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62세를 일기로 지병 끝에 숨진 순천 시민사회의 거목 장채열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이 영면에 들었다.
'장채열 민주시민사회장' 장례위원회는 11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고인을 안장하고 장례의식을 엄수했다.
고인은 96년 김영삼 대통령 대선자금 공개 등 궐기대회에서 정권의 강경진압으로 사망한 광주 출신 연세대학교 재학생 노수석 군의 묘지 옆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1983년 집시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첫 수감생활을 했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다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지만 이후 사면돼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박소정 전 순천YMCA 이사장 등이 순천부터 망월동까지 함께 했다.
앞서 11일 오전 8시 순천 성가롤로병원에서의 발인에 이어 8시 30분 조례 호수공원에서 노제가 열렸고, 12시 순천만 생태공원과 순천YMCA를 지나 망월동에 묻혔다.
10일 밤 성가롤로병원에서 열린 추모의 밤에는 순천 뿐만 아니라 서울 여수 광양 고흥 보성 등 전국 곳곳에서 평소 그를 아꼈던 '동지들'이 참여해 숙연한 분위기 속에 넋을 기렸다.
고인과 평생을 동고동락했던 김효승 순천환경운동연합 이사장과 김유옥 순천진보연대 상임대표·윤병철 전 순천시의원·서동욱 전라남도의원·이복남 순천시의원·김대희 여수YMCA 사무총장·김석 순천YMCA 사무총장 등은 눈시울을 붉힌 채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장례위원장은 문경식(전남진보연대 상임대표), 이학영(국회의원, 국회 부의장), 정금호(전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양만열(전)순천쳥년회 회장), 최주원(전)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이 맡았다.
노제에 참석한 노관규 순천시장은 "제 아픈 아들 온돌 치료 하는데 필요한 옛날 구들장 구해주신 따뜻한 맘 오래도록 기억할게요. 가장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시민운동가 장채열 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했다.
허석 전 순천시장은 "평생을 올곧은 선비정신, 실사구시 정신으로 살다 간 장채열 동지가 부디 고통없을 천국에서 편히 쉬시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평화가 들꽃처럼 피어날 그날을 위해 그대를 잊지 않고 같이 하겠다"며 울먹였다.
김선동 전 진보당 국회의원은 "순천만 갯벌과 갈대밭을 지키려는 형의 분투에 함께 하면서 형의 선견지명과 헌신에 존경의 마음을 품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최미희 순천시의원은 "조례 저수지 택지조성 반대운동과 순천만 보존운동, 원도심 살리기운동과 평화의 소녀상 건립, 박근혜·윤석열 정권 퇴진운동 등 고인은 순천 시민사회운동을 개척하고 이끌어오신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양준석 전 순천미술협회 지부장은 '장채열을 기리며 - 그는 끝까지 작은 돌멩이였다'라는 추모시를 통해 "갯벌이 사라질 때는 흙을 움켜쥐었고, 호수가 메워질 때는 물을 붙들었으며 시민이 돌아갈 자리를 잃을 때는 자신의 자리를 먼저 비웠다"며 "권력의 꼬리를 밟지 않으려 신발 끈을 다시 묶던 사람, 아픈 몸으로도 촛불 사이에 서 있던 사람, 그는 마지막까지 변방을 흔들어 세상의 중심을 바로잡으려 했다"고 전했다.
황선미 순천시 순천만보전팀장도 "90년대 후반 순천만 골재 채취 반대운동부터 순천만 클린 365 시민주도 갯벌 보전 운동까지, 고인은 순천 시민사회의 대부였다"며 "영원한 안식을 빈다"고 고개를 숙였다.