융계좌·가상자산 계정 등에 대한 추징보전을 청구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조선족 B씨가 총책인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뒤 캄보디아·태국 등 콜센터에서 로맨스스캠과 검사 사칭, 코인 투자, 관공서 노쇼 사기 등 범행을 통해 피해자 110명으로부터 약 94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선족 총책 B씨 조직은 200여 명으로 구성돼 총책, 하부총책, 실장, 상·하급팀장, 피싱팀 등 조직 체계를 갖췄으며, 피싱팀은 역할에 따라 채터(채팅 유인), TM(전화 유인), 킬러(피해금 입금 유도), 팀장(수법 교육 및 실적 관리)으로 나눠 활동했다.

조직은 기존 조직원에게 모집 수당을 지급하는 등 유사수신 형태로 신규 조직원을 모집해왔다. 모집한 조직원에게는 고정적인 기본급과 범행 성공시 최대 약 10%의 인센티브를 약속하며 보이스피싱 범행을 독려했고, 캄보디아·태국·베트남 형제 조직에 조직원을 파견 보내 신종 범죄를 학습시켜 오는 등 진화된 형태로 나타났다.

로맨스스캠 범행의 경우, 소개팅 어플 접속 남성들을 딥페이크 사진과 여성 조직원 목소리로 유혹한 뒤 만남 등을 가지기 위해 사이트 인증이 필요하다며 인증비를 지급하게 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검사 사칭 전화금융사기 범행의 경우, 신용카드 발급 중 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속인 후 조작 서류와 악성앱으로 피해자가 검찰청 등으로 전화를 걸면 해외 보이스피싱 콜센터로 연결시켜 서울중앙지검 검사 등을 사칭했으며, 이밖에도 코인 투자, 관공서 노쇼 사기 등 범행이 이뤄졌다.

피고인들 중 45명은 지난달 18일 캄보디아에서 전세기로 송환됐으며, 홍성지청 전 직원과 대전지검 파견 인력은 검찰 송치 후 조직원 전원을 소환 조사했다. 이를 통해 혐의를 자백받고, 범죄 수익 약 4억 2천만 원을 추가로 밝혀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또 총책인 조선족 B씨의 신원을 확인 후 검찰에서 직접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 수배를 실시했다. 현재 검찰은 법무부와 함께 '보이스피싱 범정부 송환 TF'를 통해 총책 신병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대전지검 홍성지청 김현우 형사부장이 12일 지청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김미성 기자

검찰 조사 결과, 국내 특정 지역의 지인 다수가 이 조직에 가담하는 과정에서 1명당 미화 600달러를 유인책에게 지급하는 '다단계 모집' 정황이 드러났으며, 검찰은 장기간 조직에서 상담원 역할을 하던 조직원이 국내 조직원 모집책으로 활동하며 모집 수수료를 취득한 점을 밝혀냈다.

검찰은 자금세탁 과정에 이용될 것으로 의심되는 조직원들 명의의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 89개에 대한 지급 정지 등 동결조치를 실시했다.

또 피해금 입금 계좌의 계좌 추적을 통해 피해금이 다수의 대포통장을 통해 자금세탁이 이뤄진 혐의를 확인해 인지 후 병합 기소했다. 피고인들이 이 건으로 약 9억 5천만 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취득한 점도 확인하고, 가담 피고인들의 범죄 수익 박탈과 피해재산 회복을 위해 조직원 명의 금융자산, 가상자산 계정 등 추진보전을 청구했다.

검찰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가상 자산 투자시 거래소 공시내용 등 유의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또 관공서 등과 거래시 담당 부서 방문 확인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성지청 김현우 형사부장은 "검찰은 앞으로 철저한 공소유지와 피해 회복을 위한 범죄수익 환수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며 "또 피해자들의 땀과 눈물이 서린 돈을 빼앗아 해외에서 호화 생활을 누리며 도피 중인 총책이 조속히 국내에 송환돼 죄에 합당한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법무부, 인터폴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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